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토) 오후 10시 25분 KBS 1TV <다큐 온>에서는 미국의 담배소송에 대해 알아본다.
1994년 5월 12일. 미국의 금연 운동가이자 학자인 스탠튼 글란츠 교수의 연구실로 5천 페이지가 넘는 문건이 도착했다. B담배회사의 기밀이 담긴 내부 문건이었다. 이 문건에는 담배회사가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알고 있으면서 더 중독적인 제품을 만들었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영화산업을 이용하고 정치적인 로비활동을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글란츠 교수는 이 내부 기밀문건의 내용을 분석해 미국 의사협회지(JAMA)에 발표했고, 이후 미국 담배 소송의 판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개인뿐 아니라 주 정부가 담배 소송에 뛰어들면서 천문학적인 배상금이 오가는 전쟁터가 되었다.
1999년 국내에서도 담배 소송이 제기된다. 폐암, 후두암 환자 6명과 가족들이 담배 소송을 제기, 2014년 대법원판결까지 갔지만 원고 패소로 끝났다. 같은 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시작하며 국내 담배 소송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에서는 전자담배 피해로 인한 소송이 잇따르며 새로운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담배 소송 과정이 우리 사회에 남긴 것은 무엇일까. 국내외 담배 소송을 통해 밝혀지고 있는 진실들과 담배 소송이 가져온 변화를 확인해 본다.
▶흡연 폐해의 책임은 누구에게? 국내 담배 소송
1999년 우리나라에서도 담배 소송이 제기됐다. 폐암 환자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 이어 12월에는 폐암, 후두암 환자 6명과 가족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첫 집단소송은 무려 15년에 걸친 긴 법정 싸움을 이어갔는데, 2014년 대법원은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국내에서 폐암 환자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은 3건인데 모두 담배회사의 승소로 끝이 났다. 그런데 2014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3개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2003년~2012년까지 폐암, 후두암 환자에게 지급한 진료비 약 533억 원을 담배회사가 배상해야 한다는 소송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 소송을 제기한 이유와 담배 소송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담배 없는 세대’는 가능할까?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자리한 인구 6만 명의 도시 브루클라인. 2021년부터 이 마을에 새로운 조례가 시행 중이다. 2000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에게는 담배와 전자담배를 판매할 수 없는 일명 ‘담배 없는 세대’ 법이다. 2018년부터 청소년 전자담배 사용률이 급속히 늘자, 주민들이 직접 제안했고, 주민투표를 거쳐 시행되고 있다. 담배 판매업자들이 반대하며 소송을 걸었지만 2024년 3월 고등법원이 조례를 승인했고, 이후 인근 도시에서도 조례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리딩 마을에서는 ‘담배 없는 세대’ 조례 추진을 앞두고 주민 의견을 듣는 공청회가 열렸다. 미래세대 전체가 담배를 구매할 수 없게 되는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할까? ‘담배 없는 세대’ 법을 통해 담배와 담배회사의 전략에 대해 사람들의 인식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