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손>에서 보여주는 최고령 배우 손숙부터 막내 배우 강승호까지 실제 대가족의 면면을 세밀하게 보여준 열 명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화제다.
<장손>은 3대 대가족의 내밀한 역사를 통해 세대, 젠더, 계급 갈등이 충돌하는 가장 한국적인 가족의 초상을 스크린에 펼쳐낸 오정민 감독의 장편영화이다.
신예 오정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 <장손>은 별 탈 없던 보통의 한 대가족에게 드리운 고요하고도 스펙터클한 붕괴를 묵직한 주제의식과 섬세한 연출, 공들인 프로덕션으로 완성한 웰메이드 가족시네마다.
<장손>은 70년 역사를 아우르는 3대 대가족 이야기를 통해 기존 독립영화에서 보기 어려운 캐스팅 스케일을 보여주며 관심을 모았다. 대배우 손숙 뿐만 아니라 오랜 연기 경력의 베테랑 배우 우상전, 차미경, 오만석, 안민영, 정재은, 서현철 그리고 독립영화계에서 활발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김시은과 강태우, 대학로 라이징 스타 강승호까지 합류해 독립영화에서 보기 힘든 규모의 대가족 앙상블을 완성했다. 오정민 감독은 카메라는 보여지는 관계를 진실되게 포착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실제 배우들이 가까워지길 바랐고, 극 중 3계절을 아우르는 자연의 풍광을 담기 위해 6개월가량 합천에서 모든 배우들이 합숙하며 실제 가족 같은 케미스트리를 구현해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 점이 바로 10명의 배우가 최상의 연기 앙상블을 보여준 비법.
손숙 배우는 1963년 연극 <삼각모자>로 처음 무대에 올라 지금까지 20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연극계 대모’로 현재까지 활발하게 활동 중인 현역이다. 우상전 배우 또한 <갈매기>, <태> 등 연극사의 길이 남을 작품에 참여해 온 베테랑이다. 손숙, 우상전 두 배우는 50년 가까이 해로해온 70대 노부부의 묵직한 위엄과 살가움을 보여준다.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인 ‘승필’이 아내 ‘말녀’의 살림에는 일절 관여하지 못하는 모습 등 그 자체로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2대 장손 ‘태근’을 연기한 오만석 배우는 자신의 꿈을 접고 가업을 물려받은 아버지 ‘태근’ 역을 맡아 또 다른 우리 시대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줬다. 태근의 아내이자 대가족의 맏며느리, 장손 ‘성진’의 어머니인 ‘수희’ 역은 다수의 독립영화와 무대를 넘나들며 활약 중인 배우 안민영이 맡았다. 안민영 배우는 2020년 제36회 로스앤젤레스 아시안 퍼시픽 영화제에서 영화 <마더 인 로>로 단편영화경쟁부문 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연기파다. <장손>에서 묵묵히 집안 살림을 꾸리면서도 자식에게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싶은 어머니로 분해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다.
<장손>에서 집안의 아픈 손가락이자 미스터리한 사건을 만들게 되는 ‘승필’의 장녀이자, 장손 ‘성진’의 고모 역을 맡은 차미경 배우 또한 안정적인 연기로 1대부터 3대까지 장손들의 틈 사이에서의 균형감을 잡는다.
‘승필’과 ‘말녀’의 막내 딸과 사위이자, ‘태근’의 동생 부부로 등장하는 배우 정재은과 서현철의 연기 합도 인상적이다. 두 배우는 실제 부부사이로, <장손>에서도 부부로 등장하며 대가족 케미스트리에 현실감을 더할 예정이다. 이 부부는 도시에서 살고 있는 40대 부부로 등장하며, 배우 오만석, 안민영이 만들어낸 50대 부부와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명품 옷과 명품 차를 휘감고 등장한 모습부터 삶의 풍경이 다른 두 부부가 보여줄 모습 또한 K가족 안에 보편적으로 내재된 경제적 차이로 인한 계급 갈등을 은근히 보여줘 흥미롭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오가면 활약중인 김시은과 강태우 또한 숨은 존재감을 뽐낼 예정이다. 이 두 배우는 알콩달콩한 신혼인 30대 부부로 분해 대가족의 일원을 넘어 이제 막 자신들의 가정을 이루기 직전인 성인들의 모습을 느낄 수 있게 해주며 20, 30대의 공감을 모은다.
한편, 영화 <장손>에서 3대 대가족의 장손 ‘성진’역을 맡은 강승호 배우는 위에서 언급한 세대별, 성별, 커플별로 이어진 다채로운 관계들을 맞닥뜨리며, 다채로운 감정과 리액션을 보여주며 마치 관객들의 시선이 되어 가족들의 모습을 살핀다. 하지만 관객들은 자신이 속한 저마다의 위치와 역할, 책임을 생각하며 영화 <장손>을 보게 될 터. 이런 지점이 영화 <장손>의 미덕이자, 작품이 보다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킬 부분이다.
이렇듯 세대별, 성별, 커플별 케미스트리를 통해 저마다 보편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영화, 2024년 하반기 최대 기대작 <장손>은 오는 9월 11일 개봉 예정이다.
[사진=인디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