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원장 주진숙)은 19번째 ‘고전영화 블루레이 컬렉션’으로 <초우>를 출시한다.
신성일, 문희 주연, 정진우 감독의 1966년 작품 <초우>는 패티김이 부른 애절한 주제가 ‘초우’와 함께 신분 상승을 꿈꾸는 청춘의 어긋난 로맨스로 1960년대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정진우 감독은 “스토리와 테마를 최소화한, 대사도 최대한 배제하고 오직 카메라에서 나오는 형식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회고한다.
1950년대 말 <네 멋대로 해라>(장 뤼크 고다르,1959), <사형대의 엘리베이터>(루이 말, 1958)를 보고 형식적 측면이 최대한 부각되는 영화, 즉 ‘시네 포엠’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그는 1960년대 중후반 한국영화의 미학적 실험과 선진성을 보여주는 시네 포엠 스타일을 이끌며 1960년대 한국영화의 황금기를 주도한다.
정진우 감독은 신분을 숨긴 청춘 남녀의 이중적 배반의 로맨스라는 다소 진부한 설정의 <초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연출해 관객의 큰 사랑을 받는다. 영화는 당시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사용되지 않은 카메라워크와 편집 방식을 엿볼 수 있으며, 서사의 복잡성보다는 인상적인 이미지로 관객에게 호소함으로써 시네 포엠 양식을 더욱 확장한다.
당시 한국영화의 중심이 문예 영화의 문학성에 있었다면 <초우>는 그 반대편에 있는 작품이다. 또한,1963년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하여 1964년 <맨발의 청춘>(김기덕)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에 접어든 ‘청춘영화’라는 장르적 한계를 감독만의 스타일적 실험으로 뛰어넘어 독보적인 미학적 성취를 이룬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초우>는 2006년과 2013년에 한국영상자료원이 선정한 ‘한국영화 100선’ 양쪽 모두에 포함되었을 정도로 한국영화사의 대표성을 인정받는 작품이다. 하지만 멜로드라마라는 장르적 특성으로 인해 그간 영화애호가와 영화사 연구자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4K로 복원된 블루레이 출시를 통해 재평가의 기회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블루레이에 수록된 <초우>는 2017년 자료원이 4K로 복원한 영상을 소스로 사용하였다. 정진우 감독의 감수 아래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의 찢어진 부분을 보수하고, 화면의 흔들림과 스크래치를 보정했다. 음향 역시 다양한 형태의 노이즈를 제거하고, 사운드의 균형을 맞추는 등 복원 과정을 거쳤다. 서플먼트로 포함된 복원 전후 영상을 감상한다면, 고화질로 복원된 영상이 영화의 가치를 얼마만큼 새롭게 인식할 수 있게 만드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 외 서플먼트는 정진우 감독과 김형석 영화평론가의 영화 해설을 수록했다. 5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또렷한 기억으로 전달하는 감독 본인의 제작기와 연출 철학은 영화를 보다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소책자는 김형석 영화평론가의 감독 소개와 박진형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작품 해설을 국문과 영문으로 수록했으며, 주연배우 신성일과 문희가 함께 등장하는 고화질 스틸 엽서 3종 세트를 추가 삽입해 영화 팬의 소장 욕구를 자극할 것이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