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킹키부츠>가 돌아왔다. 미국의 팝스타 신디 로퍼가 작사 작곡을 맡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키부츠>는 201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무대를 가진 뒤, 2014년 한국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2년 주기로 한국의 뮤지컬 팬을 찾고 있는 것이다. 블루스퀘어로 돌아온 2020년 시즌 공연에서도 여전히 아찔한 하이힐을 신고 ‘세상의 편견’에 맞서 ‘자신의 정체성’을 내보인다.
<킹키부츠>는 CJ E&M 공연사업본부가 브로드웨이와 손잡고 만든 작품이다. <뉴시스>와 <카사 발렌티나> 등을 쓴 하비 파이어스틴의 극본에, 그래미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등을 휩쓴 전설적 팝 아티스트 신디 로퍼가 작사와 작곡을 맡았다. 2012년 연말 트라이아웃 공연을 가진 뒤 곧바로 브로드웨이 데뷔 공연을 성공시킨 ‘킹키부츠’는 토니상을 휩쓸며 격찬을 받았다.
<킹키부츠>의 내용은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맞춰 새로운 니치 마켓을 개척하는 젊은 구두공장 오너의 이야기이다. 찰리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뜻하지 않게 영국 노샘프턴의 오래된 제화공장 ‘프라이스&선’을 물려받는다. 하지만 수제 신사화의 시장은 악화일로, 공장은 폐업 위기에 처한다. 위기의 순간에 우연히 드랙퀸 ‘롤라’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드랙퀸’과 화려한 ‘레드슈즈’의 세상으로 달려간다. 찰리는 롤라의 도움으로 여장남자들이 공연무대에서 편하게 신을 수 있는 ‘킹키부츠’를 만들기로 한다. 과연 보수적인 사회에서 드랙퀸의 킹키부츠가 받아들여질까. 위대한 부츠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신나는 음악과 화려한 패션과 함께~.
이번 시즌에서는 이석훈-김성규가 망해가는 공장을 물러 받은 찰리, 박은태-최재림-강홍석이 자의식 강한 드랙퀸 롤라, 김지우-김환희가 명량하고, 쾌활하며, 흥겨운 로렌, 고창석-심재현이 보수적인 구두공 돈 역으로 멀티 캐스팅되어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킹키부츠’의 이야기는 영국에서 있었던 실제 이야기를 다룬다. 1980년대 영국 노샘프턴의 수제화 공장들이 저렴한 신사회의 공습으로 경영악화가 계속되고 대부분 폐업한다. 유일하게, 그리고 힘겹게 남아있던 W.J. Brooks 공장의 스티브 팻맨은 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뮤지컬처럼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 이 이야기는 BBC에서 다큐로 만들어지고, 영화로도 제작된다. 그 이야기를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만든 것이다.
‘드랙퀸’이나 ‘킹키부츠’ 등 다소 이색적인, 혹은 낯선 소재의 이야기가 시즌을 거듭할수록 편안한 인간의 이야기로 접근한다. 작품에서는 “남자이든, 여자이든, 혹은 그 중간에서 아직 결정을 못 내린 분들”이라는 말을 몇 차례 한다. 구두공장 오너인 찰스도, 권투보다 춤을 더 좋아하는 롤라도 성장의 과정에서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 길이 익숙했던 자신의 길이든, 알 수 없는 미래의 길이든 소중한 결과를 안겨준다는 점에서 <킹키부츠>는 누군가에겐 인생의 지침서가 될 듯하다.
오리지널 스토리의 주인공 스티브 팻맨의 구두공장은 어떻게 되었을까. 100년을 이어온 전통의 수제구두, 시대의 격랑 속에서 ‘니치 마켓’을 개척한 신발가게도 결국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제는 그 화려하고도,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도전만이 신나는 신디 로퍼의 노래로 남은 셈이다. 보면 볼수록 신나고, 즐겁고, 자리에서 벌떡 일으나게 만드는 뮤지컬 <킹키부츠> 2020시즌 공연은 11월 1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계속된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 뮤지컬 '킹키부츠' 공연/ CJ ENM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