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연이 돌아왔다. 영화 <인간중독>의 종가흔과 드라마 <더 글로리> 연진, <마당이 있는 집>의 추상은에 이어 또 하나의 이름을 얻는다. 정윤선이다. <킬리만자로>와 <무뢰한>의 오승욱 감독이 내놓은 신작 <리볼버>에서 임지연은 의뭉스러운 술집마담 정 마담을 연기한다. 전도연의 카리스마에 전혀 위축되지 않고, 오승욱 감독의 느와르 세상에서 맘껏 활개친 임지연 배우를 만나 ‘리볼버’의 화약냄새에 대해 물어보았다. 

Q. 캐릭터 준비는 어떤 식으로 했는지.

▶임지연: "작품을 하게 되면 캐릭터에 대해 굉장히 많은 분석을 하는 스타일이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전사(前史)를 가지고 있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등에 대해. 그런데 이번 작품은 조금 달랐다. 그냥 느끼는 대로 연기를 했다. 현장의 공기와 수영(전도연)이 주는 에너지를 받고 용기를 낸 것이다. 처음엔 대단한 선배님들 사이에서 나 혼자 (연기를)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고, 불안했었다. 선배들 연기하는 것 보고는 처음으로 나도 현장에서 놀아볼까 생각하게 된 작품이다.” (결과는?) “나도 생각보다 감각적으로 움직이는 배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내가 연기한 윤선이란 캐릭터는 직설적이고 감정표현이 두드러지는 인물이다. 애교 섞인 말도 잘한다. 수영과 비교해선 더 그렇다. 선배님들이 저에게 '정윤선 자체‘라고 하셔서 그런 말에 용기를 낸 것이다.“

Q. 오승욱 감독 작품에서 전도연 배우와 연기한다는 것에 대해.

▶임지연: “'무뢰한'의 팬이었다. 오승욱 감독과 전도연 배우의 만남이니 그 분위기에 끼고 싶었다. 모범생 후배같이 감독님과 선배님께 이것저것 질문도 많이 하고, 한 수 배우고 싶었다. ‘연기가 무엇인가요?’ ‘어떤 표정 지어야하나요?’처럼. 그런데 감독님은 질문을 해도 대답을 잘 안 해 주신다. 그냥 '그건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라는 식이었다. 그래도 행복했던 현장이었다."

Q. 영화 제작보고회 때 전도연 배우와 공연하게 된 소감을 말하며 ‘한예종 전도연’이란 별명을 언급했는데.

▶임지연: "한예종 시절에 선배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서 엄청난 아우라를 느꼈다. 그 땐 난 독립영화들을 한창 찍을 때였다. 그 때난 ‘금오동 전도연’, ‘한예종 전도연’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배우고 싶은, 따라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랬던 것 같다. 전도연 선배가 걸어온 배우의 길을 너무 동경했다. 이번 작품 때 너무 행복했다. 선배님이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울 게 많았다. 그렇게 닮고 싶어 한 하늘같은 선배와 인물 대 인물로 현장에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Q. 현장에서 전도연 에너지를 느낀 경우는.

▶임지연: "같이 술(위스키)을 마시는 장면을 찍을 때였다. 카메라 세팅하는 동안 배우들이 어색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연기에 집중하느라 별말을 안 하셨다. 5분 정도 하수영이 되어 저를 가만히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 에너지를 잊을 수가 없다. 어제 그 때 일을 물어보니 기억을 못 하시더라. 그렇게 서로가 연기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Q. VIP시사회 때 <더 글로리>의 송혜교 배우도 참석했다.  

▶임지연: “그날 선배님이 손편지를 준비하셨더라. 너무 감동받았다. 다 끝나고 ‘글로리’팀이 다 왔더라. 인사하고 사진 찍고 즐거웠다. 다들 재밌게 봤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송혜교 선배님이 손으로 직접 쓴 편지랑 꽃다발을 주셨다. 너무 감동적이었다. '항상 너무 빛나는 지연이가 스크린에서도 빛나길 바란다'라고 했다. 글씨까지 예뻤다."

Q. ‘더 글로리’ 때의 박연진처럼 정윤선의 스타일링이 화려하다.

▶임지연: "출연 배우들 중 제 의상 피팅 시간이 제일 길었던 것 같다. 다들 무채색의 이미지인데 윤선만큼은 겉치장이 화려하다. 최대한 제 몸과 잘 어울리는, 라인이 많이 보이는 치마 종류를 많이 입었다. 하이힐에 양말을 매치한다거나 과감함 액세서리로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려고 했다.“

 

Q. 전도연-임지연이 그리는 여성 서사에 대해서.

▶임지연: “‘리볼버’에서 전도연 배우는 톱이고 저는 귀여운 서브 역할이다. 많은 분들이 여성의 케미가 재밌게 표현되었다고 하시니 기쁘다. 그걸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정윤선 캐릭터를 어떻게 보았는지. 어떤 과거를 가진 인물이라 생각했나.

