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경쟁으로 진행하는 제21회 EBS국제다큐영화제(이하 ‘EIDF2024’)가 ‘페스티벌 초이스(경쟁)’ 섹션의 선정작과 함께 심사위원들을 공개했다. 올해 EIDF2024 경쟁작은 11작품으로, 영화제 기간 동안 5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의 본선 심사 결과 및 시청자·관객의 투표 결과에 따라 총 3천6백만 원 규모의 상이 수여될 예정이다.
‘페스티벌 초이스(경쟁)’ 부문은 한국 작품을 포함한 12개국의 다양한 주제, 특별한 형식과 스타일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 선정된 작품들의 경향을 꼽자면 무엇보다도 지역적 특수성에서 출발하여 보편성을 획득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개막작이기도 한 〈어떤 프랑스 청년〉은 ‘카마르그 투우’(Course Camarguaise)라는 프랑스 남부 아를의 전통 스포츠를 소재로 하지만, 점차 이민자 문제로 나아가며 정체성 문제와 인종차별을 짚어낸다. 〈탐욕의 식민 전쟁〉은 네덜란드와 인도네시아 사이의 식민-피식민 역사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식민주의, 인종, 권력의 문제를 오늘날의 쟁점으로 이끌어낸다. 일본의 풍경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담아낸 〈슬기로운 초등생활〉, 〈증발된 사람들〉 역시 지역적 질서가 어떻게 현지인들의 생활 습관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보편적이라 할 만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다룬 〈땅 아래 사람들〉은 처절한 상황 속에서도 피어나는 아이들의 우정과 연대를 보여 주며, 〈목소리들〉은 역사에 묻혀 있던 여성들의 존재를 재조명하며 여성주의 역사관을 새로이 정립한다. 또한 영화가 없는 마을에 극장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사실의 불빛〉은 아제르바이잔 버전의 〈시네마 천국〉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다. 청각 장애인 주인공의 난관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두 다큐멘터리 〈플라잉 핸드〉, 〈더 바이올린 메이커〉는 타자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작품이다. 자전적인 소재를 취함에도 더욱 넓은 층의 관객들과 공명할 만한 작품들도 있다. 대만계 미국인 감독의 가족사를 담은 〈석양의 빛: 디아스포라 이야기〉는 동아시아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모두가 공감할 만한 작품이다. 사라진 고모에 대해 파헤치는 과정을 담은 한국 작품 〈양양〉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지워져 온 여성들을 추적하며 사회적인 것을 향해 뻗어나간다.
신선하고 개성 있는 스타일과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통해 서로 다른 보편성을 얻어 내는 이 열한 작품들 중 본선 심사 과정을 통해 제21회 EIDF의 수상작이 가려질 예정이다. 대상(다큐멘터리고양상)에는 1,000만 원, 심사위원특별상에는 700만 원(2편), 심사위원특별언급에는 400만 원, 시청자상, 관객상에는 각 400만 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페스티벌 초이스(경쟁)’의 심사는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인 문성경 심사위원장을 필두로 캐나다 몬트리올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자 판리신 감독, EBS에서 주로 역사를 조명하며 인문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허성호 PD,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벤 멀린코슨 감독, 몬테카를로 TV 페스티벌에서 골든님프를 수상한 바 있는 이학준 감독으로 구성되었다. EIDF 사무국은 가급적 다양한 시선에서 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심사위원을 꾸렸다고 밝혔다.
총 5인의 심사위원들은 EIDF2024 영화제 기간 동안 경쟁 부문의 대상, 심사위원특별상 등을 시상하며 결과는 25일 폐막 이후 공개될 예정이다.
[사진=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