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브러더” 이정재가 <신세계> 이후 7년 만에 다시 황정민과 재회한다. <오피스>로 호러-액션 드라마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홍원찬 감독의 신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다. 이 영화에서 이정재는 일본 야쿠자, 사이코 킬러 ‘레이’ 역을 맡아, 인정사정없는 복수극을 보여준다. 영화개봉을 앞두고 지난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홍원찬 감독을 만나 영화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이정재, 레이를 고민하다
- 이정재가 분석한 레이라는 캐릭터는?
“인남(황정민)이라는 인물에게 압박을 가하며 추적하는 인물이다. 그 과정에서 관객에게 스릴감을 안겨 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황정민이라는 이 거대한 배우를 어디까지 압박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했다. 영화를 보니 곳곳에 인남의 위기감이 보이더라. 내가 압박을 잘 한 것 같다.”
- 이정재 배우는 <관상>에서의 첫 등장 씬 이후 항상 첫 장면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이번 영화에서도 카리스마가 넘친다. 배우로서 첫 등장 신에 대해 특별히 신경을 쓰는지?
“모든 배우들이 같을 것이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첫 장면에서부터 그 인물에 이입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첫 (등장)장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관객과 한 호흡이 되어야 너머지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마무리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영화가 끝나도 그 여운이 최대한 남아주기를 바라니.”
“이번 영화에서도 첫 장면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시나리오에서는 내가 등장하는 하는 첫 장면은 클럽 씬이었다. 그런데 장례식장 장면을 먼저 찍게 되었는데 스태프들이 보기에 좋았던 모양이다. 촬영 중간에 클럽장면을 빼자고 하더라. 그 소리 듣고 펄쩍 뛰었다. 그런데 장례식장 장면에서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흐름을 스피디하게 진행시킨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 배우로서 장면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인가 보다.
“일을 하면서 그 지점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어느 정도 선이 관객들과 같이 갈 수 있는지. 절대 과하면 안 된다. 또한 새로워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캐릭터가 영화 안에서 자연스러워야한다. 이번에 맡은 레이라는 캐릭터는 그런 분석 과정이 오래 걸린 것 같다. 테스트를 좀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스태프들과 친해진 면도 있다. 서로 원하는 게 뭔지 더 잘 알게 되었고.”
- 말이 나온 김에 장례식장에서의 화이트 패션은?
“장례식장에서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을까 고민했다. 다들 검은색을 입을 텐데 난 레이가 그런 걸 신경이나 쓸까 라고 생각했다.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캐릭터라고 보았다. 그가 인남을 맹목적으로 쫓아가는 것이 단지 형의 복수를 위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핑계일 것이다. 그는 사냥감을 찾는 맹수이다. 지금 아주 적절한 핑계가 생겨서 그냥 쫓는 것이다. 레이는 그런 생각을 가진 캐릭터이다. 그래서 흰 코트를 입게 되었다.”
- 레이라는 인물을 관객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 택한 것은?
- 레이에 대해 더 잘 설명해주기 위해 전사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대사도 있다. 그런데 설명한다고 관객 모두에게 똑같은 느낌을 전달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연기로만 레이라는 인물을 설명하기는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주얼에 신경을 쓴 것 같다. 첫 등장부터 레이의 모든 장면이 그렇다. 저렇게 행동하는 것이, 저 이미지가 그럴싸해 보인다는 믿음을 관객에게 드리는 게 중요하다.“
- 성룡도 아니고, 이제 액션 장면을 펼치기에는 육체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는가?
“하하. 힘으로 마냥 밀어 붙이는 것은 어렵다. 좀 더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좀 더 연습을 할 수밖에 없다. 주먹 하나를 뻗더라도 각도를 생각하게 된다. 오른손 나갈 때 발의 스텝을 신경을 쓰게 된다. 무술팀하고 많은 이야기를 한다. 솔직히 이 동작은 안 되겠다며 바꾸자고 한 것도 있다. 파워풀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액션팀하고 많은 시간을 보낸 작품이다.”
