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반도 서쪽 해상, 격포항에서 32km 떨어진 상왕등도는 전북 해역에서 가장 먼, 서쪽 끝에 있는 외딴 섬으로 우리나라 영토를 결정하는 총 23개의 영해기점 중 단 7개뿐인 유인도서 중 한 곳이다. 서해 중부의 가장 끝에서 우리 바다를 품은 섬, 상왕등도. 영해기점인 상왕등도에서 동쪽으로 19km 떨어진 위도는 과거 조기의 황금어장이었던 ‘칠산바다’의 중심지였다. 봄이 되면 팔도의 조기잡이 배들이 돈 실으러 간다던 그 바다의 끝에서, 상왕등도는 칠산바다를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해왔다.
이제 조기떼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수많은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봄의 바다, 겨우내 길고 긴 기다림을 버텨낸 상왕등도의 봄은 어떤 모습일까?
상왕등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일주일에 단 두 번, 차도 마트도 없다는 이 문명과 야생의 경계에 있는 고립무원에, 무슨 일인지 여객선이 도착하는 날이면 트럭 한 대가 출동한다. 육지에서 싣고 온갖 생필품들을 직접 차에 실어 집 앞까지 옮겨주는 남자, 바로 왕등도 발전소의 하현표 소장이다. 상왕등도 주민들에게 그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마치 만화 속 주인공처럼 나타나는 섬마을의 해결사다.
스무 살 꽃처녀가 바다 건너 시집와 상왕등도에서 살아낸 세월이 벌써 50년이 다 됐다. 초가집에서 호롱불을 켜고 살았다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노부부, 노병업 씨와 신현영 씨는 상왕등도의 살아있는 역사다. 삼 남매를 키우며 산으로 바다로 손 놓을 새 없이 살아온 세월, 그 시절을 떠올리면 여전히 눈시울이 붉어진다는 아내 현영 씨는 서랍 속에 고이 묻어둔 빛바랜 사진들을 꺼내본다.
변산반도 서쪽 해역의 끝, 상왕등도는 우리나라 영토를 결정하는 총 23개의 영해기점 중 한 곳으로 한국해양조사협회의 기준점관리팀에서는 정기적으로 영해기점 표지에 대한 정기점검에 나선다. 영해기점 섬인 상왕등도가 이곳에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대한민국 중서부의 해양영토가 그만큼 확장되고, 우리가 살아갈 삶의 터전도 넓어진다.
새봄! 조기떼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생명의 바다에 깃대 살아가는 사람들, 상왕등도가 품은 바다는 여전히 풍요로움을 뽐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