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윤계상, 고민시, 이정은 등이 출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지난 23일 공개되었다. 고민시는 고요한 숲속에 자리한 김윤석의 펜션에 빨간색 차를 타고 도착하면서 긴장과 공포로 몰아넣는다. 고민시는 왜 그렇게 그 펜션에 집착할까. 고민시 배우를 만나 작품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드디어 작품이 공개되었다. 소감부터.
▶고민시: “공개되고 나니 순위가 궁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해외팬분들 반응이 제일 궁금하다. 국내에서는 호불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시청자들이 다양한 느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Q. 모든 여배우들이 탐낼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고민시: “제가 선택했다기보다는 선택을 받았다. 오디션 비슷하게 두 번 미팅을 가졌다. 대본을 읽었을 때 절대 저를 선택했을 리가 없을 것 같았다. 내게 그런 이미지가 있었나? 선택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이건 내가 캐스팅이 되어도 어려울 것 같았다. 감독님이 무슨 생각으로 나를 선택했을까. 감독님을 믿고 갔다. 나중에 감독님께 캐스팅한 이유를 여쭤본 적이 있다. 만날 때 한 번도 안 신었던 구두를 신고 갔었다. 리딩이 끝난 뒤 감독님이 ‘구두가 예쁘네요’라고 했다. 그래서 제가 ‘특별한 날에만 신어요.’라고 대답했었다. 그런데 감독님은 그 말이 아니라 그날 제가 구두를 그냥 3초 동안 보는 모습에서 유성아를 봤다고 하시더라. ‘3초 동안 보는 모습’이라니. 그냥 스트랩이 있는 샌들 같은 신발이었다.”
Q. 유성아 캐릭터가 끌렸는가?
▶고민시: “우리나라 작품에선 한 번도 본 적 없는, 외국영화에서도 만나보기 힘든 캐릭터였다. 이 나이에 필모에 남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만약 이 역을 맡게 된다면 어떻게 준비할까. 며칠을 밤새워 캐릭터를 연구했다. 대본이 주는 서늘한 기운을 표현하고 싶었다.”
Q. 체중을 많이 감량했다는데.
▶고민시: “성아는 스키니한 의상,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을 입는다. 캐릭터 설명이 액션을 할 때 등의 척추 뼈가 도드라진다는 것이다. 몸의 근육들이 잘 드러나 동물적인 모습, 날 것의 모습이다. 순간 나타나는 이미지 컷이라도 유성아의 이미지를 잘 만들어줄 것 같았다. 그래서 의선(노윤서)과 액션을 할 때 제 척추 뼈가 기괴하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운동 열심히 하고, 계란 두 개, 조미김으로 버텼다. 배고픈 것을 모를 정도로 현장의 에너지를 만끽했다.”
Q. 대본을 보고 유성아에 대해 든 생각은.
▶고민시: “대본을 받았을 때 의문점이 많아서 감독님과 작가님께 물어보았다. 유성아에게는 전사도 있고, 그만의 서사도 있다. 이게 극중에서 두드러지게 보여주면 안 된다. 너무 자세히 보여주면 그녀의 행각에 납득하게 될 수도 있으니. 그래서 그런 것들을 최대한 뺐다. 시청자분들은 납득이 안 가는 게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살인마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돌에 맞은 개구리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이다. 피해자들의 심리 관점에 좀 더 바라봐주셨으면 한다.”
Q. 성아가 영하(김윤석)의 펜션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고민시: “유성아라는 캐릭터 전사가 잠깐씩 보인다. 주차장에서 만나는 전 남편 재식과의 이야기, 전시장에서의 아빠와의 통화, 만남 등을 통해 이 캐릭터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부유하지만 어떤 결핍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향철 대사 중에 ‘내가 가는 길에 너네들이 있었을 뿐’이라는 대사처럼 유성아가 가는 길에 그들이 있었을 뿐이다. 성아는 그 펜션이 흥미로웠기에 집착했고, 영하도 펜션과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물기가 없고, 남들에게는 있지만 범인에게 없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을 향해 달려간다.’는 대사가 있는데 그것에서도 힌트를 얻었다. 과연 유성아가 갖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부친과의 관계에서도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영하 말고는 성아와 대립하는 사람이 없다. 성아는 외로운 인물이다. 성아는 놀이처럼 영하와 대립한다. 애정을 갈구하듯이. 그래서 계속 그 펜션을 원하지 않았을까?”
