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는 넷플릭스와 인연이 깊다. 2015년, '넷플릭스'가 어떤 서비스인지도 잘 모를 때 출연한 <센스8>을 시작으로 <센스8> 시즌2, 스페셜에피소드를 거쳐 <킹덤>시즌1,2, 그리고 <고요의 바다>에 출연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할리우드 특급 필름메이커의 선택을 받고 1억 6천 6백만 달러짜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에 출연했다. 지난 연말 공개된 파트1에 이어 오늘(19일) 파트2가 공개되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레벨 문>이다. 공개를 앞두고 오늘 오전,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는 ‘레벨 문(Rebel Moon): 파트2 스카기버’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레벨 문’은 은하제국의 반역자들에게 쫓기는 전사 코라가 변방의 한 행성에 은거하고 있다가 각성하여 반란군을 규합 운명의 대회전을 치르는 SF물이다. 배두나는 특별한 사연을 가진 검술사 네메시스를 연기한다.
“이 영화는 2022년 미국 LA에서 8개월 정도 촬영했었다. 파트1과 파트2를 같이 찍었다. 시나리오가 같이 나와 동시에 찍었다.”며 “나이가 들면서 장시간 비행하는 게 힘들더라. 이젠 해외일정을 줄이려고 하는 편이다. 계속 한국에 있으며 드라마 [가족계획] 찍고 있었다.”고 배두나는 근황을 밝혔다.
Q. 배두나 배우는 넷플릭스와 작업을 많이 했다. ‘넷플릭스의 딸’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배두나: “이젠 ‘이모’ 정도라고 해야할 것 같다. 처음 <센스8>으로 넷플릭스를 접했다. 그 때는 한국 넷플릭스도 없을 때였다. 시즌을 몇 개 하며 관계를 이어간 배우이다. 지금은 한국 콘텐츠도 많아지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 그런 수식어에는 자유로워진 것 같다. 사실 처음 할 때는 넷플릭스가 뭔지도 몰랐다. 어떤 플랫폼, 어떤 채널이든 상관이 없었다. 영화든 드라마든 좋은 작품이고, 감독님이 불러준다면 어디라도 가겠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Q. 액션을 많이 펼친다. 동양적인 느낌을 주는 역할인데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지점은.
▶배두나: “처음오퍼를 받았을 때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즐겨 보는 사람도 아닌데 그런 생각을 했었다. 시나리오를 보고는 네메시스 캐릭터는 왠지 알 것 같았고,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캐릭터에 몰입한다면 어떤 장르이든 새로운 도전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파트2에서는 강한 장면만 나온다. 강인한 모습, 의지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적으로 번뇌와 고통을 많이 겪은 사람이다. 네메시스가 끝까지 지켜내려고 하는 것이 이따. 그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Q. 한국적인 비주얼에 대해서는.
▶배두나: “파트1에서 갓 비슷한 것을 쓰고 나온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그게 아니었다. 삿갓 같은 것이었다. 의상 피팅할 때 갓을 받고는 반가웠다. 선비들, 남자들이 쓰는 것을 내가 쓰는 것이어서 반가웠다. 시대는 모르겠지만 외계의 행성에서 한국적인 의상을 입는다는 것이 뿌듯하고 기분 좋더라. 제가 의견을 낸 것은 바지의 길이에 대해서다. 원래는 발목이 보이는 귀여운 바지였는데 제가 긴 바지로 바꾸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검을 쓰는 사람이니까. 고수들은 발의 움직임을 보고 방향을 알 수 있다고 하더라. 검객으로, 무술의 고수로서 발이 안 보이게 하는 게 멋있지 않을까. 그런데 바짓단이 기니 촬영할 때 걸려서 힘들었다. 아참. 아이라인도 제 아이디어였다.”
Q. 한국과 해외의 제작시스템의 차이를 느꼈는지.
▶배두나: “프로덕션마다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 제가 느끼기엔 가장 큰 차이점은 배우와 스텝들이 다이렉트로 서로 소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저는 촬영할 때 늘 혼자 다닌다. 그것에 대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다.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다 갖춰져 있다. 나머지는 비슷하다. 물론 버젯의 차이에서 오는 것도 있다.”
