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1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 국가에 동시에 공개된 <킹덤>은 공개와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신속하게 ‘시즌2’가 제작되었고, 지난주, 코로나19 사태 속에 공개되었다. 시즌1이 공개될 때의 엄청난 홍보이벤트는 펼쳐지지 않았다. 제작발표회도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제작진과 주연 배우들과의 언론인터뷰도 온라인화상 시스템을 통한 간접접촉으로 열렸다. ‘시즌2’의 지휘봉을 잡은 박인제 감독과의 인터뷰도 그렇게 진행되었다. 구글의 다인화상 원격회의 시스템인 ‘행아웃meet’을 통한 인터뷰에는 대여섯 명의 기자들이 접속하여 낯선 방식의 대화를 이어갔다.
<킹덤> 시즌1은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 감독은 시즌2의 첫 번째 에피소드까지 맡고, 시즌2의 나머지는 모두 박인제 감독이 담당했다. 박 감독은 오래전 보안사령부의 민간인 사찰문제를 극화한 음모론 영화 <모비딕>과 황정민이 서울특별시장 선거에 도전하는 정치드라마 <특별시민>을 감독한 사람이다.
“넷플릭스 사무실입니다.”
화상인터뷰가 처음이라는 박인제 감독은 이틀 연속 화상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 낯선 시스템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했다. 어쨌든, 김은희 작가의 굉장하고도 엄청난 각본을 바탕으로, 김성훈 감독의 배턴을 이어받은 소감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부담감은 없었는지?
“출발점은 정해져 있었다. ‘시즌1’이 만들어 놓은 세계관을 충실하게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기본이다. 거기에 창작자로서의 고민이 보태졌다. 시즌2에서도 좀비 장르를 좋아하는 시청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좀비 팬인 내가 봤을 때도 재밌는 요소를 넣고 싶었다. 그 점을 계속 생각했다”
● 킹덤 세계관의 유지
- 시즌1과 차이가 있다거나 더 나아간 점이 있다면.
“거듭 말하지만 김은희 작가와 김성훈 감독이 쌓은 세계관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것이 시리즈물의 장점이자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좀비가 달리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난 모르겠다. 아예 다르게 만드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런 좀비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시즌1의 경험치를 물어보면서 진행했다. 전체적인 서사에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시즌2에서는 서비(배두나)가 괴물로 변신하는 원인에 대해 뭔가를 발견해내는 과정이다.”
- 김성훈 감독과의 작업교체 방식은? 이야기 진행에 문제가 없었나.
“탄탄한 각본에 따라서 작업하는 것이다. 일단 시즌2의 시작은 전편의 대단원의 막을 이룬 우포늪의 전투에서 이어진다. 우포늪 전투가 마무리되고, 시즌2에서는 창(주지훈)이 권력의 핵심으로 접근하는 이야기이다. 김성훈 감독이 첫 번째 에피소드까지 마무리한 셈이다.”
- <시즌2>도 해외관객의 반응이 뜨겁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서구 관객의 반응까지는 생각을 못 해봤다. 아마도 그동안 동양권 장르에서 비친 중국이나 일본의 모습과는 조금 달라 보이는 한국의 모습에 반응하는 것 아닐까. 한국의 구체적인 의상이나 건물 모습이 그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간 면이 있을 것이다.”
● 넷플릭스 스타일
- 궁에서의 촬영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커다란 광장에서 촬영했고, 배경은 컴퓨터그래픽이다. 저수지 같은 것도 CG의 힘이다. 촬영은 지난해 2월에 시작되었다. 여름에도 겨울 장면을 찍어야했다. 얼음이 깨지는 장면은 예상외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 갈라지고 깨지는 모습, 불규칙한 균열의 모습을 담는데 CG작업시간이 좀 걸렸다.”
- 넷플릭스가 창작가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고 계속 말해왔다. <킹덤>도 그러하지만 넷플릭스 작품은 에피소드별 러닝타임이 들쭉날쭉하다. 이것도 창작자의 자유에 해당하나.
