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방송영상콘텐츠마켓 2020(BCWW 2020)이 어제부터 온라인 방식으로 열리고 있다.
‘콘텐츠, 뉴노멀 시대를 디자인하다(Content, Designing the New Normal)’를 주제로 열리는 올해 BCWW는 국내외 방송산업관계자들에게 포스트코로나와 뉴미디어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인사이트와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해 줄 다양할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오늘 낮 진행된 특별세션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를 드라마로 리메이크한 투모로우 스튜디오(Tomorrow Studios)의 마티 아델스타인(Marty Adelstein/마티 애들스틴) 대표가 한국과 일본의 IP발굴 과정에 대해 소개했다. 마티 아델스타인은 <설국열차> 전에 <프리즌 브레이크>, <아쿠아리우스>,<한나> 등을 만든 베테랑 TV제작자이다.
마티 아델스타인 대표는 ‘뉴노멀 시대, 아시아 방송 콘텐츠 르네상스의 도래’( Adapting Asian IP for the international market)라는 주제로 글로벌 미디어업계 웹진 ‘C21 미디어’의 마이클 피카드 편집자와 대담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사전 녹화방송으로 진행되다.
본격적인 대담에 앞서 아델스타인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제작현장이 셧다운 되면서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 덕분에 보유하고 있는 작품이 많이 팔렸다. 제작 일정도 없었다. 운이 좋은 셈이다.”면서 “<카우보이 비밥>이 2주 전에 다시 제작에 들어갔고, 로즈 번이 출연하는 <피지컬>은 11월부터 제작에 들어간다. 마무리를 며칠 앞두고 중단된 <설국열차> 시즌2도 곧 촬영이 재개된다.”고 밝혔다.
코로나여파에 대해서는 “방역대책을 철저히 세워야한다. 엄청 돈이 많이 들 것은 확실하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군중 씬은 최대한 줄일 것이고, 상호작용도 줄이며 안전 위주로 제작을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설국열차, 오래 달릴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의 실사판 영화 <설국열차>는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미국 TNT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미드 <설국열차>에 대한 뒷이야기도 펼쳤다.
“봉감독의 원작영화 팬들이 상당했기 때문에 미국 시청자에게 낯선 작품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드라마가 중심에 있고, 일단 재미있기 때문에 시청자의 주목을 받았다. 시즌2는 더 재밌다.”고 강조했다.
<설국열차>는 프랑스 그래픽노블이 원작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로 유명해지면서 드라마로 만들어졌는데 그 과정에 대해서도 밝혔다.
“과정이 정말 흥미진진했다. 결국 인내가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아내와 같이 원작영화를 보다가 TV쇼(드라마)로 만들겠다고 그랬다. 가져올 게 넘쳐난다고 생각했다. 그때 드라마 권리는 와인스타인컴퍼니가 갖고 있었다. 협상과정이 길었지만 결국 이겼다. 각색한 버전도 2개나 된다. 그런데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다시 시작했다. 원래 힘들수록 성공하는 법이다. 마음과 영혼을 쏟아 부었다.”
마티 아델스테인 대표는 파일럿 제작 과정에서 바뀐 것에 대해 “쇼의 에피소드가 너무 띄엄띄엄 이어졌다. 그래서 에피소드의 성격을 강화시켰다. 그리고 좀 더 계획적인 결말이 이뤄지도록 했다. 시리즈가 될 수 있도록 캐릭터도 좀 바꿨다. 기차 안이라는 공간에서만 이뤄지는 작품이기에 숨 막혀 보이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 아름다운 기차를 35칸 만들었다. 끝나고 나면 호텔로 써도 될 정도로 멋있었다.”
영화를 만든 봉준호 감독의 영향은 어느 정도 미쳤을까. “봉준호 감독이 천재적인 영화(기생충)를 만들어서 오스카를 5개나 휩쓸었다. 그래서 갑자기 우리까지 주목받게 되었다. 봉 감독의 비전을 가져와서 그저 더 확장한 것이다.”며, “개발 초기 대화를 나눌 때는 봉 감독이 연출을 맡기를 기대했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가 밴쿠버 세트장을 두 차례 방문했었다.”
