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15일)은 대한민국 국민의 민의를 대변하는 선량을 뽑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선거를 앞두고 OTT 서비스에 올라온 영화 중 [선거]로 검색했을 때 눈에 띄는 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 제임스 스튜어트가 ‘필리버스팅’ 열변을 토하는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는 없지만 대신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맨 오브 더 이어>(Man of the Year,2006)가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다. 물론 ’맨 오브 더 이어‘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해마다 연말이며 그해 지구촌의 운명을 가장 많이 좌우한 인물을 선정하는 스페셜 에디션 커버스토리의 주인공을 말한다. 그럼 로빈 윌리엄스가 어떤 인물로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었을까. 감독은 <레인맨>의 명감독 베리 레빈슨이다.
톰 돕스(로빈 윌리엄스)는 TV코미디 프로그램 진행자이다. <조커>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하던 그런 인물. 방송 들어가기 전 방청객 앞에서 발군의 입담을 뽐낸다. 돕스의 정치개그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어나고 청중 하나가 문득 그런다. “돕스씨, 정치를 한 번 해 보세요.”라고. 그리고 다음 날부터 인터넷에서는 ’톱 돕스를 대통령으로‘ 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진다. 스탠딩 코미디의 달인 톰 돕스와 그의 방송스태프는 카메라 앞을 떠나, 이제 대통령 선거에 뛰어든다. 현직대통령인 민주당 켈로그 후보와 공화당 상원의원 밀스를 상대로 ’TV토론회‘부터 뒤집어놓기 시작한다.
정치판타지, 백악관 로맨스
물론, 영화는 스탠딩코미디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정치풍자극으로 시작한다. 돕스는 현직 정치인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놓는다. 대선 기간에 천문학적 돈이 들어가는 ’TV광고‘나 ’로비스트’에 대한 직격탄부터 시작하여 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에 대해 로빈 윌리엄스는 그야말로 발군의 입담을 과시한다. 이 영화에서 쏟아내는 그의 수다는 ‘알라딘’의 지니와 ‘굿모닝 베트남’에서의 DJ캐릭터를 뛰어넘는다. 물론, 정치란 것이, 그것도 미국 정치판이 한 사람만의 순정/열정으로 바뀔 리는 만무하리라. 아무리 “대중(大衆)은 우중(愚衆)”이라는 말이 있다고 해도 선거라는 엄중한 이벤트에서 ‘외모’나 ‘말빨’로 뽑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조금의 영향은 있으리라.
톰 돕스 후보의 신선한 정치도전이 이어지던 영화는 뜬금없이 ‘델라크로이’가 개발한 투개표 자동시스템을 끌어들인다. 이 회사 직원 엘레노어(로라 리니)는 시스템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지만 이미 미국의 운명은 코미디언에게 넘어간 상태. 이제부터 백악관을 둘러싸고 정치권을 뛰어넘어 방송계와 IT계의 음모론과 예상가능한 로맨스가 공생하게 된다. 어찌 될까.
<레인맨>(1988)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배리 레빈슨 감독은 TV 코미디쇼 프로그램 작가를 시작으로 커리어를 쌓아간다. 야구선수 로버트 레드포드의 <내츄럴>이나 범죄드라마 <벅시>에서도 로맨스를 빠뜨리지 않았고 <왝 더 독>에서도 정치음모극의 칼날을 숨기지 않았다. <맨 오브 더 이어>에서는 그의 장기를 다 담아낸다. 정치, 풍자, 코미디, 그리고 로맨스를. 로빈 윌리엄스의 제우스급 정치수다를 만나본다는 것이 어딘가.
마지막에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하는 코미디언 톰 돕스가 그런다. “정치가는 기저귀와 같아서 자주 갈아줘야 한다.”고. 어쨌든 내일은 선거일이다. 사전투표 못 하신 분들 꼭 투표하세요. (KBS미디어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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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영화 '맨 오브 더 이어'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