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175년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다. 극단적인 이상 기후가 지구촌 뉴노멀(New Normal)이 된 시대.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앞당길 지름길은 없을까? 한국에서 연간 소비하는 56억 개의 페트병 사용만 줄여도 어마어마한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데, 한국인의 수돗물 직접 음용률은 불과 5%에 불과하다. 우리는 왜 수돗물을 마음 놓고 마시지 못하는 걸까? 수돗물보다 페트병 물과 정수기 물이 정말 더 안전할까? 유럽연합이 위촉한 기후 행동 친선대사 줄리안 퀸타르트가 서울시 수돗물 ‘아리수’를 탐구한다.
고향인 벨기에에서는 수돗물을 편하게 마셨다는 방송인이자 환경 운동가, 줄리안 퀸타르트. 어느덧 한국살이 20년 차에 접어든 그도 대다수의 한국인처럼 수돗물 대신 정수기 물과 페트병 물에 더 익숙해졌단다. 그러나 지난 1월 페트병 물 1리터에서 24만 개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됐다는 한 논문을 보고 수돗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서울 수돗물 수질검사항목은 WHO 세계보건기구 권장 166개를 넘어선다. 한강물에는 330개, 서울 수돗물인 아리수는 352개를 검사한다. 줄리안은 지금 사는 60년 된 주택의 수돗물이 그냥 마셔도 안전할 만큼 깨끗하다는 수질 검사 성적표를 받았다. 서울시 물 가이드라인은 세계보건기구에서 정한 기준보다 훨씬 더 깐깐한 데도 한국인은 왜 수돗물을 기피하는 걸까? 수돗물과 페트병 물 중 어떤 물이 더 깨끗하고 안전할까? 줄리안과 함께 우리가 마시는 물, 그리고 물을 마시는 습관이 우리의 건강과 환경에 미칠 영향을 탐구한다.
OECD 국가의 수돗물 직접 음용률을 살펴보면 프랑스가 74%, 일본이 50%인 반면, 한국은 5%에 불과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파리와 도쿄, 서울 중 도심에 설치된 음수대 수가 가장 많은 곳이 바로 서울이라는 사실이다. 올해 100년 만에 두 번째로 올림픽을 치른 파리는 친환경 올림픽을 표방하며 도심에 700개의 음수대를 새로 설치했다. 4성급 호텔도 웰컴 드링크로 제공하던 페트병 물을 방에서 치우고 호텔 로비에 음수대를 설치해 연간 40만 개의 페트병 사용량을 줄였다. 한편, ‘물이 장수의 비결’이라는 일본 오키나와의 장수마을 오기미촌은 마을 주민들이 합심해 수돗물의 수원지를 지켜오고 있다. 수돗물 음용률이 높은 프랑스와 일본의 공통점은 ‘수돗물의 안전이 곧 나의 안전이며, 수돗물 음용이 환경 보호와 직결된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는 것이다.
▶ 수돗물 마시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수돗물 마시는 습관도 어릴 때부터 들여야 커서도 당연하게 마시게 된다. 내달, 돌을 맞이하는 아기를 키우는 유예림 씨는 아기 분유를 수돗물로 탄다. 주변에서는 어떻게 수돗물로 분유를 타냐고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수돗물을 마시며 건강하게 자라온 예림 씨에게 수돗물 음용은 이상할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이다.
올해로 6년째 제주 바다에서 해양 쓰레기 수거 활동을 해오고 있는 환경 단체 ‘디프다 제주’의 변수빈 대표는 돌아서면 쌓이고 또 쌓이는 페트병 쓰레기를 볼 때마다 다음 세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