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10월 23일, KBS <일요스페셜>이 첫 방송을 시작했다. 이후 KBS스페셜, KBS 파노라마, 다큐1, KBS다큐인사이트로 이름을 바꾸며 30년의 세월 동안 시대의 면면을 기록했다. 전쟁터, 지진 현장부터 히말라야, 남극 그리고 우리 사회의 가장 소외된 곳까지 카메라를 비췄다. '지금' 우리 눈에 비친 세상을, '여기' 우리가 선 곳에서, ‘우리’의 목소리로 기록한 KBS 다큐멘터리의 지난 30년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30년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초창기 <일요스페셜>은 첨단 장비를 이용해 완성도를 높인 다큐멘터리를 제작해냈지만 치열한 채널 경쟁 속에서 시청자들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 일요스페셜 팀의 책임 프로듀서였던 장윤택 PD는 그 원인이 ‘시의성’에 있다고 생각했다.
1995년, 김일성의 사망 직후 북한의 변화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었다. 이를 주목한 장 PD는 김일성 사망 이후 북한을 직접 취재했던 기자를 섭외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룻밤 만에 편집을 마친 이 방송은 시청률 18.9%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이후 일요스페셜은 시청자, 그리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구수환 전 KBS PD는 이슬람 무장 테러 단체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중동으로 향했다. 그는 총탄이 오가는 전쟁터를 촬영하며 상황을 기록했고, 하마스 창시자 아흐메드 야신을 인터뷰하며 현장의 진실을 전했다.
KBS의 카메라는 국경뿐만 아니라 시간도 뛰어넘었다. '5.18 북한군 개입설'에 대응한 <80년 5월 푸른 눈의 목격자>(2003.5.18. 방송)는 5.18 민주화운동을 보도한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힌츠페터 기자와 택시 운전사 김사복의 이야기는 영화 <택시운전사>로 제작됐다.
2000년대 중반, KBS는 '아시아의 창'이 되겠다는 포부를 내세우며 대기획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인사이트 아시아 – 차마고도> (2007.9.5 ~ 11.25 방송)>는 1년 4개월 동안 12억 원 이상을 투입하여 완성한 대작이었다. 이후 KBS는 <누들로드>, <슈퍼피쉬>, <색_네 개의 욕망>, <순례>, <23.5>, <히든 어스>, <빙하> 등 대기획 시리즈를 이어가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다큐멘터리 제작 실력을 인정받았다.
■ KBS 다큐멘터리는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하지만 영광과 환희의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조명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는 노력이 시청자에게는 부족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KBS가 만드는 다큐멘터리는 다른 다큐멘터리와 어떻게 차별화되어야 하는지, 시청자와 사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제작진에게 여전히 큰 숙제로 남아 있다.
방송의 날을 맞아 KBS 다큐멘터리의 30년을 돌아보는 다큐인사이트 <방송의 날 기획 지금/여기/우리>는 2024년 9월 5일 목요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