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김태용 감독과 탕웨이,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그리고 ‘특별출연’ 공유까지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하는 영화 <원더랜드>가 개봉되었다. 영화 <원더랜드>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난 보낸 뒤의 그리움과 남은 사람에 대한 애틋함을 채우기 위한 A.I.(인공지능)서비스 ‘원더랜드’를 다루는 판타지 영화이다. 수지는 혼수상태로 누워있는 연인(박보검)을 AI로 복원하고, 영상통화로 만난다. 그런데, 태주가 깨어난다. 이제 수지는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개봉을 앞두고 수지를 만나 영화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오랜만에 영화로 만나는 것이라 떨린다. 저 또한 오랫동안 기다려온 작품이어서 무엇보다 애정이 큰 작품이다. 행복한 마음으로 작업했었다.”
Q. 찍은 지가 오래 되었다. 박보검 배우는 ‘풋풋하게 느껴졌다’고 했는데, 자신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보니 어떤가.
▶수지: “저도 보면서 ‘어렸었구나, 젊구나’라는 감정이 느껴졌다. 이번에 영화를 보니 전에 봤을 때보다 더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정인과 태주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이전에는 제 연기에 집중하느라 다른 에피소드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는데. 울컥하기도 했다.”
Q.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수지: “이야기 자체가 신선했다. 가까운 미래에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에 의존해서 데이터를 모은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정인과 태주의 관계에서 태주가 죽지 않았는데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조금 의문스러웠지만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그런 게 작품을 선택하는 이유였다.”
Q. 태주가 돌아오고 난 뒤, 정인이는 더 어두워진다.
▶수지: “AI태주는 내가 듣고 싶은 말만 하고, 나한테 딱 맞는 상황을 다 제공해주니 정인이 공허함이나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었다. 돌아온 태주는 나를 너무 힘들게 하고 대화도 안 통하는 것 같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 삶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AI태주와 현실 태주를 대하는 정인의 차이가 느껴졌으면 좋겠다.”
Q. 태주와 정인의 전사는.
▶수지: “그 부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둘은 어떤 사이일까. 어떻게 연인 사이가 되었는지. 둘 말고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알 수 없다. 그런 것들에서 출발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우리가 이해하고, 연기하는 것만으로 둘의 관계가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Q.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 연기했는지.
▶수지: 정인 캐릭터에 많이 이입되었기에 작품에 대한 애정이 컸다. 대본을 보고 ‘원더랜드 신청서’도 직접 작성하기도 했다. 지금 우주에 가 있는 AI태주는 원래 다정한 사람이었을 것 같다. 덤벙거리는 정인이를 잘 챙겨줬을 것 같았다. 박보검 배우와 그런 사소한 상상을 했다. ‘원더랜드’ 가입하는 인터뷰도 찍어보면 어떨까 하면서, ‘우리 태주는요~’ 하면서 찍었다. 영화에는 나오진 않지만 감정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런 기억들이 쌓이면서 자연스러운 둘의 관계성이 나온 것이다.”
Q. 영상통화 신을 위한 노력은 어땠든지.
▶수지: “영상통화를 할 때 나오는 약간의 딜레이 타임이 있다.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다. 촬영 없을 때에도 영상통화하며 짧은 안부 보내고 그랬다. 자연스러운 리액션이 나오도록 했다. 각자 따로 촬영하는 신에서도 박보검 배우가 현장에 와서 직접 대사를 쳐주기도 해서 감사했어요.”
Q.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수지: “태주가 다시 돌아오고, 약을 먹고 잔다. 그리고 정신이 돌아온 후의 장면. 그 장면 찍으면서 이게 무슨 상황인지, 감독님에게 ‘이게 말이 돼요?’라고 물어봤었다. 연기하면서 이질감이 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태주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이런 지점들을 생각하며 연기하였다. 상황 자체가 이런 상황이 많았다. 정말이지 ‘이게 말이 돼요?’라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Q. 태주에게 ‘너 왜 이렇게 막 대해?’라고 말하는 지점은?
▶수지: “일단, 대사에서 묘하다는 지점이 있다. 대사가 몇 군데 빠져있는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왜 이런 대사가 나오지?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는 모든 대사가 잘 짜여있기에 배우들의 티키타카가 잘 이뤄진다. 정인과 태주의 대화는 그렇지 못하다. 맥락에서 나올 수 있는 대사가 아니다. 그래서 인상적이었다. 혼란스럽고, 균열이 느껴지고, 갈등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혼자 힘들었기에 그런 대사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Q. 영화에서처럼 그리운 사람을 위한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할 것인가.
▶수지: “나라면 할 것 같다. 힘들어질 것임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런 시간이 오더라도, 그건 그때 가서 감당할 것이라며 일단 신청할 것 같다.”
Q. 박보검 배우는 연기를 준비 하면서 사진과 영상 기록을 남기자고 했다는데.
▶수지: “감독님도 그런 것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작품에 진심이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촬영장에 갈 때 옷을 여러 벌 가져갔다. 서로 컨셉트 아이디어 내고, 밥 먹을 때마다 일단 사진으로 많이 남겨놓자고 했다. 많을수록 좋을 거야라면서. 촬영장에는 ‘생얼’로 가야하는데 옷도 챙기고 예쁘게 하고 가야할 것 같았다. 피곤할 때도 있었지만 완성된 것을 보니 뿌듯하다. 잘한 것 같다.”
