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서울 명동 롯데 에비뉴엘에서는 한국 3D 영화 한 편의 기자시사회가 진행되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휘황찬란한 판타지 3D ‘아바타’ 이후 수많은 3D영화가 쏟아졌다. 사극, 애니메이션, 액션, 호러, 에로 등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3D영화는 일단 제작비가 일반 영화에 비해 비싸다. 3D카메라도 널리 보급되지 않았고 3D영상 조작에 대한 경험이 미숙하기에 전체 제작비가 높을 수밖에. 그런데 이날 개봉된 영화의 순제작비가 7천만 원이었단다. 일반영화도 아닌 극영화가, 일반영화가 아닌 3D영화가 말이다.
물고기는 현재 대학원에서 영상을 공부하는 박홍민 감독의 극영화 데뷔작이다. 2년 전 가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되었고 시민평론가상을 받았다. 그리고 잇달아 해외영화제에 초청되어 꽤 많은 호평을 받았다. 영화 물고기에 대해 감독은 전라남도 진도 씻김굿에 관한 사진 한 장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라고 밝혔다.
영화는 대학교수인 남자(이장훈 분)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내를 찾아 길을 떠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는 흥신소 직원(김선빈)으로부터 아내(최소은)가 무당이 되었다는 소리를 전해듣고는 믿을 수가 없었다. 남자는 흥신소 직원과 함께 아내를 찾아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남편은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흥신소 직원의 행동도 이상하고, 아내의 반응도 기이하다. 3D안경을 통해 보는 이 영화는 섬을 둘러싼 안개만큼이나 기이하다. 관객들은 조금씩 남편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감독은 불확실성 속에 자신을 찾아가고 세상을 이해하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를 펼치는 것이다. 마지막에 관객들에게 깊은 충격을 줄만큼의 반전을 안고 말이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박홍민 감독은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제 72호인 전라남도 진도 씻김굿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고 영화를 통해 형상화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상공부를 하며 3D에 대해 접하게 되었고 관련컨퍼런스를 쫓아다니면 3D를 독학하다시피 했단다. 영화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작품을 보듯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많은 것이 닫혀있고, 관객들이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은 한없이 열려있다. 박 감독은 이런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삶에 대해 더 많은 사유를 할 수 있기를 원하는 듯했다.
박홍민 감독의 저예산 3D영화 <물고기>는 이달 31일 개봉된다. 충무로 액션블록버스터 '베를린'과 같은 날 개봉되기에 실제 상영관 찾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
섬으로 사라져 무녀가 되어버린 아내 지연 역의 최소은. 영화에서는 대사가 한 마디도 없다.
남편 전혁 역을 맡은 배우 이장훈. 아내를 찾아 섬으로 들어서면서 세상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흥신소 직원 역을 맡은 김선빈.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했고 언젠가는 연출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