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전 세계 190여 개 나라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K드라마 <킹덤>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죽은 사람이 생사역이라는 ‘좀비’로 변해버리는 무시무시한 상황 속에서 제 살 길을 찾아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박진감 있게 그렸다. 이 작품에서 유독 눈에 띄는 연기자가 있었으니 바로,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는 영신 역의 김성규이다. <시즌1>에서는 무슨 사연인지 (부산)동래의 지율헌까지 흘러와서 날카로운 눈빛을 부라리며 복수를 벼르는 전사 영신을 인상적으로 연기했다. 최근 공개된 시즌2에서도 여전히 달리고 달렸다. 코로나19사태로 대면인터뷰가 전면 중단된 가운데, 취재진과 온라인 화상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지난 23일 진행된 인터뷰에는 대여섯 매체가 참여했다.
- 시즌1에 이어 2까지 무사히, 화려하게 마쳤다. 평가가 좋다. 소감을 말해달라.
”다음 시즌 촬영이 있을 것 같은 마음이다. 킹덤이라는 세계관에 대해 많은 사람이 재밌게 보신 것 같다. 참여한 사람으로서 영광이다.“
- 시즌1과 2에서의 차이가 있었다면?
”작품을 연기자로서의 마음가짐이 조금 달랐다. 지난 시즌에서는 배우로서 부담감이 좀 있었다. 작가님, 감독님, 함께 한 배우들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시즌2로 넘어오면서 시즌1에서 가졌던 여러 궁금증이 풀리고,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다. 그리고 킹덤만큼 제가 맡은 영신이라는 역할에 기대해 주셔서 고마웠다. 걸맞게 보여주고 싶었다.“
● 분노의 화신, 책임감의 전사
- 촬영에 들어가기 전,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어느 정도 언질을 받았나. 향후 전개에 대해서 말이다.
”시즌1 촬영할 때 감독님과 작가님이 영신의 과거에 관해 이야기해 주셨다. 향후 시즌에서는 어떻게 이야기가 펼쳐질지는 모르지만, 바뀌지 않는 것은 영신이 과거에 가족을 떠나서, 착호군으로 일을 했고, 전쟁에서 돌아왔을 때 자신의 가족들, 수망촌 사람들이 희생을 당했다는 것. 그런 행위가 조학주, 안현대감과 관련이 있다는 큰 틀에 대해 들었다. 그처럼 (시즌1에서는) 보여주지 않은 시간에 대해, 감정을 갖추고 연기를 준비헀다. 그래서 희망을 가진 긍정적인 인물의 모습이다기보다는 전투적인, 칼 같은 의지를 가진 영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즌2에 넘어오면서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구체적으로 누구를 죽이고 복수를 한다는 것보다는, 높은 지위에 대한 반감을 갖고 출발을 하게 된다. 시즌1과 연결되어 창(주지훈)을 바라보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 달리고 싸우는 장면이 많았다. 액션 연기에 어려웠던 점은?
”액션 연기에 어려운 것이 없었다. 물론 아예 없지는 않았다. 좀 더 힘들게, 처절하게 연기를 하자는 마음이 있었다. 주어진 장면에서 화려한 액션보다는 처절하게 보였으면 했다. 대사를 통해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액션을 통해 영신의 감정을 최대한 담고 싶었다. 이번 시즌에서는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액션의 합을 맞추는 것이 많았다. 무술감독님이 잘 만들어주셨다. 영신의 개성을 잘 만들어낸 것이다.“
- 영신의 분노는 어떻게 진화했나.
”시즌2에서 더 잘 알 수 있다. 시즌1에서 본의 아니게 저지른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지율헌의 많은 사람이 생사역(좀비)으로 변한 것을 봤기에,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다. 분노가 극대화되면서 사태가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하게 된다.“
● 달리는 연기자, 김성규
- 참, 많이도 달린 것 같다. 대본에는 지문이 어떻게 나왔나.
