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가 ‘1960년, 격동의 대한민국’을 정면에서 다룬 시대극 <삼식이 삼촌>이 막을 내렸다. 송강호, 변요한, 이규형, 진기주, 서현우, 유재명 등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티파니 영이 ‘올브라이트 재단’의 레이첼 정을 맡아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롤을 미스터리하게 펼친다. ‘소녀시대’의 멤버였던 티파니 영(황미영)을 만나 정치드라마를 연기한 소감을 들어보았다.
Q. <삼식이 삼촌>을 끝마친 소감은.
▶티파니: “촬영을 끝낸 것이 1년이 채 안 된다. 꿈만 같다. 영화관에서 본 것은 처음이라서 아직도 ‘입력 중’이다.(최종화는 극장에서 단체관람했다고 한다) 다음에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빨리 좋은 대본을 만나고 싶다. <삼식이 삼촌>은 다시 생각해도 멋진 현장이었고, 최고의 선배였고, 최고의 파트너를 만난 감사한 시간이었다.”
Q. 오디션을 보고 합류한 것인가?
▶티파니: “대본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어디서 하는지 ‘헌트’해서 찾아냈다. (그때까지 나온 대본에는) 레이첼이 등장하지도 않았다. ‘바에서 노래 부르는 싱어라도 할 수 있어요’ 그랬다. 레이첼이 등장하자마자 ‘이건 내거야’라고 생각했다. 작품의 배경이 1960년이다. 할아버지나 부모님 세대이다. 당시 그분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했고, 저의 DNA를 이해하고 싶었다. 내 성향과 본성이 어디서 나올까 궁금했다. 대본을 읽고 반하게 되었다. 김산이라는 인물이 매력적이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난다. 자신의 목적에 설레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그런 인물 사이에 레이첼로 투입되는 게 너무 좋았다.”
Q. 극중에서 박두칠(송강호)은 레이첼을 계속 ‘복어’라고 말하며 꺼려한다.
▶티파니: “복어 공부 많이 했다. 위키 많이 찾아봤다. <거미집>할 때 ‘여우 같은~’이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복어 같은~’은 획기적인,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와우! 그래서 공감하며 위키 찾아봤는데 매력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뜨거운 열이 닿아도, 남을 해칠 순 있지만 자신에게는 해가 없다고 한다. 모두가 처음 들어보는 성질이었다. 그래서 설렜다. 그리고 사실 저는 복어 같지 않아요. 곰이에요. 너무 투명하고 솔직한 편이어서. 복어 같아지고 싶어요. ‘내 꿈은 복어’라고 해도 괜찮아요.”
Q. 송강호 배우가 맛깔스럽게 대사를 친다.
▶티파니: “그 신을 글로 봤을 때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김산에게 접근할 때 톤앤매너가 잘 잡히는 키워드였다. 글로 봤을 때도 선배의 에너지가 느껴졌고, 신으로 봤을 때도 재밌게 나온 것 같다. 즐거웠다. 촬영감독이 잘 담아주셨다. 카메라 움직임으로 제 눈빛이 담겼다고 생각한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Q. 올브라이트 재단 관계자이고, 교포 역할이라서 영어 연기가 쉬웠을 것 같다.
▶티파니: “이번 연기가 두 번째이다. 가장 가깝게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다양한 연기, 영어 안 하는 ‘황미영다운’ 대본을 만나보고 싶다. 부족하더라도, 연기와 스토리텔링은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가수는 제 목소리에 맞는 직업이지만, 배우는 다 같이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그런 작품을 만나고 싶다.”
Q. 대사가 한국어와 영어가 섞여있다. 대본대로 한 것인지.
▶티파니: “애드립에 약한 편이다. 대본은 한국어로, 괄호에 영어가 쓰여 있었다. 작곡과 작사를 한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글쓴이의 의도를 최대한 살려내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감독님의 한글 대본을 좋게 만들 수 있을까. (영어대사를) 만들어서 컨펌 받았다. 감독님과 변요한 배우가 시간 내주어 감사하다. 현장을 무대라 생각하고, 라이브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많이 하고 갔다.”
Q. 자신의 DNA를 찾아볼 것이라고 했는데.
▶티파니: “1960년대를 알고 싶어서 공부했다. 그러다보니 그 전 시대도, 70년대도 공부했다. 최근 시대극에 관심이 많아졌다. <재벌집 막내아들>할 때도 리서치가 많이 필요했다. 이 시대, 이 배경에서는 할아버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리액션을 했는지 많이 알게 되었고, 배웠다.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 작품이 끝나고도 많이 찾고 있다. 공부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알아내야죠.”
Q. 레이첼과 김산의 베란다 장면에 대해서.
▶티파니: “대본이 너무 좋았다. 오래오래 길이길이 기억하고 싶다. 쿨하게 접근하고, 둘이 해피엔딩을 맞는 캐릭터여서 너무 좋았다. 감독님이 엔딩을 쓸 때 레이첼이 그곳(경부고속도로 기공식)에 왜 있을까 생각했었다. 서로를 ‘서포트’하는 것이고, 여성을 통해 뭔가를 이뤄낸다는 게 제 내면으로 좋았던 것 같다. 해피한 메시지를 갖고 있다.”
