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되었던 영화 <한국이 싫어서>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2015년 출간된 장강명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한국이 싫어서>는 대학졸업 후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며 이른바 ‘헬조선’의 고통과 불합리를 견디다 못해 결국 행복을 위해 뉴질랜드(원작에서는 호주)로 이민을 떠나려는 계나(고아성)의 분투기를 담고 있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CBS 신지혜 아나운서의 사회로 간담회가 이어졌다.
장건재 감독은 "원작소설이 나왔을 때 바로 영화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판권을 알아봤고, 바로 영화작업 준비를 했다. 소설은 계나의 일인칭 화법으로 전개되는데, 영화는 원작의 이야기와 함께 물리적 공간, 주변 인물들에 대한 여건이 만들어져야하기에 그런 현실적인 부분들도 신경 썼다"고 밝혔다.
고아성은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20대 후반의 여성 ‘주계나’를 연기한다. 지독한 취업난을 뚫고, 회사에 들어가지만 직장생활이 만만치 않다. 오래 사귀어온 캠퍼스커플 지명과의 관계, 오래된 연립주택에 살며 재개발을 꿈꾸는 부모와의 갈등 등이 계나의 삶을 옭죈다.
고아성은 "시나리오를 받고 꼭 하고 싶었다. 놓치면 영영 후회할 것 같은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맡아 온 청춘의 결기, 사회 초년생이 갖는 열정이 지난 직장 생활 7년 정도 한 20대 후반 지친 여성상을 그려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주종혁은 계나가 뉴질랜드에 마주치게 되는 유학원 동기이다. 계나만큼이나 한국이 싫어, 혹은 적응하지 못해 이곳에 온 인물이다. “시나리오 봤을 때 너무 하고 싶었다. 뉴질랜드는 실제 내가 유학했던 곳이라 누구보다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촬영 날 유학할 때가 생각났고 그 때의 공기가 내 몸속에 남아있는 걸 느꼈다"라고 전했다.
김우겸은 계나의 오랜 남자 친구 지명을 연기한다.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하며 소설에서는 조금은 지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일편단심 계나를 생각하는 인물이다. 또한 ‘한국’에서 나름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보통의 청춘을 연기한다. ”지명이 눈치 없을 정도로 낙관적인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게 저에게 필요한 면모다. 낙관적인 것도 필요하고 그 상황에 만족할 줄 아는 모습도 필요하다. '한국이 싫어서' 촬영 후 지명처럼 살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있고 점점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장건재 감독은 원작과는 다른 설정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극중에 등장하는 대학동창 경윤에 대해 “경윤은 계나에게는 잠깐 스쳐지나갈 수도 있는 인물이다. 영화 후반에 친구를 통해 연락을 받았을 것이다. 그동안 잘 지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친구의 죽음이라니. 아마 계나도 짐작은 할 것이다. 왜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좌절했을까. 제가 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이것도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경윤은 소설에서는 의전원 친구로 등장해지만 여기선 공시생으로 나온다. 한국인의 사망률 원인을 보면 20대 사망률이 자살, 40대는 암이란다. 그 두 케이스로 한국을 묘사하는 것이 특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원작의 배경이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바뀐 것에 대해서는 “뉴질랜드에서는 10년 주기로 큰 지진이 일어난다. 로케이션 헌팅을 갔을 때 이야기를 모으는 과정에서 한인가정 이야기가 추가되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장건재 감독은 “뉴질랜드가 한국보다 진일보된 사회이며, 그곳이 훨씬 좋다는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 것이 아니다. 계나는 계층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지만 가족이 있다. 평범한 여성이 한국 사회에서 갖고 있는 피로감이 엄청나다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하다. 계나의 선택에 주목해 줬으면 한다. 마지막에 계나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삶의 지반을 바꾸면서까지 시도하려고 했던 의지가 무엇인지, 그런 것을 잘 봐 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2015년 출간된 장강명의 피곤한 한국청년의 한국사회 고발극(소설)을 <한여름밤의 판타지아>와 티빙 <괴이>를 연출한 장건재 감독이 영화로 옮긴 <한국이 싫어서>는 28일 개봉한다.
[사진-모쿠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