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방송된 JTBC 드라마 페스타 ‘루왁인간’(연출 라하나, 극본 이보람, 제작 드라마하우스)이 연말 안방극장에 따뜻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온갖 수모를 겪어가며 30여년을 헌신한 회사에서 원치 않는 ‘희망퇴직’ 위기에 처한 50대의 고졸 세일즈맨 정차식(안내상 분)의 ‘짠내’ 가득한 일상에 찾아온 특별한 기적이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펼쳐지며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만년 부장 정차식의 회사 내 자리가 흔들린다. 볼리비아산 원두를 들여오던 중, 예기치 못한 폭발 사고로 50톤의 원두를 모조리 날리며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것. 그동안 정차식은 후배들 사이에서 그는 상사들에게 기르는 개처럼 군다며 ‘펫차식’ 혹은 한물간 ‘폐차식’이라 불리는 취급까지 받고 있었다. 어떻게든 회사에 좀 더 버티려는 정차식 부장의 몸부림이 뭉클한 공감을 자아냈다.
그에게 찾아온 기적은 판타스틱 그 자체이다. 볼리비아에서 만났던 세르난도(호세 분)가 선물한 커피나무에 열린 열매(커피체리)를 먹게 되고, 그것이 뜻밖의 결과물을 낳은 것.
외로운 현실 가장이자 위태로운 만년 부장 정차식의 삶을 통해 들여다본 우리네 인생은 평범해서 더 깊은 공감을 선사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매 순간을 인간답게 살고자 노력했지만, 그 노력에 따른 보상이 뒤따르지만은 않는 현실. 그런 그에게 펼쳐진 작은 기적은 정차식이 쏟아낸 시간과 노력에 대한 선물인 셈이었다.
위기에 처한 가장을 연기한 안내상과 그에게 한 뼘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가족을 이루는 장혜진, 김미수의 현실연기, 그리고 윤경호, 최덕문, 유성주, 정종준 등 탄탄한 조연들의 뒷받침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한편, 2019-2020 JTBC 드라마 페스타의 두 번째 작품 ‘안녕, 드라큘라’(김다예 연출, 하정윤 극본)는 2020년 상반기 방송된다. (KBS미디어 박재환 / 사진 = JTBC드라마 '르왁인간' 제작발표회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