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강세 속에 국내 미디어업계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OTT업체뿐만 아니라 지상파TV도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지상파 방송사인 MBC가 한국영화감독조합(DGK)과 손잡고 만든 옴니버스 SF영화 ‘SF8'(에스에프에잇)이다. ’SF8'은 지난 달 12일, OTT 동영상서비스업체인 웨이브(wavve)를 통해 8편의 작품이 동시에 공개된 데 이어, 14일부터는 매주 금요일 밤 MBC를 통해 차례로 공개될 예정이다.
TV방송을 앞두고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는 8편의 작품을 연출한 감독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디어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안국진 감독과 김의석 감독을 제외한 6명의 감독들이 참석하여 독특한 작업방식에 대한 소감을 털어놓았다.
MBC 안준식 IP전략부장은 “숨가쁘게 달려온 작품을 이제 내놓게 되었다. 방송과 영화의 크로스오버 작품으로 TV방송을 통해 더 많은 시청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MBC로서는 시네마틱 드라마라는 쉽지 않은 도전을 하였다. 예상치 못한 난관을 뚫고 작품을 완성시킨 감독과 배우들에게 감사드린다. 8편의 작품을 한꺼번에 진행한 제작사 수필름의 헌신적인 노력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영화냐 드라마냐, SF8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TV방송사와 영화사의 협업, TV매체와 OTT서비스의 관계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오기환 감독은 “이제는 영화나 드라마의 구분이 없는 영상의 시대가 도래했다. 아마도 올해가 그 첫 해로 기록될 듯하다.”며 “각 미디어의 특성에 맞게 적응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다. TV방송사와 감독조합의 코웍을 통해 서로에 대한 태도, 임무, 존중과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합종연횡의 제작방식이 미디어업계에는 좋은 선례가 될 듯하다.”고 밝혔다.
● SF, 신선한 도전
첫 번째 시도로 ‘SF장르물’을 택한 것에 대해서 이윤정 감독은 “SF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은 다양하다. 내가 맡은 <우주인 조안>을 통해서 평소 하고 싶었던, 차별의 이야기를 잘 담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철수 감독도 “요즘 관객들은 항상 새로운 곳을 원하고 있다. SF는 신대륙 같다. 이제는 기술력도 받쳐주는 수준에 도달했다. 미래라는 것이 첨단만이 아니다. 현실감 나는 세계를 다루는 SF에는 많은 돈보다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덕 감독은 “자율성이 보장된 환경에서 표현하고 싶은 것을 담았다. SF란 것이 비주얼쇼크라는 표면적인 플레임에 갇히게 하고 싶지 않다. 과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SF를 감성적 측면에서 확장시키고 싶었다. 제 작품 <만신>을 통해 SF의 정의가 확장되기를 바란다.”
영화냐 TV드라마냐는 질문에 대해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기획한 민규동 감독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영화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OTT의 확산으로 영화접근에 대한 경계가 허물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거꾸로, 경계가 선명해졌다고 볼 수도 있다. 극장이라는 어두운 공간에서 건너뛰기 할 수 없는 절대권력의 장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중간에서 멈출 수도 있고, 보다가 다음날 이어 볼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 점에서 고유의 영화는 어떤 식으로 변하게 될지 생각해 보게 된다.”
영화판 감독들은 TV방송사와의 협업에 대한 솔직한 소감도 밝혔다. 노덕 감독은 “영화작업과 비교해서 가장 큰 차이점은 편성에 대한 압박이었다.”고 말했고, 한가람 감독은 “평소 OTT를 많이 보는 편이다.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윤정 감독은 “예산은 당연히 아쉬웠다. 우주복을 두 벌밖에 못 만들어 돌려 입었다. 예산이 많다면야 미세먼지로 뒤덮인 텅 빈 세상을 스펙터클하게 담을 수 있었겠지만 초기에 포기했다.”고 밝혔다.
'SF8'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의 다음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오기환 감독은 “<쉬리>가 개봉되었을 때 액션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그 영화를 기점으로 독특한 흐름이 생겼다. 스타일이 먼저 시작되고, 스토리가 따라온다. 이 영화를 기점으로 한국형SF의 스토리가 곧 정착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규동 감독은 이번 콜라보 프로젝트에 대해 “감독조합 구성원 3~40명에게 연출을 제안했었다. 작품을 준비 중인 감독들을 제외했다. 원작을 구매하고 방송작가들이 초고를 준비한 상태에서 감독이 투입되어 정해진 시간에 연출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성감독과 독립영화감독, 남성감독과 여성감독 등 구성이 적절히 배합된 것 같다.”며 "이 같은 실험이 어어졌으면 좋겠다. 'SF8'이 아니더라도 '호러8'이나 '로코8'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 SF8, 8편의 이야기
MBC와 DGK(한국영화감독조합)가 공동기획하고 DGK와 수필름이 공동 제작한 프로젝트 ‘SF8'은 모두 8편이다.
이유영과 예수정이 출연하는 '간호중'(민규동 감독)은 식물인간으로 10년째 요양병원에 누워있는 환자를 간병하는 간병 로봇이 인간과 같은 ‘감정’과 ‘판단’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딜레마를 담고 있다.
이연희와 이동휘가 출연하는 <만신>(노덕 감독)은 높은 적중률을 자랑하는 인공지능 운세서비스 만신의 비밀을 추적하는 작품이다.
김보라와 최성은 주연의 <우주인 조안>(이윤정 감독)은 미세먼지로 뒤덮인 세상에 차별적 삶을 사는 'C'와 ‘N'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시영, 하준의 <블링크>(한가람 감독)은 어린 시절 자율주행차 사고로 부모를 잃은 형사 지우가 인공지능 신입형사를 받으면서 콤비가 되는 이야기이다.
안희연, 신소율 주연의 <하얀까마귀>(장철수 감독)는 가상 세계에 갇힌 BJ의 사투를 그린다.
이다윗, 신은수 주연의 <일주일만에 사랑할순없다>(안국진 감독)은 지구종말을 일주일 앞두고 다양한 사람들이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담고 있다.
최시원, 유이가 출연하는 <증강콩깍지>(오기환 감독)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가상연애앱을 통해 사랑을 나누는 커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소리, 장유상 주연의 <인간증명>(김의석 감독)은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의 연결과 결합이 가능해진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소생된’ 인공지능을 둘러싼 의심을 드라마로 만들었다.
'SF8'은 오는 14일 금요일 오후 10시 10분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1편씩 총 8주 동안 공개될 예정이다. OTT 플랫폼 웨이브(wavve)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 'SF8' 미디어간담회 민규동 - 노덕 - 이윤정 - 한가람 - 장철수 - 오기환 감독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