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다산맥, 기소산맥, 아카이시산맥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고봉과 그사이 흐르는 맑은 강의 모습이 유럽의 알프스에 견줄 만큼 아름답다는 일본 알프스. 그중에서도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는 북알프스(히다산맥)는 일본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야리가다케를 포함하여 3,000m가 넘는 봉우리가 줄지어 솟아있고, 기후현, 도야마현, 나가노현, 니가타현 총 네 지역에 걸친 웅장하고 너른 품을 지녔다. 하늘을 찌르는 창의 모습을 한 일본의 마터호른, 북알프스 야리가다케로 일본 대중문화평론가 서현덕, 기업인 최경일, 여행 작가 김동선, 자영업자 강완규 씨가 여정을 떠난다.
날카로운 능선과 설산, 야생화, 야생 동물 등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일본 북알프스. 이 중심에 솟아올라 북알프스의 맹주라 알려진 야리가다케는 해발 3,180m로 일본의 인기 있는 산 중 하나로 손꼽힌다. 투명한 물빛의 아즈사강이 흐르는 가미코치를 들머리로 야리가다케 산행에 나선다. ‘신이 내려오는 땅(神降地)’으로도 쓰였던 가미코치는 북알프스의 관문으로서 연간 12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 깎아지른 봉우리와 절벽, 숲과 강이 조화를 이뤄 ‘일본의 요세미티’라 불릴 정도로 경관이 뛰어나다.
가미코치에서 야리사와 산장까지는 짙은 숲 향기와 청아한 물소리를 따라 편안히 걸을 수 있는 구간. 무더운 여름이지만 푸른 녹음으로 뒤덮인 북알프스에는 선선하고 상쾌한 기운이 가득하다. 산 위쪽에 쌓였던 눈이 녹아내리며 만들어진 습지와 연못이 곳곳에 자리 잡아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하고, 숲이 걷히며 나타난 북알프스 연봉이 병풍처럼 펼쳐져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꾸준한 걸음으로 올라 어느새 야리사와 산장에 닿는다. 비교적 규모가 크고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묵어가기에 좋은 북알프스의 산장. 일행은 야리사와 산장에서 하루 쉬어가기로 한다.
일본 알프스 중에서도 가장 험난한 산맥인 북알프스. 야리사와 산장부터 본격적으로 북알프스 산행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깔린 너덜지대와 점차 고도를 높이며 가팔라지는 비탈에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두껍게 쌓인 눈덩이와 ‘신의 심부름꾼’이라는 뇌조가 눈길을 사로잡고, 해발 3,000m의 능선에 가까워지니 이제는 두 다리뿐 아니라 양손까지 사용하여 암릉과 수직에 가까운 사다리를 넘어선다. 발밑의 낭떠러지로 인한 두려움과 등줄기를 타고 전해지는 짜릿함에 오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쉬이 품을 내어주지 않으려는 듯, 운무가 끼고 걷히길 반복하고 비를 뿌리는 궂은 날씨가 이어진다. 고산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야속하지만, 경이로운 북알프스의 풍광에 걸음을 멈추지 않고 서로를 응원하며 힘을 내 나아간다. 체력이 한계에 다다를 때쯤, 마침내 해발 3,080m의 야리가다케 산장에 도착한다. 야리가다케의 턱밑에서 올려다보니, 더욱 거대하고 아찔한 첨봉의 자태에 압도당할 것만 같다. 일본인들이 즐겨 찾는 산행지이자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하고 싶은 명산, 일본 북알프스 야리가다케를 <영상앨범 산>과 함께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