“공간 활용도 잘 한 것 같다. 좁은 복도에서 펼치는 액션 씬이 더 효과적으로 보인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좁은 공간에서 치밀한 액션을 연출했다. 도망갈 곳이 없으니 더 파워풀해 보인다.”
- 촬영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야 먹는 거죠. 타지에서 작업하면 한국음식이 많이 생각이 난다. 점심때는 항상 한식 밥차가 나왔지만 촬영 끝나면 우리 음식이 또 그렇게 당긴다. 한국음식에 소주 한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확 쏟아 부은 뒤 먹는 것에서 보상심리가 발동하는 모양이다.”
● 아이스 커피잔까지 들 필요는 없잖아~
- “이럴 필요까지 없잖아”라는 대사가 아주 명대사인 것 같다.
“그 대사가 레이한테는 적절한 것 같다. 레이는 그럴 필요가 있나 없나를 생각하지 않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사람을 죽이는데 이유가 필요 없다는 그런 의미로 그런 대사를 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저 혼자 재미로, 제 감정대로 연기하는 것이다. ‘이유가 없다’며 맹목적으로 추적해가는 레이의 모습이 그 대사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 박명훈과 대면하는 장면, 잔인한 행동을 펼치는 레이가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있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스태프에게 부탁한 소품이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 이렇게 생긴 컵에, 빨대가 꽂혀 있고, 안에는 얼음이 담겨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래야 컵을 돌릴 때 딸그락 거리는 소리가 날 것이다. 사람 죽이러 온 사람이 자기가 먹고 싶은 걸 먹는다. 그게 더 잔인해 보일 것이다. 그 때 대사도 잔인하다. 그런 말을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빨대로 아이스커피를 마신다. 더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아, 한 장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총포상에서 한 번 더 썼으면 좋겠다고. 감독님께 이야기했다. 잔인성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생각했다.”
(이정재는 매 장면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철저히 연기에 담으려고 노력한다)
“장례식장에서 형의 영정을 바라보는 모습. 휙 지나가지만 나름 많은 생각을 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이어트를 심하게 했다. 그 장면 찍을 때는 하루 종일 물도 안 마신 것 같다. 장례식장에서 과도한 감정을 표현하지는 않지만 왠지 자기 형이 죽었다는 상황에서 최대한 피곤한 표정의 감정을 담은 얼굴이 필요한 것 같았다. 그 장면만 잘 보여드린다면 나머지 시간 동안 그 캐릭터를 쫓아가는 게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이정재, 영화감독을 꿈꾼다
- 화이트 의상도, 아이스커피도 소품에 대해 구체적으로 의견을 낸다. 연출에 대한 야심을 좀 밝히자면.
(이정재는 안기부 에이스 요원과 남파간첩 총책임자가 출연하는 첩보액션 드라마 <헌트>로 감독데뷔를 준비 중이다. 이 영화는 '신세계' '아수라'의 사나이픽쳐스와 정우성이 대표로 있는 아티스트스튜디오가 공동 제작한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7~8년 전부터 작품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도 내고 투자배급사와 함께 시나리오를 개발해 보았고, 공개가 안 되었지만 여러 과정이 있었다. 시나리오도 써보고. 그중에 하나가 촬영에 들어갈 만한 시나리오가 있어 이번에 연출을 하게 되었다. 가능성을 봐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 연출에 대한 말씀을 드리기 그렇다. 이 작품에서는 레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하면 잘 보일까하는 고민이었다. 연출을 또 다른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그 때가서.”
- ‘영화가 끝나면 감독에겐 작품이 남고, 배우에겐 캐릭터가 남는다’고 했는데.
“(황)정민 형은 나랑 다른 점이 많다. 좋아하고 존경한다. 같이 연기하면서 ‘어 저렇게 표현하네 난 좀 다르게 해볼까’ 그렇게 다른 방식으로 연기를 펼치게 되면 작품에 좀 더 풍요로운 효과가 나오는 것 같다. 정민 형도 그런 점을 생각하는 것 같다.”
황정민, 이정재 주연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5일 개봉한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 이정재,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