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는 많은 장단편 영화들이 소개되고 있다. 내일의 한국영화를 책임질 영화인재들의 재기발랄한 작품들이 대거 선을 보이고 있는데 그 중에는 ‘코로나’가 휩쓸고 간 뒤 그 시절의 악몽을 스크린에 재현하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코리안판타스틱:단편3]에 묶여 소개된 송현범 감독의 <나쁜 피>도 그런 작품이다. <나쁜피>는 인구소멸의 위기에 처한 한국에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지고, 수혈을 받아야할 노인층(1100만)과 피를 제공할 수 있는 청년층(90만)의 수적 불균형이 초래하는 공포를 담고 있다. 송현범 감독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영화를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는지.
▶송현범 감독: “아저지 영향이다. 전쟁영화를 정말 좋아하시고 많이 보셨다. 특히 아버지와 함께 봤던 <공동경비구역 JSA>와 <쉬리>가 영화의 꿈을 꾸게 해줬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수많은 한국영화들과 함께 유년기를 보내며 영화의 꿈을 키워갔다. ”
Q. 부산 출신이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참관한 적이 있는지. 영상원은 어떻게 가게 되었나.
▶송현범 감독: “고등학교 때도 친구들과 영화를 찍으면서 놀았다. 영화감독의 꿈은 있었지만 영화과에는 갈 생각은 없었다. 서울에서서 영화현장을 경험하면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서 깊게 탐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상원에 간 것이다. 예술사와 전문사 과정을 거치며 영상원에 7년 정도 있었는데,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들을 많이 했다. 영화를 꿈꾸던 저에게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를 학교가 준 것 같다.”
Q. <나쁜피>는 '팬데믹 무비'이다. 시나리오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
▶송현범 감독: “일종의 서로 다른 계급(계층)이 재난 상황에 놓이면서 서로 얽히고설킨다. 그 상황에서는 서로를 완전히 배척할 수도, 그렇다고 완전히 의지할 수도 없다. 그런 아이러니를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대한민국에서는 ‘피(血)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뉴스를 보고 <나쁜 피>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Q. 같은 제목의 레오 까락스 감독의 <나쁜 피>는 보셨는지. 감독이 의도한 '나쁜피'의 의미는?
▶송현범 감독: “레오 까락스 감독님의 <나쁜 피>를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제목을 <나쁜피>로 지은 이유는 조금 다른 지점이었던 것 같다. 선의가 악의가 되고, 악의가 선의가 되어버리는 아이러니한 세계에서 과연 ‘무엇이 나쁜 피일까’하는 의미로 제목을 지은 것이다.”
Q. 제작과정에서 어려웠던 부분은?
▶송현범 감독: “제작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지점은 짧은 시간 안에 액션 씬의 많은 컷들을 소화해 내는 것이었다. 저보다도 스태프와 배우들이 너무 고생을 했다. 감독으로서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작품의 배경이 언제인지 정확히 설정을 하지 않았다. 곧 일어날 일인 것 같으면서도, 너무 근미래라 하기에는 세계관 설정이 조금 먼 지점에 있다. 세트를 만들 때도 그 중간의 시점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아주 좁은 공간에서 여러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는 이야기이다. 그 답답함과 공포감을 미술감독이 중심을 잡고 잘 만들어주신 것 같다.”
Q. 좀비 장면은 어떻게 찍었나. 요즘은 좀비 영화가 워낙 많아서 서로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송현범 감독: “전형적인 좀비의 모습은 피하려고 했다. 좀비의 움직임보다는 서로를 물어뜯는 감염체들이면서도,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존재임을 알고 서로 부둥켜안는 모양새를 보여주려고 했다. 잘 표현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사람의 살을 물어뜯는 좀비보다도 피를 필요로 하는 흡혈 좀비의 형태가 가장 큰 컨셉트였다.”
Q. 배우들 캐스팅은 어떻게 진행했는지.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은?
▶송현범 감독: “홍화연 배우님의 오랜 팬이었기 때문에 시나리오가 완성되자마자 연락드렸다. 배우들이 뛰는 장면이 많고, 피를 묻혀야하는 장면이 많았다. 그런 부분이 힘들었다.”
Q. 부천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고, 관객을 만나게 된 단상은?
▶송현범 감독: “부천영화제는 몇 년째 도전하면서 꼭 가보고 싶었던 꿈의 영화제이다. 제 작품 말고도 다른 감독님의 작품들을 보면서, 영화를 좋아했었던 수많은 지점들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Q. 준비 중이거나 만들고 싶은 작품이 있는지.
▶송현범 감독: “예전부터 꿈꾸고, 써왔던 남북관계 소재의 장편과 스릴러 장편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다. 현재 고치고 있는 단계이다. 그리고 학원물 독립장편을 연출할 예정이다.”
Q.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가 있는지. 좋아하는 감독이나 스타일이 있다면.
▶송현범 감독: “어릴 때 봤었던 영화들 <공동경비구역 JSA>, <쉬리>, <간첩 리철진> , <고지전>, <의형제>, <베를린>을 수도 없이 반복해서 보면서 영화감독의 꿈을 꿨다. 그래서 그런지 남북관계 소재와 스릴러, 액션 장르를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류승완 감독님과 장훈 감독님의 정말 오랜 팬이고, 그들과 닮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