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41년 전, 지금의 청와대 근처에 있는 중정(중앙정보부)의 비밀 안가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사건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을 살해한 사건이다. 물론, 당시 언론에서는 ‘시해’라고 표현했다. <내부자들> 흥행성공의 기쁨은 잠시, <마약왕>의 아찔한 실패 후 심기일전한 우민호 감독이 만든 신작 정치스릴러이다.
다음 주 개봉을 앞두고 어제(15일)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우민호 감독과 주연 배우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남산의 부장들>은 1990년 김충식 기자의 추적기를 바탕으로 영화를 완성시켰다. 쿠테타로 정권을 장악한 뒤 18년간 철권통치를 이어온 청와대의 권력가 박정희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중앙정보부장, 경호실장의 알력을 보여주고, 혁명과 반혁명의 아찔한 내부갈등이 차갑게, 그리고, 폭발적으로 전개된다.
우민호 감독은 <남산의 부장들>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했다. “정치적인 성격이나 색깔을 띠지 않았다. 어떤 인물들에 대해서 공과 과를 평가하지 않는다.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인물들의 내면과 심리 묘사를 따라가면서 보여주고 싶었다.”며 “판단은 관객들이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영화를 배우던 시절부터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어 했던 우민호 감독은 <내부자들>이후 원작자와 연락이 닿아 판권을 사게 되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대통령 이성민, 중앙정보부장 이병헌, 경호실장 이희준, 그리고 미국으로 망명한 전직 정보부장 곽도원의 엄청난 열연으로 숨 쉴 틈을 주지 않고 113분을 직진한다.
중정부장 김재규(김규평) 역을 펼친 이병헌은 “작가가 만든 상상의 인물보다, 실제 사건의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훨씬 힘든 작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감독님이 준비한 자료 등, 여러 가지를 더해서, 시나리오에 입각해서 연기를 했다"며, ”개인적인 생각을 더하면 조금이라도 왜곡도리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시나리오에 입각해서 그 안에서 인물이 보여주고자 하는 감정을 보여주려 애썼다"고 덧붙였다.
이성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거의 완벽하게 연기했다는 평가이다. 외모뿐만 아니라, 장기독재자의 심리적 상태까지 낯빛과 대사로 표현해낸다. “당시에 직접 그분의 옷을 제작하셨던 분을 찾아가서 그분 스타일에 맞게 의상을 제작했다”면서, “이번 역할은 세 명의 부장과 어떻게 밀당을 잘해야 하는지, 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게 하고, 요동치게 만들고, 때로는 품어주어야 하는지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밝혔다.
박정희의 충복이었다가 미국으로 망명, 유신정부에 칼을 꽂은 인물 ‘김형욱’(극중에서는 박용각)을 연기한 곽도원은 “최고의 권력을 갖고 있다가 그런 것들이 없어졌을 때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표현하려고 많이 준비했다.”면서 “그동안 한 연기 중 최고 난이도가 있었던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우민호 감독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변곡점을 이루는 큰 사건이다. 그 안의 인물들의 감정과 내면을 보면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일맥상통하는 감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폭넓게 보시면 좋을 것 같다. 과거의 먼 역사가 아니라, 영화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이야기의 못다 한 이야기가 여러분을 통해 완성된다면 감독으로 무척 행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22일 개봉한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 영화 '남산의 부장들' 시사회 현장 - 스틸 컷/ 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