”대본에는 어떤 식으로 뛰라고 구체적으로 쓰여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작가님이 달리기 직전, 영신이 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감정적으로 잘 써 놓았다. 그렇게 달렸다.“
”시즌1에서는 촬영감독님이 열정적이었다. 달리는 연기에서 속도조절을 해본 적이 많지 않았다. 페이스 조절을 제대로 못하고 그냥 열심히 뛰었다. 촬영감독님이 더 파이팅이 넘쳤다. 더 뛰어도 된다면서 함께 뛰며 촬영했다. 내가 실제 뛴 것 이상으로 잘 잡아낸 것 같다.“
김성규는 대학로에서 연극(단역)을 하다가 2014년 <기술자들>에서 단역으로 영화 데뷔를 했다. <터널> 단역을 거쳐 <범죄도시>에서 장첸의 왼팔 양태 역으로 윤상규, 진선규만큼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김성규가 본명인가요? 연기자의 꿈은 언제부터?
”본명 맞고요. 연기자의 꿈은 늦게, 스물 넘어서 가졌다. 큰 배우가 되겠다든지 구체적으로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없었다. 워낙 평범하다면 평범한 아이였다. 조금은 반항스러운 고등학생 시절과 함께 별로 하고 싶은 게 없는, 꿈이 없던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가 형이 하는 뮤지컬을 보고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학원 다니고, 뒤늦게 학교 가고. 그래서 제가 지금 <킹덤>이라는 작품으로 이렇게 인터뷰 한다는 게 신기하고 꿈만 같다.“
”존경하는 배우는 <킹덤> 시즌 두 개를 함께 선배님. 그 가운데 김상호 선배님이시다. 현장에서의 모습도 닮고 싶다. 현장에서 보게 되는 인간적인 모습들. 조금씩 알게 되는 배우 이전, 사람의 모습이 그렇다. 딱 꼽자면, 그런 배우, 연기자 생활을 닮고 싶다. 멋있다는 생각을 한다.“
- 다음 시즌에는 어떤 이야기가 다뤄질까. 어떤 이야기가 있었으면 하나.
”전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있다. 연기자로서 감사한 작품이다. 내가 연기한 영신과 배두나가 연기한 서비라는 캐릭터는 신분이 높지 않다. 일종의 대변자로서 그들의 행보가 궁금하다. 10년 후의 이야기도 재미있겠지만, 그 이전에 영신이가 어떻게 그런 전투력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런 날카로운 사람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되는 다른 인물과의 관계, 그런 인물의 여정을 그려도 재미있을 것 같다. 시즌3이 제작된다면 작가님께 매달려서라도 출연하고 싶다.“
- <킹덤>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살펴보았나.
”시즌1때는 안 그랬었는데 이번에 시즌2가 공개되고 사람들 반응이 궁금했다. 오래 기다린 만큼 기대감도 있었으니까. 시즌1만큼, 그 이상 재밌게 봐주셨다니, 재밌었다고 하니 다행이다. 중전(김혜준)에 대한 칭찬에도 기분이 좋았다. 저와 범팔(전석호)의 의외의 케미가 재밌었다는 반응도 고마웠다. 저의 액션의 처절함에 대해 기억해주시고 말씀해 주셔서 고맙다.“
(김성규는 인터뷰가 진행된 23일(월) tvN 새 월화드라마 ‘반의반’에서 음악인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클래식 피아니스트 강인욱 역으로 안방극장을 찾는다)
- 드라마에 출연한다. 준비는?
”드라마 <반의반>에서 피아니스트를 맡았다. 촬영 전부터 피아노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보시는 분들이 알 테니. 맡은 역할이 유능한 피아니스트다. 최대한 자연스레 비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영신의 처절한 삶, 범팔의 줄타기 인생. 어떤 게 어울리나.
”범팔처럼 살면 피곤할 것 같다. 나한테는 안 맞을 것 같다. 단순하게 살고 싶다. 그런데 선택하기 나름인 것 같다. 저도 결혼하고 자식이 생기면 범팔처럼 무조건 살아야겠죠.“
코로나바이러스로 직접 대면이 이뤄지지 않았다. 45분간 구글 행오브MEET을 통한 온라인 인터뷰가 끝나자 김성규 배우는 아쉬움을 표시했다.
”감사합니다. 인사드리고 보면서 대화를 나눠야 하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들 건강하시고, 몸 잘 챙기시고, 나중에 찾아뵙겠습니다.“
<킹덤> 시즌2의 에피소드 6편은 지난 13일, 전 세계 190개국 넷플릭스를 통해 일제히 공개됐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김성규/ 넷플릭스,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