Q. 김산과의 관계에서 주여진(진기주)은 어떤가.
▶티파니: “각각 1막과 2막의 여주라고 생각했다. 60년대 알기 위해 노력했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와 미래가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성 캐릭터가 딱 둘인데 절대적으로 존중하고 보호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제작발표회 때 내내 나는 아무 분량이 없는, 의미 없는 여자처럼 보이려고 쿨하게 있었다. (기자에게는) 5부까지가 미리 공개된 상태였다. 전 7부에서 등장하니. 그래서 최대한 주여진 캐릭터를 응원하고 존중하고 싶었다. 매력적인 대본이었다. 주여진 내레이션 장면을 대본을 읽었을 때 이런 대사를 하는 기분이 어떨까 생각했다. 전 모든 캐릭터에 진심이었다. 그런 캐릭터에 빠져서 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
Q. 청우회 멤버들은.
▶티파니: “안기철(오승훈)은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캐릭터이다. 사실 다른 청우회 멤버들 토론을 보면 다들 서로 감추고 있는 인물이다. 레이첼은 여성으로서 더 감추고 있지 않을까. 안기철과 티파니는 추가된 신이다. ‘나도 선택권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출연하는 신이 많지 않지만 매 순간이 ‘엔진처럼’ 밟고 나가는 장면들이다.”
Q. 변요한 배우와의 연기호흡은 어땠는지.
▶티파니: “나는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다. 리허설 시간을 많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덕분에 레이첼이 멋있는 인물이 된 것 같다. 김산, 삼식이 삼촌이 멋있다고 생각한 만큼. 좋은 파트너였다. ‘소녀시대’ 멤버들이 예능에 출연한 것을 보면서 나는 (에너지나 노하우를) 흡수한다. 연기를 잘 만들어내는 배우를, 내 눈 앞에서 4개월 동안 함께 했다. 레이첼과 김산은 왜 좋아할까.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키스 장면은 액션 씬 찍듯이 촬영했다. 감독님 디렉션과 (변)요한 배우 덕분에 꼼꼼하게 완성된 것 같다. 여러 버전으로 찍었다. 뮤직비디오를 많이 찍어봐서 어떻게 하면 이 장면이 진지하게 나올지 잘 안다. 서로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장면이다. 진정성 있게 바라보기에, 그것에서 오는 교감이 크지 않았을까. 그렇게 준비했다. 누군가 나를 믿어주는 것만큼 큰 힘이 되는 것은 없다.”
Q.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도 ‘레이첼’이었고, 이번 작품에서도 ‘레이첼’이다.
▶티파니: “‘레이첼’은 대게 매력적인 이름인 것 같다. <프렌즈>에 나오는 레이첼(제니퍼 애니스턴)을 좋아하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 중에 레이첼 맥아담스가 있다. 그녀의 얼굴과 이름이 매칭이 잘 되는 것 같다. 소녀시대 멤버가 ‘넌 이제 레이첼 컬렉터가 될거야’라고 했었다. 티파니 이름 옆에 레이첼이 붙는 것이 좋다. <삼식이 삼촌> 오디션 할 때 구두와 전자담배를 들고 갔었다. 윤팔봉 선배가 ‘정말 레이첼 같이 생겼네요’ 했다.” (시대극에 전자담배는 왜?) “레이첼이 담배를 피니까. 도구가 있으면 연기가 쉬어진다. 대본에 대한 열정이 있다.”
Q. 2021년에 이어 다시 뮤지컬 <시카고>에서 록시 하트로 돌아왔다.
▶티파니: “그동안 연기가 많이 늘었다. 음악도 연기도 무언가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두려움보다는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고의 선배 파트너와 매일 호흡하는데 내가 부족하면 어떡하지. 난 늘 부족할 것인데. 날 만드는 것은 현장이다. 좋은 스토리, 좋은 현장, 좋은 선배님에게 기대며 배우면서 좋은 배우가 되는 것 같다. 저는 연습이나 체력은 1등이라고 생각한다. 빨리 흡수하고, 그것을 펼치는 스킬을 보여주려고 한다.”
Q. 할리우드 진출 계획은?
▶티파니: “저는 케이팝을 통해 좋은 경험을 했기에 언어가 무엇이든, 무대가 어디든 상관없이 좋은 스토리, 좋은 메시지라면 언제든지 하고픈 마음이다. K시네마 좋아한다. 송강호 선배 팬이었고. 오디션 2주 전부터 ‘1일 1송강호필름’ 보는 것이 숙제였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 너무 좋아한다. 할리우드 진출도 좋지만 좋은 스토리. 좋은 리더를 만나는 게 저의 꿈입니다.”
“티파니 하면 해피하고 기분이 좋아지고, 에너지를 받는다는 좋은 이미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티파니가 선택한 것이라면 나도 봐야지’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제 2막을 만들어가고 있다. 레이첼과 록시로 다시 만날 수 있어 너무 감사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어떤 형태가 되었든 좋은 모습으로 만나고 싶습니다.”
[사진=써브라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