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최윤태 감독의 <야구소녀>는 리틀야구단 시절부터 두각을 보이던 ‘여자’ 야구선수 주수인(이주영)의 프로야구 입단기를 담고 있다. 고교야구까지는 어떻게든 버텨냈는데 졸업을 앞두고 프로구단 문을 두드려보지만 그 문은 높기만 하다. 그런데 그 영화 시작 전에 이런 정보를 알려준다. 한국에 프로야구가 처음 시작되었을 당시, 선수의 자격으로 ‘의학적으로 남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이 조항은 없어졌단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 여자 프로야구선수가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여기, 스포츠라면 사족을 못 쓰는 유럽의 경우가 있다. 물론 ‘야구’대신 ‘축구’이다.
27일 개봉하는 <싸커 퀸즈>(원제:Une belle equipe, Queens of the Field)는 프랑스의 평범한 소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클루리에’에도 축구클럽은 마을 커뮤니티의 구심점이다. 오랜 세월 동안 공동체로 묶을 수 있었던 것은 90년 전통을 가진 챔피언 축구클럽 ‘SPAC’가 있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도 우승을 위해, 리그 존치(승격)를 위해, 마을의 단합을 위해 선수들은 열심히 뛰고 달린다. 그런데 경기 중 싸움이 일어나고, 남은 경기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 우승은 고사하고 리그 탈락과 팀 해체의 위기에 몰린 것이다. 이때 코치 마르코(카드 므라드)가 택한 해결책은 ‘여자선수’ 도입이다. 그동안 열심히 응원하고, 지지해 주었던 마을 사람의 아내, 연인, 여동생, 동네 여경찰이 속속 필드에 합류하게 되는 것이다. 리그 사무국은 규정을 들먹이고, ‘여자’ 선수들은 기본이 되어 있지 않다. 코치와 선수들, 그리고 공동체 사람들은 이 난국을 어떻게 극복할까.
스포츠와 관련된 휴먼드라마는 넘쳐난다. ‘여자’ 축구 이야기도 처음은 아니다. 단지 ‘프랑스 코미디’로서의 축구는 처음 만나는 것 같다. 마을 사람들은 축구라면 열정적으로 달려들고, 이웃의 삶에 대해서도 한없이 참견한다.
영화는 생각하는 것처럼 흘러간다. 딴지 거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난관에 봉착할 것이고, 새로운 선수가 나타나서 게임의 향방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과정을 거쳐 팀은 살아남을 것이고, 선수들은 일체감을 느낄 것이며 클루리에 마을은 평화로울 것이다.
프랑스 코미디는 우리나라 영화 관객에게는 웃음코드가 조금 다를 수도 있다. 게다가 ‘축구’와 연관된 인생이야기를 그들처럼 열광적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 수도 있다. 단지, 축구를 통해 대동단결하고, 자아를 찾는다거나 하는 것이 귀엽게 표현된 것에 만족해야 할 듯. 어쨌든 화합하고 하나가 되는 스포츠 정신은 구현되니 말이다. 감독 모하메드 하미디, 출연 카드 므라드, 알반 이바노프, 셀린 살레트, 사브리나 오자니, 로르 칼라미 외, 95분, 12세이상관람가, 5월 27일 개봉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영화 '싸커 퀸즈'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