1903년 1월 13일 하와이 첫 이민자인 97명의 조선인을 태운 갤릭호가 호놀루루항 7번 선착장에 도착했다. 그로부터 121년 뒤 대한민국 100여 명의 청년들도 같은 장소에서 하와이 사적지 탐방을 시작했다.
조선인 이민자들은 고달프기 짝이 없는 타국살이에도 고국을 잊지 않았다. 한인회를 조직하고 학교를 세웠으며 십시일반 쌈짓돈을 모아 안중근 의사 구명을 위한 변호사 비용을 조달하고 독립자금을 전달했다. 청년들은 하와이 이민자들이 펼친 독립운동의 역사를 후손들의 생생한 증언으로, 독립운동비 영수증 등의 다양한 기록으로 확인하고 마음에 새겼다.
■하와이에 남아있는 독립운동의 현장
하와이에는 모두 14개의 대한민국 보훈 사적지가 있다. 국가보훈부에서 2023년에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을 맞아 지정한 곳이다. 청년들이 하와이 이민 초기 선조들의 기상과 뜻이 모여있는 보훈 사적지를 걸어서 탐방했다. 사적지의 의미를 공부하고 팀별로 퀴즈를 풀며 레이스를 벌이기도 했다.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하와이의 여름, 청년들은 더 뜨거운 패기와 기상으로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역사의 무대를 경험했다.
■ 사진 속 이민자들과 만나다.
하와이 이민자들은 타국에서의 삶을 여러 장의 사진 기록으로 남겼다. 청년들이 시간을 거슬러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의 삶으로 들어가 그들과 만났다. 이민자들이 남긴 사진을 따라 찍으며 당시의 삶을 조금이나마 경험하고 이해하려 한 것이다. 하와이 초기 이주민들의 사진을 찾고 자료조사를 통해 사진에 담긴 의미를 공부했다. 소품까지 준비하며 이번 탐방이 단순한 하와이 여행이 아닌 경험과 깨달음의 시간으로 만들 방법을 스스로 모색했다.
■ 최초 발견! 잊혔던 독립유공자를 찾아내다.
선셋 공동묘지에는 한인 이민자들의 무덤이 많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사유지였던 탓에 접근이 쉽지 않았고 누가 잠들어 있는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었다. 하와이를 찾은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선셋 묘지에 흩어져있는 무연고 묘지를 돌아다니면서 한인들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비석도 없이 함부로 자란 넝쿨에 가려진 묘지는 주인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청년의 패기와 간절함으로 초기 이민자를 찾는 데 성공했다. 확인 결과 독립자금을 내고 안중근 의사 재판 비용을 대는 등 활발하게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유공자였다. 자칫 역사 속에 묻혀버릴 뻔했던 독립운동의 주인공을 찾아낸 것이다. 무연고자들의 묘지에서 초기 이민자를 찾아내고 신원을 확인하는 가슴 벅찬 과정이 최초로 공개된다.
역사의 현장을 발로 뛰고 몸으로 경험한 청년들의 뜨거운 여름 이야기, KBS 다큐온 <역사를 걷다 미래를 다지다>편은 2024년 9월 15일 일요일 밤 8시 10분 KBS 1TV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