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감독의 <색.계>를 통해 월드스타로 부상한 중국 여배우 탕웨이(湯唯)는 한국 김태용 감독의 <만추>로 한국영화와 인연을 맺었고, 얼마 뒤 김태용 감독과 부부의 연을 맺으며 한층 한국 영화팬과 가까워졌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 이어 김태용 감독과 9년 만에 신작 <원더랜드>를 함께 했다. 영화 '원더랜드'는 AI플랫폼인 ‘원더랜드’ 서비스를 통해 영원한 이별을 맞았던 소중한 사람과 다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감성SF이다. 탕웨이는 이번 작품에서 어린 딸을 잊지 못하는 '싱글맘' 바이리를 연기했다. 딸이 아니라 자신이 죽는다. AI로 딸 곁에 머무르는 인물이다. 5일(수) <원더랜드> 개봉을 앞두고 탕웨이 배우를 만나 영화와 인생 반려자 김태용 감독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Q. 탕웨이가 연기하는 인물, 그리고 공유가 연기한 성준이라는 인물에 대해 어떤 마음으로 ‘에이아이’를 바라봤는지.
▶탕웨이: “어쨌든 이건 감독이 쓰신 이야기이다. 에이아이는 어디든지 다가가서 관리할 수 있는 일종의 이동형 모니터로봇인 셈이다. 이 AI는 생태계 안에서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으면 가서 도와준다. 아마도 가서는 안 되는 영역이 있을 텐데, 그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 판단해서 관리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닐까. 바이리의 변화에 따라, 시스템 안에서 성준이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것은 과학자에게 물어봐야할 것 같다.”
Q. 성준과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바이리를 연기한 사람으로서 생각은?
▶탕웨이: “(시사회) 간담회에서 말한 것은 작품을 본 관객의 입장에서의 느낌이었다. 두 인물의 뒷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에이아이의 세계에서는 슬픔도 없고, 상처도 없고, 분노도 없다. 이런 상황의 에이아이 시스템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관객들이 보면 어떻게 끝나게 될지 궁금할 것이다. 그 씨앗은 보인다고 생각한다.”
Q. <만추>에서는 현빈을 만나고, <원더랜드>에서는 공유를 만난다. 이번의 인연의 끝은 어떻게 될 것인지.
▶탕웨이: “그건 생각 못해 봤다. 감독님에게 말해봐야할 것 같다. 그런 상황을 맞게 된다면 다음엔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에이아이 단계로 가는 것을 생각할 수도 있고. 저도 생각은 해봤는데 진짜 어떻게 될지는 감독님이 정확하게 알 것이다. 바이리를연기한 입장에서는 삶과 죽음이 걸린 상황이니, 그 단계를 잘 이겨낸다는 그런 생각만 했다.”
Q. 이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고민한 지점은 무엇인가.
▶탕웨이: “영화 찍을 때 가장 큰 걱정은 엄마 역할을 하기로 한 배우가 현장에 무사히 와서 안전하게 촬영을 끝낼 수 있을까였다. 펜데믹 기간이어서 다들 고민할 때였다. 홍콩에서 출국허가증을 받는 것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 배우가 영국에 있다가 홍콩을 거쳐 올 때였다. 다행히 무사히 왔고, 순조롭게 촬영이 진행되었다. 또 다른 문제는 우리 아이 문제였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어릴 때였다. 두 사람 다 일하게 되면 아이는 누가 돌보나. 아이를 낯선 곳에 혼자 두지 않겠다며 두 사람이 준비를 많이 했었지만, 딱 1주일은 낯선 사람과 있어야했다. 그 1주일의 시간이 미안했다. 사실, 그게 제일 큰 걱정이었다.”
