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 해발 1,170미터 백석봉 산자락으로 둘러싸인 그림 같은 풍광 속, 120여 마리가 넘는 염소들을 돌보는 남자가 있다. 훤칠한 키에 푸른 눈의 영국인 매튜 그레이(34)는 1년여 전, 아내 김주희(39) 씨를 설득해 두 아들을 데리고 장모님이 계신 정선 산골로 내려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맑은 공기 속에 염소들을 풀어놓고 나면 내 가족을 챙기는 시간. 재택근무를 하는 아내를 대신해, 영국식 아침을 뚝딱 차려내고 아이들을 등원시키지만, 가족과 붙어 지낼 수 있는 지금이 도시의 삶보다 훨씬 행복하다고 말한다.
한일월드컵을 보고 한국에 관심이 생겼던 매튜. 대학 졸업 후,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재미 삼아 동전을 던졌고 그렇게 도착한 한국에서 진짜 운명의 여자, 주희 씨를 만나게 된다.
영국 노리치에서 자연의 정취를 느끼며 외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던 매튜. 결혼 후 아이들이 태어나자,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자연 속에서 대가족을 이루고 살고 싶었다. 그런데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영국행 비행기 표까지 사놓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코로나가 터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듣게 된다. 더는 영국에 돌아갈 이유가 없어진 상실감을 달래며 자신이 이룬 가정에 충실하고자 했지만, 한국의 맞벌이 생활은 도무지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러던 중, 육아 지원을 받으러 간 정선 처가. 염소들이 뛰노는 산골에서 그 옛날, 고향의 따뜻한 정취를 느낀다. 결국, 매튜 부부는 다시 한번 정선행 이삿짐을 꾸린다.
매튜 가족이 잘 정착할 수 있었던 데는 일찍이 정선으로 귀촌한 장모님 숙희 씨 덕이 컸다. 아이들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살던 집을 기꺼이 내준 숙희 씨. 한국 사람보다 더 예의 바르고 가정적인 사위가 마음에 쏙 든다. 숙희 씨 또한 서울에서 느끼지 못했던 마음의 안식을 정선에서 찾았기에 고국을 떠난 매튜의 심정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있다. “잘 정착하려면 ‘일’이 있어야 한다” 꽃차 사업을 하는 숙희 씨는 매튜에게 카페 운영을 제안한다. 온 가족이 매달린 카페 준비에 이제 새롭게 육아 분담을 고민한다. 유쾌한 영국 남자 매튜와 가족의 행복한 산골살이를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