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 즈음이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는 '책을 사랑하고, 작가를 아끼고, 미래를 꿈꾸는' 자들이 집결하는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책의 제전이 펼쳐졌다. 66회째 이어진 올해에는 총19개국 452개의 참가사가 모여 전시, 강연, 세미나. 이벤트 등 450여 개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올 도서전 주제는 '후이늠'이다. '후이늠'은 영국작가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가 네 번째 여행지에서 만난 나라이다. 주로 '소인국' 과 '거인국' 편만 축약되어 읽히는 <걸리버 여행기>는 '하늘을 나는 섬나라', '말의 나라' 이갸기가 이어진다. 아동용 도서로 인식되지만 <걸리버 여행기>은 엄연히 18세기 영국의 정치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한 성인용 우화이다. 도서전 첫날에는 <걸리버 여행기>를 엣 한글의 맛을 살려 개정한 김연수 작가와 강혜숙 그림책 작가의 '후이늠' 강연도 진행되었다. 도서전을 돌다보면 독자들은 400권의 큐레이션 도서와 함께 걸리버의 발자취를 따라 저마다의 ‘후이늠’을 그려볼 수 있다.
후이늠 부스 옆에는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이 전시되어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독창성, 심미성, 차별성 등의 다양한 가치를 겸비하고 있는 한국 책을 발굴,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총 4개 분야에 걸쳐 선정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BBDK)’,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BBCK)’,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BBPK)’, ‘한국에서 가장 지혜로운 책(BBWK)’ 총 40종의 도서를 특별 전시로 선보인다. 올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는 <2666>(로베르토 볼라뇨,열린책들), <리플리>(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을유문화사), <한국퀴어영화전집 – 영문판>(이동윤,활동사진) 등이 선정되었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개막과 동시에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신간 도서를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프로그램 〈여름, 첫 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네 번째 선보이는 <여름, 첫 책>에서는 <365일, 최재천의 오늘>(이음), <그린 레터>(다산북스), <금빛 종소리_김하나의 자유롭고 쾌락적인 고전 읽기>(민음사),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문학동네), <파랑을 가로질러>(시절), <아무튼, SF게임>(위고), <음악소설집音樂小說集>(프란츠), <춤을 추었어>(안그라픽스), <폐월; 초선전>(은행나무출판사), <한밤의 읽기>(스위밍꿀) 등 SF 소설부터 강연, 게임, 고전, 무용, 앤솔로지, 역사물, 음악, 칼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와 소재를 넘나드는 열 권의 책이 독자에게 첫 인사를 올렸다.
서울국제도서전은 '국제'도서전인만큼 해외의 출판경향과 각 나라가 자랑하는 책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올해 도서전 주빈국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선정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부스에서는 도서 전시와 함께 독특한 문화유산과 예술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노르웨이와 오만이 나란히 스포트라이트 컨트리로 선정되어 자국의 도서를 소개한다.
해마다 서울국제도서전을 찾는 대만은 올해도 단단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그 옆에는 태국이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올 도서전에서는 아랍 작가로는 최초로 2019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오만의 조카 알하르티, 15년 만에 신작 ‘사라진 것들’을 출간한 앤드루 포터, ‘H마트에서 울다’의 저자인 미셸 자우너 등의 강연도 열렸다.
전시장 한 쪽에서는 대원씨아이가 마련한 일본의 인기 만화가 모리 가오루(森薰)의 '신부 이야기' 부스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신부 이야기'는 19세기 타림분지에서 카스피해에 이르는 중앙아시아 5개국을 배경으로 여러 민족의 일상과 풍속을 그린 옴니버스 만화다.
한편,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43.0%로, 10명 가운데 약 6명이 1년에 책 한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들이 독서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4.4%)’, 그리고 ‘책 이외 매체(스마트폰/텔레비전/영화/게임 등)를 이용해서(23.4%)’라고 답했고, 학생들은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31.2%)’였고 이어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서(20.6%)’라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