“내가 본 넷플릭스 콘텐츠에서도 그런 게 많더다. 공중파나 케이블TV 드라마의 경우에는 광고를 해야 하니 편성표를 지켜야 할 것이다. 뉴스도 정시에 해야 하니. 넷플릭스는 그럴 이유가 없잖은가. 넷플릭스가 요구한 것은 아니다. 작가님 대본에, 서사에 충실하다 보니 딱 정해진 시간은 없다. 그리고 실제 넷플릭스와 작업해보니 간여 같은 것은 없었다. 얼음CG 부분은 넷플릭스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 같다.”
- 얼음 장면 이야기가 나왔으니, <왕좌의 게임>의 얼음 전투씬 등 몇 장면이 떠오른다는 평이 있다.
“나도 <왕좌의 게임> 시즌1은 보았다. 전체적으로 유사하다고 말한다면 제가 드릴 말씀은 없을 것 같다.”
- <킹덤>은 시즌별 제작비가 1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제작비는 여유로웠나?
“그 어떤 감독도 예산에 대해 절대 만족은 없을 것이다. 천억 원을 주더라도 오백만원만 더 있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완성도를 생각하는 감독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래서 프로듀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감독들의 욕구에 대해 ‘감독님 그러시면 안됩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 수망촌의 비밀은...
-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가 에피소드3 인트로에 1분 정도 나오는 ‘리버스’(리와인드) 씬이다.
“각본에는 몇 줄 안 된다. 감독에게는 그 장면을 형상화 시키려면 생각할 게 많다. 전투장면이니 엄청난 인원이 필요하다. 한 씬을 위해서 말이다. 왜군의 복장과 당시 무기까지. 모든 것을 고증하려면 엄청난 미술비용이 들 것이고, 한 씬을 위해서라도 촬영회차가 많이 늘어날 것이다. 그 장면의 비용을 줄여 5부와 6부에 쏟아붓는 게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쨌든 그 장면은 꼭 있어야 한다. 수망촌과 왜구이야기는 있어야 하니. 내레이션으로 처리하더라도 말이다. 비주얼을 생각하면 가성비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 <킹덤>에서는 잔인한 장면이 많다. 특히 참수 장면이 속출한다. 물어뜯는 장면도.
“개인적으로 잔인함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싶었다. 그런데 연출부에서 여러 가지로 고민했다. 너무 잔인하면 비호감이 될 수 있으니 수위를 좀 지키자는 의견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좀비물의 고어함을 최대치로 보여주려고 했다.”
- 좀비 장르를 좋아한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좀비물이 있다면
“‘28일 후’. 속편인 ‘28주 후’도. 대니 보일 감독이 ‘28개월 후’도 만든다고 했는데 소식이 없다. 혹시 관련 소식 있으면 알려주시기 바란다.”
- <특별시민>에서는 권력의 추악함을 이야기했다. <킹덤2>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있나.
“그 작품의 주제와 연관되는 것은 없다. 내가 이 영화를 감독한 이유는 김성훈 감독이 추천해서이다. 나를 왜 선택했는지는 김성훈 감독에서 여쭤봐야 할 것 같다.”
- 안재홍이 깜짝 출연한다. 옛날 화장실, 변소 장면이다. 혹시 <슬럼독 밀리어네어> 초반에서처럼, 하드한 장면도 찍었었나? 시즌이 더 만들어진다면 안재홍의 역할은 어찌 될까. 감독의 촉으로 예상하자면.
“그런 생각도 했었는데 결국 찍지는 않았다. 좀비의 ‘고어’감과 ‘똥통’의 혐오감의 사이에서 고민했다. 안재홍은 왕을 보필하는 문수이다. 그의 역할은 김은희 작가의 몫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게 되면 선입견이 생길 것 같다.”
구글 행아웃미트로 45분간 진행된 인터뷰 끝에 박인제 감독은 “문명의 이기가 불편하다. 화상전화를 많이 쓰면 익숙하겠지만 말이다. 우왕좌왕 안 하고 퍼펙트하게 말씀드리고 싶었다. 심도 있게 답변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박인제 감독,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