Q. 연기하는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
▶고민시: “등장하고,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차곡차곡 빌드업을 해야했다. 감독님이 후반부에 작두를 탈 것이라고 말하셨다. 어떻게 하면 후반부에서 터뜨릴 수가 있을까 고민했다. 초반에 성아가 등장할 때는 시청자들이 성아의 생각을 몰랐으면 했다. 텅 빈 모습이기를. 그러다가 다시 펜션을 찾아왔을 때 서서히 본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영하와 이야기 나누며 스파게티 접시에 얼굴을 댔다가 떼는 장면이 성아가 자신의 껍질을 벗기 시작하는 장면으로 보았다.”
Q. 자신의 연기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고민시: “‘아저씨’라고 몇 번 소리치는 장면. 성아의 에너지를 제대로 표출하는 장면인 것 같다. ‘펜션에는 언제 오실 거에요?’라는 한 줄 대사였다. 이걸 어떻게 연기할까 며칠을 고민했다. 임팩트 있게 할까? 그냥 현장에 맡기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저도 모르는 호흡이 나왔다. 다들 놀랐었다.”
Q. 노윤서와의 액션 장면은 어렵지 않았는지.
▶고민시: “어렵지는 않았다. 다행히 직전에 <스위트홈>으로 단련되었었다. 오히려 그 장면이 매력적일 것 같았다. 젊은 여자배우 둘이 액션 하는 게 흔치 않으니까. 노윤서 배우가 힘이 많이 들어간다. 몸을 잘 써고 합도 잘 맞았다. 스릴러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액션을 펼쳤다. 의상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동물적인 느낌으로, 더 날 것의 연기를 위해 몸을 던지려고 했다. 몸의 근육이 더 잘 보이기를 바랐다.”
Q. 감독은 고민서 배우가 최대한 예쁘게 나오기를 바랐다고 한다.
▶고민시: “캐릭터 연기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다. 연기도 중요하지만 예쁘게 나와야한다고. 유성아의 서사가 보이지 않으니 악하게 나와도, 그의 다음 행동이 궁금하게 보여져야했다. 보는 즐거움이 있어야한다. 그 인물에 납득이 안가지만 보는 재미가 있어야했다. 외적으로도 많이 노력했다.”
Q. 김윤석 배우와의 연기는 어땠는지.
▶고민시: “촬영 전날까지 많이 떨렸지만 현장에 가면 전혀 그렇지 않다. 그게 저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연기가 기대된다. 선배님이 어떤 요구를 할지, 공기가 어떨지, 분위기에 따라 리액션을 만들어내는 것이 너무너무 재밌다. 김윤석 선배님은 칭찬을 잘 안 해주신다. 제가 맡은 역할의 연기로 천천히 다가가려고 했다. 수영장 신 찍고 나서 수고했다고 등을 토닥여준 것이 힘이 되었다. 믿고 바라보는 스타일이다.”
Q. 내레이션에 대해. ‘쿵’ 소리를 들었는지.
▶고민시: “배우들끼리 그 이야기를 했었다. 윤석 선배는 소리가 안 났다라고 생각하시더라. 유성아 입장에서는 소리가 나든 말든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돌을 던졌는지 안 던졌는지도 인식하지 않았을 인물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소리가 난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실을 받아들일 것인지, 믿을 것인지 말 것인지, 내가 보지 못했고, 듣지 못했다면 실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든. 그것은 시청자마다 다를 것이다. 그게 재미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물론, ‘저는 사실을 받아들여야한다’는 주의다.”
Q. 최근 활약이 눈부시다.
▶고민시: “찍어놓은 작품이 연거푸 나와서 그렇다. 쉴 새 없이 일하는 게 답인 것 같다. 진심으로 임하면 통한다고. 절대적으로 현장을 사랑하고 있다. 현장에서 스태프와 같이 일하는 것이 즐겁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의미 있다. 역할이 크든 작든 다양한 역할을 두려워하지 않고 하고 싶다.”
Q.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고민시: “다음이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저 스스로도 안 질렸으면 좋겠다. 성격이 급하다. 요가도 하지만 성격 급한 것이 조절이 잘 안 된다. 빨리빨리 해야 하고, 마음의 준비도 오래 필요하고. 매순간 여유를 갖고 싶다. 매번 저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험대에 올라가는 것 같다. ”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대사가 너무 중요하다. 한 장면을 놓치면 많은 것을 놓치니 집중해서 보시기 바란다. 불친절한 면이 있는데, 그래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퍼즐 맞추듯이 추리해가면서 보는 재미가 있다. 볼 때마다 안 보이던 게 보인다. ‘돌에 맞은 개구리’ 대사에 집중해주시면 좋겠다.”
고민시가 희대의 악녀를 연기하는 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지난 23일 공개되었다. 모두 8부작이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