▶임지연: "‘무뢰한'의 어린 김혜경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발랄하고 통통 튀는 김혜경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마담이다. 마담 생활을 꽤 했기에 살아오면서 많은 남자, 악인을 만났을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여자이기에 누군가에게 접근하고 돈을 뜯어내는 게 일상인 여자이다. 그러다가 하수영을 만난다. ’너도 나와 같은 과야‘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이다. 생각보다 쿨하고 멋있던 거다. 수영이 복잡해지는 순간, 윤선까지 복잡해져 버리면 서사가 굉장히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윤선은 드러나지 않게 자연스럽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톤 자체가 튈 수도 있는데 감독님을 믿고 연기했다. 첫 등장에서(교도소 앞) 셀카 포즈 취하는 장면은 미리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 후반부 산에서 겁에 질러 기어가는 장면도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다."

Q. 극중 임석용(이정재)과의 관계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임지연: “대본을 볼 때 그 관계를 잘 알 수가 없어서 감독님께 물어봤지만 명확하게 대답을 안 해주었다. 아마도 그녀를 스쳐간 수많은 남자 중에 임석용도 있었을 것이다. 특별한 의미를 주는 남자는 아니었다. 그리고 자기에게 대단한 비밀을 말해 주지는 않은 남자일 것이다. 수영과 위스키 마시면서 그런 이야기도 한다. ’에브리띵 좋아요.‘그냥 불륜녀에요.”

 

Q. 현장은 어땠는지.

▶임지연: “연기를 하면서 내가 감각적이고 본능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욕심도 많고 잘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래서 연기를 하면서 좌절도 많이 하고, 자책도 많이 하는 편이었다. 너무 자존감이 높은 것이다. 이번에 쥐뿔도 없는 윤선을 연기하면서 좀 더 나를 사랑하고, 현장에서 즐기면서 해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충분히 매력적인 배우니까. 그런 생각이 든 행복한 현장이었다.“

 

Q. 평소의 성격은. 

▶임지연: “자격지심이 많은 것 같다. 나는 많이 준비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스타일이다. 준비를 하더라도 100이 아니라 300, 500은 준비해야한다고. 그렇게 항상 준비를 많이 한다. 그랬던 것에 비한다면 이번 작품은 대단한 용기를 낸 셈이다. 내려놓기를 한 것이니. 영화를 보면서 좀 감동받았다. 저의 연기 말고, 저의 용기에 대해.”

Q. 자신이 출연한 옛날 작품을 다시 보는지.

▶임지연: “아마 자신이 연기를 제대로 못한 시절을 연기를 보진 않으려고 하는 배우들이 있을 것이다. 많은 배우들이 그럴 것이다. 그래도 난 좀 보는 편이다. 이번에 사극을 준비하며 예전에 출연했던 작품을 다시 봤다. 미칠 듯이 괴롭더라. 연기도 못했고, 잘 몰랐다. 사회성도 좀 떨어진 것 같고.”

Q. 임지연 배우가 생각하는 임지연 배우의 매력은?

▶임지연: “솔직히 말하면 저의 매력은 조각하지 않은 날 것의 매력? 다양한 색깔의 얼굴이 있는 것 같다. 착해 보이기도 하고 악해 보이기도 하고. 바보 같은 느낌도 있다. 남자 같은 느낌도 있다. 목소리 톤도 다양하게 낼 수 있다는 것이 배우로서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악한 연기가 재밌다. 어둡고 강렬한 연기도 좋지만 폭발적인 연기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찍고 있는 드라마(옥씨부인전)에서는 단아한 분위기이지만 예전과 다르게 표정은 더 자유롭게 쓰게 되더라. 기대해 달라."

Q. 공백 없이 연기활동을 이어간다.

▶임지연: “내 작품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없다. 쉬어가는 타임에는 연기공부 모임도 한다. 연기자를 꿈꾸는 친구, 동기들이랑 연기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연기는 계속하고 싶다. 상상을 많이 하고, 생각도 많이 하고, 관찰도 많이 한다. 욕심이 무한하다. 역할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매력 있는 캐릭터가 중요한다. 분량에 상관없이 영화를 계속하고 샆다. 극장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계속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

 인터뷰 중에 군 복무 중인 남친 이도현 이야기가 나왔다. 공개연애의 부담감에 대해 임지연은 "걸렸는데 어떻게 하겠나? ‘제가 연애 중이에요’한 것도 아닌데. 서로 엄청나게 응원한다. 좋은 친구이기도 하고 배우로서 서로 존경한다.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유쾌하게 대답했다.

 극중 윤선이처럼 ‘솔직하게 9개를 말하고, 하나를 감춰두는 것 같은’ 묘한 매력의 화법으로 인터뷰를 끌어간 임지연은 마지막에 “(인터뷰) 즐거웠나요? ‘리볼버’ 많이 사랑해 주세요.”라고 마무리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