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의 월화/수목/주말, 혹은 금토드라마가 아닌, 목요일에 방송되는 드라마가 있었다. 지난 3월부터 방송된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연출:신원호 극본:이우정 기획:tvN 제작:에그이즈커밍)이다. 이 작품은 tvN에서 <응답하라> 시리즈(1997/1994/1988)와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연출한 신원호 감독의 다섯 번째 드라마작품이다. 드라마를 막 끝낸 신 감독에게 슬기로운 피디생활에 대해 물어보았다. 신 피디는 드라마종방 매체별 인터뷰를 서면인터뷰로 진행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99학번 의대 동기 5인방(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의 희로애락이 가득한 호스피탈 라이프를 그린 작품이다. 제작발표회에서 “스케일이 크고 거창한 드라마라기보다는 우리의 일상과 함께 걸어가는 드라마였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그들의 삶을 같이 공감하면서 함께 화내고 웃으며 일상처럼 편하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었다.
● 메디컬 드라마의 확장
- 메디컬 드라마이다. 이번 작품을 위해 어떤 준비과정을 거쳤는지. 리서치가 꽤 중요했을 것 같은데.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같이 기획을 시작했다. 중간에 ‘슬기로운 감빵생활’ 제작기간을 포함해 물리적인 준비 기간이 4년 정도 된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촬영 중간에도 작가들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취재를 다녔다. 자문 선생님을 계속 귀찮게 하고,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듣다 보니 과가 정리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실제 의료진들을 따라잡을 순 없었다. 분위기를 눈에 익히는 수준이었다. 왜 의학드라마가 이렇게 힘들고, 그게 하나의 장르가 될 수 있는지를 준비 기간 동안 깨달은 것 같다.”
“대본 단계에서부터 근 4년간 각 과마다 자문교수님들과 세세한 부분까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대본을 만들었다. 작가들이 별첨으로 세세한 자료사진까지 준비했고, 현장에 별도로 자문 선생님을 모셨다. 수술방에서의 자세, 수술복을 입혀주는 방법 등 하나하나 다 물어봐야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자문 선생님 없이는 한걸음도 진행할 수가 없었다. 수술씬은 가장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 씬이었다.”
- 그동안 많은 메디컬/휴먼 드라마가 있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무엇을 더 보여주고 싶었는가.
“작품을 하면서 늘 목표했던 건 공감이었는데 이번 온/오프라인 반응들은 모두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따뜻했다. 시청한 후 ‘좋았다’, ‘힐링 됐다’, ‘보는 내내 너무 따뜻했다’라는 댓글들이 많았고, 오프라인에서 감동의 반응들도 많았다. 그런 리액션들이 피디라는 직업을 계속 할 수 있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뜻한 온기가 공유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전하고 싶은 건 모두 전해진 셈이다.”
“저희의 마음 속 가이드라인은 70퍼센트의 병원이야기에 각자의 30퍼센트가 더해지는 구조였다. 그 30퍼센트엔 가족이야기며 친구이야기, 꿈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사랑 이야기 등이 포함되어있다. 하나의 소재를 색깔로 꼽기보다는 소소한 여러 이야기 하나 하나에 집중하다보면 결국은 모여 큰 그림이 되는 방식으로 극을 꾸려갔다. 그래야만 병원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하루하루를 편안히 관찰하듯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전통적인 이야기 전개 방식이 아닌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재미있게 봐주셔서 다행이다.”

● 신원호 피디의 확장
- 신원호 피디는 잘 알려진 대로 KBS 예능피디출신이다. tvN으로 이적한 뒤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전 인터뷰에서 ‘경제적인 부분’과 ‘일하는 분위기’에 대해 언급하신 적이 있는데, 지금 만족도는?
“회사를 옮기면서 버라이어티에 지쳐있었고 리프레쉬를 하고 싶었다. 당시에는 드라마에 아예 전업할 거란 생각을 못 했고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케이블 환경을 잘 모르니 첫 번째 도전은 무조건 망할 것 같은데, 망해도 새로운 걸로 망해보자라고 생각했다. 마침 회사의 자유로운 분위기나 협조가 있어서 리프레쉬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드라마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의 도전이었는데 너무 큰 사랑을 받게 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사는 건 모두 결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길에 들어설 수 있었던 건 어찌됐건 큰 맘 먹고 거처를 옮긴 덕분이었으니 잘한 선택이라고 믿고 싶다.”
- 신원호 감독은 TV드라마로 만족하는 게 아니라, 영화감독이 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준비 중인지?
“영화는 계획이 있다기보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영화감독이 꿈이었다. 왜 하고 싶었는지도 기억 안 날 정도이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감독을 하겠다고 떠들고 다녔던 빚이 있어서, 거짓말쟁이가 되지 않으려면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는데 아직은 나설 때가 아닌 것 같다. 자연스러운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 플랫폼의 확장
- 영화를 생각하신다니, 향후 방송드라마 지형은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언젠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도 찍는 날이 올 것 같은데.
“드라마뿐 아니라 다른 장르들도 마찬가지로 OTT나 넷플릭스같은 플랫폼의 변화, 형식의 변화들로 인해 굉장히 다변화 되고 있다. 이런 추세는 각자의 제작환경과 플랫폼 성격에 따라 더욱 가속화 될 것 같다. 앞으로 5분물, 30분물, 120분물 등 런닝타임의 변화나 3부작, 6부작 등 제작편수의 변화 같이 드라마 형식이 다양화 되고, 이와 함께 플랫폼들이 확장되면서 정말 수많은 형태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많아질 것이다. 큰 틀에서 어떤 플랫폼이 강세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 큰 방향성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것은 확실히 바뀌고 있고 그에 맞추어 우리도 준비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숱한 옵션들 속에서 우리한테 맞는 형식과 정서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은 늘 한다.”
- 시즌1이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시즌2도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시즌제가 갖는 강점은 못다 한 이야기가 없다는 점 같다. 그 다음 시즌에 이야기 할 수 있기 때문에. 기 계획된 시즌제 드라마를 처음 경험해 보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등이 너무나 새로웠다. 아쉬움은 늘 남지만 지난 8개월간 경험한 새로운 도전에 대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참 신선했다. 시즌 2에 관해서는 2021년 새로운 계절에 돌아올 예정이니 방송을 통해 모든 부분을 확인해주셨으면 좋겠다. 올해 말에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며 방송 시기는 미정이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다시 한 번 합을 맞춘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지난 (5월) 28일 방송된 최종회가 14.1%(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신원호 감독, 드라마포스터/ tvN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