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목) 오후 10시 KBS 1TV '다큐 인사이트'에서는 일제강점기에 한국에 와 있던 외국 선교사들이 남긴 당시의 생생한 영상을 입수, 소개한다.
KBS현대사 아카이브팀이 미국 장로교 역사협회와 캐나다 연합교회 아카이브, 그리고 선교사 헨리 브루엔 가족에게 수집, 최초 공개하는 영상에는 일제강점기, 나라를 빼앗긴 한국인의 삶이 서양 선교사의 눈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방인이자 이웃의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한 생생한 영상을 통해 당시 조선을 들여다본다.
대구를 사과의 고장으로 만든 건, 선교사들이 사과나무를 들여와 청라언덕에 심기 시작하면서부터. 스물 다섯 젊은 나이에 조선을 찾아 무려 42년이나 살았던 선교사 ‘브루엔’도 사과 농사를 지었다. 전도를 위해 대구는 물론 경북 지역 곳곳을 찾았던 그는, 우리말을 완벽하게 구사했다. 한국 이름은 ‘부해리’. 자동차를 타고 온 키 큰 서양인을 구경하러 몰려든 동네 사람들을 특유의 친화력으로 사로잡았다. 조선인을 향한 그의 친밀한 시선이 단오 풍경, 여인과 아이들의 일상을 세세하게 촬영한 필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캐나다 출신 선교사 ‘오웬스’는 조선에 10여 년간 머물렀지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런데 이번 아카이브 발굴 작업 과정에서 그가 상세하게 기록한 3.1 만세운동 자료가 발견됐다. ‘오웬스’가 근무했던 현재의 세브란스 병원은 당시 서울역 앞에 있었고, 덕분에 그는 3.1 만세운동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목격하고 참가한 이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며 참상을 기록할 수 있었다. ‘오웬스’는 이 글과 사진들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지지를 이끌어내기를 바랐다. 그는 격동의 시기를 겪던 조선의 한가운데에서, 역사의 기록자로서 살았다.
기독교 불모지였던 평양을 ‘동양의 예루살렘’으로 일군 건, 미국에서 온 선교사 ‘모펫’이었다. 그러나 평양의 모습을 기록한 영상에서 특히 눈여겨 볼만한 것은 성경 공부 모임인 사경회. 전국에서 1,000명 이상의 여성 교인들이 몰려들었는데, 12일이나 교회에 머물러야 하기에 본인은 물론 아이들 먹을 것, 입을 것까지 싸서 머리에 이고 걷고 또 걸어온다. 사경회에서, 한글과 성경이 보급과 전파에 서로 힘을 싣게 된다.
평양 대부흥운동을 이끌었고, 전국을 돌며 사경회와 부흥회를 진행하면서 한국교회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한국인 목회자 길선주 목사와 모펫 선교사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공개한다.
조선 최초의 여학교 ‘이화학당’을 설립해 여성들에게도 ‘배움’이라는 꿈을 심어준 ‘스크랜튼’, 서양 의학 기술을 들여와 환자들을 돌본 전주 병원의 ‘보그스’ 원장. 100여 년 전 새벽의 나라를 찾았던 영상 속 선교사들은, 당시의 가장 평범한 조선인들의 일상과 함께했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사회에서 배척받던 한센인들에게 삶의 터전이 되었던 대구 애락원 김장철 풍경. 또 길거리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국밥을 말아먹고, 엿장수 좌판에 몰려들어 군것질하고, 지게에 짐을 잔뜩 싣고 바쁜 걸음을 옮기는 장터를 촬영한 영상은 조선을 낯선 여행지가 아닌, 자신의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살아낸 선교사들의 ‘진짜’ 삶을 통해 남겨진 것들이다.
1900년대 초, 서양에서 온 선교사들이 직접 기록한 조선을 5월 9일 목요일 밤 10시 KBS 1TV KBS 현대사 아카이브 [‘선교사들, 조선을 기록하다’- 새벽의 나라]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그램 제작에 사용된 영상의 원본은 KBS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공동 운영하는 현대사 아카이브(archives.kbs.co.kr)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