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라고 들어보셨는지. 한때 언론사 시험문제 기출문제였다. 아프리카 대륙 남쪽 끝에 위치한 나라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17세기 네덜란드가 처음 식민지를 건설하였고 이어 영국이 이 땅을 차지했었다. 1961년 백인들만의 국민투표로 공화국이 되었지만 ‘아파르트헤이트’라는 백인과 흑인의 분리정책이 확고했던 이곳은 오랫동안 백인의 왕국이었다. 넬슨 만델라로 대표되는 지난한 투쟁 끝에 1990년 마침내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 공식 폐지됐다. 그 시절을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무려, ‘해리 포터’의 다니엘 레드클리프가 출연하는 영화이다. 영국의 프란시스 아난 감독의 <프리즌 이스케이프>이다. 원제는 ‘Escape from Pretoria’(프레토리아 탈출)이다. ‘프레토리아는 ’흑백분리 시절의 남아공에 존재했던 교도소가 있던 곳이다. 물론, 죄수들도 흑인과 백인이 완전히 분리되어 수감되었다. 누가, 왜, 이곳에 수감되었고, 어떻게 탈출하게 되었을까.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정치범 팀 젠킨, 탈옥하다
영화는 팀 젠킨의 실화이다. 그는 흑백분리 시절의 남아공에서 차별철폐를 위해 투쟁하던 인물이다. 즉, 민주화투사이며, 체제에 저항한 정치범이다. 그 당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전두환시절 ‘광주’를 거론하는 것만큼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많은 백인들이 그런 위험한 민주화 투쟁을 벌인다. 주로 게릴라식 선전활동을 펼친다. 1979년, 팀 젠킨도 유인물을 뿌린다. ‘폭탄유인물’이라는 독특한 방식이다. 사람의 왕래가 빈번한 곳에 작은 가방을 내려놓는다. 그 안에는 폭발장치가 되어있다. 때맞춰 펑 터지면 가방 안에 넣어두었던 유인물이 사방팔방으로 흩날린다. 팀 젠킨과 그의 동료 스티븐 리는 현장에서 체포되고 재판을 받고, 프레토리아 중앙교도소에 수감된다. 불법조직인 ANC(아프리카국민회의)와의 연계 혐의 등으로 12년 형을 선고받았다. 암울한 교도소에 갇힌 팀은 곧바로 탈옥을 계획한다. 어떤 방식? 자물쇠를 만들기 시작한다. 나무 조각으로 정교하게 키를 만드는 것이다. 통과해야할 관문이 한두 개가 아니다. 열쇠는 모두 열다섯 개가 필요하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물론, 성공했다. 팀 젠킨은 탈옥에 성공해서 남아공을 벗어났고 계속하여 민주화투쟁을 펼친다. 그의 탈옥기는 2003년 < Inside Out: Escape from Pretoria Prison>라는 책으로 발간되었다.
영화는 만델라의 숭고하고도 위대한 투쟁에 초점을 맞춘 정치영화는 아니다. ‘아파르트헤이트’라는 비인간적 차별범죄에 비해 재판과정이나 교도소 상황이 극악무도하지는 않다. --; 영화는 <빠삐용>이나 <대탈주>(스티븐 맥퀸이 나왔던!), <쇼생크 탈출> 같은 ‘감옥탈출’에 초점에 맞춘다. 제한된 상황에서 온갖 방식으로 도구를 구하고, 열쇠를 만들어 테스트하고, 매 관문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는 과정이 ‘이스케이프 드라마’의 묘미를 살린다.
영화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에델레이드에서 찍었고, 원작자 팀 젠킨도 영화에 카미오로 출연한다. 위키에 따르면 인구 5천만 명 가량의 남아공은 아프리카인(Black African)이 80%, 백인이 9%, 유색인종(Coloured)이 9%, 기타 2%의 인구 비례를 보이고 있단다. 5월 6일 개봉/12세관람가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 영화 '프리즌 이스케이프'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