Q. 박보검 배우와의 연기호흡은?
▶수지: “서로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같았다. 태주와 정인이로 현장에 머무르는 텐션이 똑 같았다. 진짜 장난을 많이 치고, 재밌게 놀았다는 기억이 있다. 서로 배려하고 그랬던 부분 때문에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
Q. 김태용 감독은 어땠는지.
▶수지: “대화를 나눠보면 알겠지만 사람 좋으시고 소통하는 걸 좋아하신다. 생각을 강요하는 것보다는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확실하게 본인이 요구하는 것이 있다. 그게 궁금했고, 전적으로 믿었던 것 같다. 나는 정인으로 참여한 현장이 좋았다. 좋은 감독님이시다.”
Q. 노래하는 것에 대해.
▶수지: “그 장면은 원래 대본에는 없었던 것이다. 전날 노래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서 당황했고 걱정이 되었다. 뜬금없이 노래라니. 그 장면을 찍을 때 A.I.태주와 현실의 정인은 절대 만날 수 없는 관계이다. 뭔가 그렇게라도 만나게 해주려나보다. 굉장히 애틋하고 슬펐던 것 같다.”
Q. 태주의 사고 이후 A.I.를 선택한 것에 대해.
▶수지: “처음에는 이게 맞는 것인가 생각했다. 정인이 입장에서는 태주는 깨어날 가망성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희망보다는 이 애는 깨어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했을 것 같다. 이기적이고, 인간적이지 않은 선택이겠지만 사람이 항상 좋은 선택만 하고 사는 게 아니니까.“
Q. 바이리와 성준(공유)의 경우는.
▶수지: “해석하기 나름일 것 같다. A.I.끼리 자아가 생기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성준은 숙련된 매니저 같다. 바이리가 혼란을 겪지 않았으면 할 것이다. 자기들끼리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케어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흥미롭게 봤다.”
Q. 탕웨이 배우에 대해.
▶수지: “저도 탕웨이 배우의 팬이다. 언니의 실제 성격이 엉뚱한 면도 있다. 같이 연기하는 장면이 없어 아쉬웠다.” (다시 만난다면?) “음. 싸우는 자매. 그러면서 계속 믿고 의지하는 관계. 괜찮을 것 같다.”
Q. 수지가 만들고 싶은 수지의 에이아이는?
▶수지: “글쎄요. 제가 만든다면 저의 좋은 모습, 완벽한 모습을 만들려고 하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나를 만들지 말라고. 저는 합리적으로 잘 만들어졌기에 저를 잘 못 만들 것 같다. 만들지 말라고 할 것이다.”
Q. 대중들이 보는 수지의 이미지가 있다.
▶수지: “맞아요. 계속 웃고 있을 것만 같은 에이아이를 만들 것 같다. 제게 너무 많은 모습들이 있는데 그걸 다 보여준다면 좀 무서울 것 같다.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없다.”
Q. 걸그룹 가수로 데뷔해서 배우로 자리를 잡았다.
▶수지: “어렸을 때부터 감정이 좀 무딘 사람이었다. 느끼는 것도, 표현하는 것도 시간이 좀 걸리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감정을 표현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내 감정을 내비치는 것이 싫었다. 연기를 하면서 내 감정을 표현할 때 짜릿한 면이 있었다. 연기로 잘 표현하려고 노력하면서 성격도 달라진 것 같다.”
Q. 정인을 연기하며 어려웠던 부분은
▶수지: “아무래도 에이아이 태주와 진짜 태주 사이에 있는 혼란을 표현할 때였다. 그런 혼란된 마음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태주와 정인의 이야기를 다 보여줄 수 없기에, 그게 부족하지 않을까. 혼자 채워가려는 것이 어려웠다.”
Q. 정인을 연기하면서 짜릿했던 순간은.
▶수지: “소리 지르는 장면이 있는데 그 때가 제일 짜릿했다. 갈 데도 없고, 모든 감정이 쌓였다가, 태주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을 때. 이 애를 이해하려고 무던 노력하다가 터지는 장면이다. 혼란스러운 정인의 마음을 그렇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평소에 화를 표출하는지.
▶수지: “저는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다. 화를 참는 것은 아니고. 다들 비슷하게 산다고 생각한다. 답답하다고, 짜증난다고 다 표현하지는 않잖은가. 남들이랑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Q. 이두나에 이어 정인까지. 본인의 얼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ㄴ가.
▶수지: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하) 그런 것 보다는 다양한 얼굴이 있구나라는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캐릭터를 맡을 때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 메이크업이나 스타일링을 통해 여러 얼굴, 다른 얼굴 찾는 것 좋아한다. 제 얼굴에 다양한 얼굴이 있다는 걸 좋아한다.”
Q. 나이 들어감에 대해서.
▶수지: “4년이 지난 제 얼굴을 보면 다르게 느껴진다. 눈빛이나 표정 쓰는 것도 다르게 느껴진다.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보니 나이가 더 들었을 때의 나의 얼굴이나 인상이 어떻게 변해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런 변한 얼굴이 어떤 작품 속 캐릭터를 만날까 기대도 된다.”
Q. 앞으로 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수지: “딱히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캐릭터를 만나보고 싶다.”
Q. 태주와 정인의 결말에 대해서는.
▶수지: “스포라서 절대 이야기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그런 결말이 서로에게 좋을 것 같다. 포옹할 때의 정인의 마음처럼. 그 때 그 때 다른 것이다. 열린 결말이다. 제가 현실적인 것을 좋아해서일 수도 있다. 현실적인 것을 생각하면 그 결과가 나을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수지는 현재 김은숙 작가의 신작 ‘다 이루어질지니’를 찍고 있다. KBS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에서 호흡을 맞춘 김우빈과 7년 만에 재회했다.
수지가 출연하는 김태용 감독의 감성 판타지 무비 <원더랜드>는 지난 5일 개봉되었다.
[사진=매니지먼트숲·㈜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