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녀시대’(15)와 ‘안녕, 나의 소녀’(‘17), ’나의 청춘은 너의 것‘(20)‘,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21) 등으로 한국에 소개된 대만 여배우 송운화(宋芸樺,숭윈화/Vivian Sung)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주 막을 올린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의 ‘부천초이스:단편 & 코리안판타스틸:단편’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것이다. 심사로 바쁜 일정에 잠깐 인터뷰 시간이 주어졌다. 송운화 배우는 디즈니플러스의 <타이완 크라임 스토리즈>의 ‘악유인력’(惡有引力)편과 대만 청춘배우들이 총출동한 넷플릭스 <차시차각>(此時此刻)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2021년, 프랑스영화 ‘For My Country’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 송운화는 한국어를 열심히 익혀 드디어 한국영화도 한편 찍었다. 그 이야기도 함께 들어보았다.
Q. 한국영화 <아무도 모르는 집>에 출연했다. 어떤 작품인가.
▶송운화:“첫 번째 한국 작품이어서 긴장을 많이 헀다. 한국어도 완벽하지 않은 상태여서 대사를 이해하는 것이 힘들었다. 2~3개월 동안 대사를 숙지하려고 노력했다. 톤을 맞추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 한국어 선생님과 한국배우의 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준비과정이 끝나고 촬영에 들어가서는 신이 났다. 물론 현장에서 프로듀서와 감독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영화는 스릴러 장르이다. 이전에 내가 해왔던 연기, 예를 들면 <나의 소녀시대> 같은 작품과는 다르게 가져가야했다. 나에겐 도전과제였던 셈이다. 그 작품에서 ‘리화’라는 인물을 연기한다. 1990년대가 시대적 배경이다. 그 인물이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걷고, 어떻게 말할지 연구를 많이 했다. 부유한 집안 출신이고, 할머니가 한국인인데 리화가 어릴 때 돌아가셨다는 설정이 있다. 유튜브를 통해 당시의 영상을 보며 연구했다. 할머니가 어린 시절 돌아가셨기에 이 인물의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다. 어쩌면 저와 그런 공통점이 있는 셈이다. 리화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인데 주인공을 만나고, 그런 과정을 통해 개방적인 사고를 갖게 된다. 일종의 돌파구를 찾는 이야기이다.”
Q. 이번에 심사위원으로 부천을 찾았다. 이전에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는지, 배우로서 남의 작품을 평가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떤 점을 세밀하게 볼 예정인가
▶송운화: “대만에서 단편영화 심사위원을 맡았었다.(金片子大賽/Taipei International Golden Ghort Film Awards) 해외에서 이렇게 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은 처음이다. 어제 작품을 몇 편 봤는데 큰 인상을 받았다. 나도 대학시절 단편영화 공모전에 참여한 적이 있기에, 그들이 얼마나 영화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를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연기와 영화에 대한 사랑을 단편에서 찾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편영화에 담긴 이야기와 창작자의 창의력에 감동 받았다. 그런 정신을 담은 작품을 찾으려고 한다.”
Q. 혹시 본인이 처음 상을 받았던 때를 기억하는지. 그때 심정이 어땠는지 회상한다면.
▶송운화: “생각해보니 2015년 금마장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때이다. 가장 소중한 기억이다. 그 때가 스물두 살 무렵이었다. 다른 작품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동료가 전해주었다. ‘말도 안 돼’라고 말했었다. 그런 큰 영화제에 참석할 수 있다니. TV로만 보던 대배우들을 만나다니.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 뒤로 규모와 관계없이 후보로, 또는 시상자로 많은 시상식에 참여하며 아티스트와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함께 모이는 순간을 즐겼고, 그 경험들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 이번 부천영화제 개막식에서도 보고 싶었고, 말을 한 번쯤 걸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송운화가 <나의 소녀시대>로 주연상 후보로 올랐던 그해 금마장 여우주연상 후보는 쟁쟁했다.
임가흔(백일고백), 장애가(화려상반족) 서기(자객습은랑), 조도(산하고인)와 경쟁했고, 결국 트로피는 임가흔에게 돌아갔다.
Q. 다양한 장르의 대만영화가 한국에도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대만영화가 해외에 존재감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느끼는지.
▶송운화: “영화를 통해 다른 문화와 인류들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의 배경과는 무관하게 말이죠. 영화는 계속해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라고 생각한다. 제가 출연한 영화가 한국에 소개되어 많은 것을 함께 나눌 수 있어 영광이다. 거기에 영화의 아름다움이란 게 존재한다고 본다. 나는 프랑스에 산 적이 없지만 프랑스영화에 출연했었다. 그런 영화적 경험을 통해 프랑스와 프랑스 문화를 이해하고,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같은 이유로 지금도 한국영화와 한국드라마를 많이 본다. 그래서인지 한국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한국 드라마와 한국 영화를 즐겨보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Q. 송운화 배우의 인스타그램을 보니 부천에 와서 삼겹살도 먹고, 한국문화를 경험하는 것 같더라. 한국영화와 한국드라마를 보면서 실제 느낀 점이 있다면.
▶송운화: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한 것처럼 인스타나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 뭔가를 스스로를 표현하고 있지만 어쩌면 그것은 정보과잉일 수도 있다. 표피만 보는 측면이 있다. 영화를 볼 때는 좀 더 관찰할 수있다. 스토리나 주제에 대해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세부적으로, 여러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영화를 본다면 한국콘텐츠의 독특한 시선이 인상 깊다는 생각이 든다. <기생충>을 보기 전에도 한국을 왔었다. 그 때는 서울과 부산에서 일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기생충>을 보며 한국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늘 보던 아름다운 주거지 이면에 있는 한국인들의 모습, 상이한 사람들을 보게 되었고, 그런 삶의 방식이 놀라웠다. <파묘>도 그렇다. 이런 요소가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 대만과 비슷하며 다른 점이 있다. 영화를 통해 확실히 한국문화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
Q. 해외 유학을 준비 중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앞으로의 인생계획은?
▶송운화: “18살 무렵, 대학생 때 영화산업에 들어왔고, 10년 이상 연기자로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 시점에서 깨달은 것은, 나를 위해서는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줄곧 고민한 것이다. 사실 저는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무언가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코로나시기를 거치면서 사랑하고,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목도하였다. 인생이란 것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이 지구상에서 삶을 영위하면서, 여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즐겨야한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무언가가 저를 두렵게 만든다고 해도 그것을 경험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오늘 이 인터뷰 자리에 오면서 두려웠다. 해외매체와 처음 하는 영어인터뷰이기 때문이다. 이것도 나에게 주어진 하나의 도전과제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을 거쳐 연기에 대해 영감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여정이라고 생각하고 즐기려고 한다.”
[사진=쑹윈화인스타그램/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