Q. 엄마를 연기한 배우는 누구인가?
▶탕웨이: “빠오치징(鮑起靜/Nina Paw)이라고 <크로싱 헤네시>(2010)에서 공연했었다. 홍콩에서는 유명한 배우이다. 그 영화에서 장학우(張學友/장슈에요)의 어머니 역할인데 함께 연기한 시간은 얼마 안 되지만 인상이 깊이 남아서 감독님께 바로 추천했었다. 영화를 보신 분이 그 배우가 우리 엄마와 닮았다고 하더라. 그게 인연인 모양이다. 그 배우의 눈만 보아도 마음 속에 그 감정이 와 닿았다. 작품을 함께 하는 배우를 만날 때는 인연이 닿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엄마를 닮았다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Q. 김태용 감독은 이 작품 시나리오 쓸 때 배우에게 의견을 많이 구했다고 하는데.
▶탕웨이: “친구 중에 작곡가가 있는데 곡을 만들고 나서는 내게 한 번 들어보라고 그런다.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는 것이다. 나를 ‘테스터’로 보는 것이다. 감독님도 그렇게 의견을 구하는 것이다. 시나리오에 집어넣을 대사가 있으면 ‘이 대사 어때요?’라고 보여준다. 그 인물에 몰입해서 읽어볼 때 맥락에 맞는지 살펴본다. 배우가 연기를 할 때 대사가 막히는 경우가있는데 부자연스럽거나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편한 방식으로 하면 좋겠다는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생각해보니, 데뷔 작품 찍을 때부터 감독님들에게 그랬던 것 같다.”
(김태용 감독은 인터뷰에서 “탕웨이는 원래 연출전공이었다. 공연연출로 시작해서 공연 배우 하다가 영화배우가 되었다. 함께 공연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고 전했다.)
Q. <만추>이후, 오랜만에 함께한 <원더랜드>에서 감독님의 연출 방식에서 변화가 있는지.
▶탕웨이: “김태용 감독은 사람의 감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왔다. <만추>가 끝난 뒤 창작경험과 현실에서 느끼는 것이 점점 많아지면서 감독으로서 달라지는 과정이 있었다. 예전에는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것만 했다면 차츰 다른 것들을 하고 싶어 했다. 감독으로서 다음 단계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태용 감독은 본인이 찾고, 연구하고,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자기만의 언어로 영화로 표현하는 단계에 있다. 그러면서 소중하게 얻은 것은 탐색하고,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에 비해서 말이다. 아직도 감독님이 가고자 하는 영역을 다 파헤친 것은 아니다. 성숙한 남자로서 자신이 생각하고, 보고자하는 것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용기가 생긴 것 같다. 다음 작품은 뭘까, 어떤 단계로 갈지 기대된다. 분명 감독님의 다음 작품은 본인의 삶에서, 자신만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해낼 것이다. 독특한 유머와 독특한 표현방식으로 표현된 작품일 것이다. 나에겐 너무 행운이었다. 같이 탐색해 간다는 것이 행운인 것이다. 그야말로 원더랜드이다.”
Q. 한국 촬영현장이 특별했던 것이 있다면.
▶탕웨이: “다른 나라의 촬영 현장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은 커피차이다. 가족들이 보내준 것도 있고, 팬들이 보내준 것이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도 보내주더라. 준비한 음식, 메뉴도 다양하다. 그게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Q.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는지.
▶탕웨이: “시나리오를 고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감독님이 나를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준 것이니 피동적인 셈이다. 배우로서 제일 중요한 것은 준비를 잘 해두는 것이다. 충전을 잘 해두면 시나리오가 내게 왔을 때 그 에너지를 받아들일 수가 있다. 이런 작품 하고 나서는 저런 작품을 하면 좋겠지만 장르적으로 선택한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좋은 시나리오가 있으면 선택하는 편이다. 당연히 바람이 있다면 좋은 영화인들과 작업을 많이 해보고 싶다. 그럴 때마다 새로운 경험과 좋은 에너지를 받게된다. 그것은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들에게도 좋다. 서로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내는 것이다.”
“AI가 등장하는 영화는 많다. 하지만 보통 어둡고, 암울한 느낌의 회색(灰色)의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따뜻한 영화이다.”라고 말한 탕웨이 배우. ‘원더랜드’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그런 세상이 있다면 그 속에 들어가 보고 싶다. 보고 싶은 친구도 있고, 외할머니도 보고 싶다. 만날 수 있다면 꼭 안아주고 싶다.”고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영화는 내일(5일)부터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