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7일) KBS 1TV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지금은 유전자 시대 – 당신의 유전자가 궁금해질 때' 편이 방송된다.
2013년, 미국의 톱스타 안젤리나 졸리의 선택이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세계 최고의 스타인 그녀가 멀쩡한 유방과 난소를 절제한 것이다.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과 난소 절제 수술을 받은 이유는 그녀가 BRCA1이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BRCA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길 경우 유방암 발생 위험도는 10배, 난소암 발생 위험도는 20~40배 정도 증가한다. 졸리는 선제적인 조치로 절제 수술을 시행한 것이다.
안젤리나 졸리의 충격적 선택 이후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누구나 1,000달러를 내면 내 몸의 유전자 지도를 받아볼 수 있는 세상, 바야흐로 '유전 의학'의 시대가 열렸다. 그렇다면 지금, 유전 의학의 현주소는 어떨까? 유전 의학은 우리 일상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 유전자, 나와 내 아이의 미래를 바꾸다
종양내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방경혜 교수. 방 교수가 종양내과 전문의가 된 이유는 위암으로 돌아가신 할머니와 대장암, 요관암, 육종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 때문이다. 유전자 검사 결과, 아버지와 방 교수 둘 다 린치증후군 환자로 밝혀졌다. 린치증후군은 생식세포 돌연변이의 일종으로, 이 증후군이 있으면 50세 이전에 대장암, 자궁암, 난소암 등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 린치증후군을 가진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동병상련을 느꼈다는 방 교수,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린치증후군 진단 당시 방 교수는 임신을 준비하고 있었다. 린치증후군은 상염색체 우성 유전 질환으로, 부모 중 한 명이 린치증후군이면 자녀에게 50%의 확률로 유전된다. 당시 결혼 1년 차, 방 교수는 자녀 출산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희망적인 소식을 듣게 됐다. 착상 전 배아 태아 유전자 검사를 통해 돌연변이가 없는 배아를 미리 알고 임신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린치증후군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정한 유전자 검사 항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방 교수 부부는 린치증후군이 없는 아이를 낳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민원까지 넣었다. 과연 방 교수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꿈에 그리던 엄마가 될 수 있을까?
■ 유전자, 양날의 검이 되다
하지만 유전자 시대가 도래하면서, 유전자 검사의 오남용 또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수진(가명) 씨는 딸 은서(가명) 출산 직후 한 유전자 검사에서 '염색체 미세 결실로 인해 자폐 스펙트럼 발병 위험이 높다'는 결과를 들었다. 이후 2년 동안 수진 씨는 항상 마음을 졸이며 은서를 키웠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은서는 오히려 또래보다 지능 지수가 6개월이나 앞선다는 진단을 받았다. 실제로 은서가 가진 염색체 미세 결실은 증상이 발현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수진 씨는 지난 2년간 가슴 졸이며 아이를 키웠던 시간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증상 태아와 신생아에게까지 시행되고 있는 무분별한 유전자 검사가 보호자들에게 큰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심하게는 아이를 포기하게 되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어떻게 해야 유전자 검사라는 '현대 의학의 요술봉'을 잘 활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유전 의학이 우리의 삶과 일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알고 싶다면 17일 수요일 밤 10시에 방송되는 생로병사의 비밀 「지금은 유전자 시대 – 당신의 유전자가 궁금해질 때」 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