마티 아델스테인 대표는 <설국열차>가 계속 달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주 오래 이어질 수 있다. 그 누구도 상상 못할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픽 노블에는 프리퀄과 시퀄도 있으니 이 프랜차이즈는 오래 갈 수 있다. 캐릭터도 모두 매력적이다.”
카우보이 비밥, “오타쿠, 팬덤, 그리고 넷플릭스”
투모로우 스튜디오는 현재 전설적 일본 TV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의 실사판 영화도 만들고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카우보이 비밥>은 존 조가 주인공 스파이크 스피겔이 캐스팅되었지만 촬영 중 부상을 입어 무기한 촬영이 중단된 상태이다.
- 광적인 팬이 많기도 유명한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아시아포맷의 흥미로운 점은 팬들이 열광적이라는 것이다. 작품을 제대로 못 만들면 비난이 쏟아진다. 원작에 충실해야한다. 각색을 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일단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은 오래 방송되어 아는 사람이 많다. 가까운 미래, 우주를 떠도는 현상금 사냥꾼 이야기이니 기본적으로 모험 쇼이다. 회차별로 주인공의 관계를 다루는 1시간짜리 흥미진진한 드라마이다. 코미디로 각색하기도 쉽다.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이 각색과정에서부터 자문역할을 했다.”
- 현재 진행 상황은?
“캐스팅이 완료되어 촬영 중이다. 8개에서 10개 에피소드를 촬영하는 방식이다. 22개 정도의 에피소드를 제작할 때와는 달리 제대로 된 대본을 쓸 수 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완성할 수 있는 수준이다. 뉴질랜드에서 촬영하고 있다. 코로나를 잘 극복한 나라이다. 존 조와 함께 2화까지 촬영했었는데 전방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바람에 6개월을 중단해야했다. 운 좋게 코로나시기와 겹쳤다. 이제는 다 나았다. 다시 3화 촬영을 시작했다.”
- 원작 팬들이 실사영화에서 기대하는 것은?
“실제 캐릭터를 통해 깊이와 관계를 보여준다. 역시 원작에 충실한 동시에 확장된다. 부적응자들이 모여서 진정한 팀을 이룬다. 원작에 충실하니, 달라진 내용에 충격 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여배우도 대단하다.”
- 일본이나 한국의 IP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 미국이나 외국의 방송사나 플랫폼에 쉽게 팔 수가 있나?
“흥미로운 질문이다. 그들이 원작을 잘 알면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 넷플릭스나 다른 방송사들, 스튜디오에도 원작을 아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팔기가 쉽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안 유명한 작품이더라도 만든다.” “유명한 작품일 경우 이런 이점은 있다. 평소라면 같이 일하기 힘든 작가도 쉽게 참여해 온다. 먼저 연락을 해 와서 놀라기도 한다. <카우보이 비밥> 확보했다고 하자 스튜디오 대표가 4명이나 전화하더라. 작품의 인기에 깜짝 놀랐다. 그만큼 아이피가 중요하다.”
- 아시아 지역과 일해 보며 느낀 것이 있다면?
"정말 환상적이다. 아시아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언젠가 한국에서 열린 TV페스티벌에서 연설을 한 적이 있는데 <프리즌 브레이크>가 계속 언급되어 놀랐다. 결국 모든 것은 가족으로 귀결된다. 이건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전통적이 개념의 가족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소프라노스>도 같다. 아시아 작품 대다수가 이런 주제를 잘 다룬다. 캐릭터가 서로 관계를 맺고, 교감을 하는 과정을 통해 드라마가 완성된다. 누구나 집에 와서 보고 싶은 이야기이다.“
마티 아델스타인 대표는 현재 스웨덴 뱀파이어 이야기 <렛 미 인>, 스테디셀러 재패니메이션 <원피스>, 한국 K-뷰티 문제를 담은 프랜시스 차의 <아이 해드 유어 페이스>(I Had Your Face) 등의 IP를 확보하여 드라마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오래 가는 이야기가 있어야한다. 그래서 세계 곳곳을 뒤지고 있다. 아시아에서 성과가 있다.”며 이날 BCWW2020 특별 세션 행사를 마쳤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