“이번에 놀란 것은 그 많은 버젯이 이렇게 쓰이구나 싶었다. 영화에 밀밭이 나온다. 밀을 심고, 키운다. 그 밀밭이 자라서 우리가 사용하기에 적당할 때 촬영을 시작했다. 파트2에는 호수에 들어가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위해 땅을 파서 호수를 만든다. 배우가 들어갈 수 있게 수온을 맞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진짜 호수에 가서 추위에 떨면서 찍는데 말이다. 이번 작품에 CG가 많지만 세트 구현에 정말 공을 들였다. 대부분의 신을 세트에서 찍을 수 있었다. 호수를 파는 스케일과 밀을 직접 심는 리얼리티라니! 물론 이건 잭 스나이더 감독 영화가 그렇다는 것이다. 할리우드 저예산영화를 찍은 게 아니라서 일반적인 비교를 하기엔 어려울 것이다.”
Q. 제국에 대항하는 반란군이 모여 고해성사하듯이 이야기 나누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배두나: “각자 다른 행성에서 모인 사람들이다. 그들이 서로의 백그라운드에 대해 말하는 신이다. 영화를 찍기 전부터 같이 트레이닝 하였고, 스턴트도 같이 했으니 친해질 수밖에 없다. 그 장면을 새벽 3시에 찍었던 것 같다. 엄청 늦게 찍어 졸렸던 기억이 있다. 분위기는 엄숙했다. 몰입해서 연기하다보니 울기도 하고. 가슴 아픈 신이었다.”
“영화에 핀이라는 꼬마가 나온다. 케이든(알렉산더 코쉬레브) 이라는 아역배우가 연기한다. 결과물에서는 빠졌는데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었다. 네메시스에게는 아이가 있었는데 마더월드의 침략에서 자기 아이를 지키지 못한 원통함이 있다. 그래서 핀이라는 아이를 지켜내겠다는 그런 마음이 있었다. 그 아이와 마음을 통하는 과정이 있었다.”
Q. 할리우드와 한국을 오가며 작품을 선택하고 있다. 작품 선택의 기준이 있는지.
▶배두나: “제가 선택하는 부분이다. (판타지 액션 말고) 리얼한 연기를 하는 작품도 들어오기는 한다.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영어는 나의 퍼스트 랭귀지가 아니다. 난 서른 넘어서 외국에서 일하기 시작한 뼛속까지 한국인이다. 그곳에서 자라온 사람이 아니니 제스처를 흉내 내는 것보다는 나를 가장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한다. 파이터로 쌍검을 휘두르는 식으로. 그렇게 몸을 쓰는 설정도 연기에 도움을 준다. 언젠가는 외국에서도 한국에서처럼 리얼한 생활연기를 할 것이다. 지금은 그런 수순을 밟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신중을 기하고 있다.”
Q. 극중 네메시스 연기에서 배두나의 모습은 어느 정도 투영되는가.
▶배두나: “작품마다 원래의 제 성향이 조금씩 묻어있다. 저의 많은 요소, 성향 중에서 조금씩 말이다. <비밀의 숲>의 한여진도, <플란더스의 개>의 현남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이젠 코미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웃기는 코미디 하고 싶다. <닭강정> 보는데 너무 웃겼다 그런 것도 하고 싶다. 나는 연기할 때 참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먼저 감정을 보여주기보다는, 삐져나오는 걸 관객들이 알아채야 한다는 것이 제 연기관이다. 관객들은 제 눈만 봐도 다 읽고 있다고 생각한다.”
Q. 마음에 드는 장면을 꼽아준다면.
▶배두나: “파트2에서는 싸우는 장면이 정말 괜찮았다. 넷플릭스 시사실에서 이걸 봤는데, 제가 제 영화 보고 멋있다고 느낀 것은 처음이다. 항상 제 모습 보면 부끄러웠는데. 제 자신의 연기에 가혹한 편이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싸우는 장면은 대게 멋있다. 편집을 잘했나보다. 그리고 케이든과 강아지풀로 간질이는 장면이 있는데 살짝 미소를 짓게 된다.”
“<레벨 문> ‘파트1’은 ‘파트2’를 위한 소개였다. 파트2에서는 전편에서 깔아놓은 떡밥을 수거한다. 빠른 전개로 전투가 시작되고 각 캐릭터들이 한 번씩 멋진 액션 연기를 펼친다. 그들의 각자의 사연도 들을 수 있고. CG도 화려하니까 눈요기도 된다.”고 관전 포인트를 밝혔다.
배두나 배우는 마지막으로 “장르, 국경 가리지 않고 용감하게, 지치지 않고 더 열심히 배우생활 하겠습니다.”고 마무리 인사를 남겼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