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8일부터 11월 21일까지 매주 수목요일 방송되던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시청자의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6%대의 시청률로 시작된 드라마는 회를 거듭할수록 탄탄한 스토리, 배우들의 열연으로 상승 곡선을 이어가더니 마지막 회는 24%, 올해 미니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동백꽃 필 무렵>의 연출을 맡은 차영훈 피디가 ‘화제작 동백꽃’에 대한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별관에서는 취재진과 만나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본이 너무 좋았다.”고 말문을 연 차 감독은 ‘동백꽃’ 성공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제작발표회 때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맞게 드라마의 포맷을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동백꽃’처럼 드라마의 본연에 가까워질수록 좋은 작품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 공감을 주고 감동과 재미를 주는 이야기를 했을 때 시청자는 지상파, 케이블, 모바일 등으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도 여기에서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차 감독은 4부작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2016)에서 임상춘 작가와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임상춘 작가는 <쌈, 마이웨이>(2018)에 이어 다시 한 번 KBS에서 ‘드라마의 본연’을 선사했다.
“드라마가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우리 주변에 평범하고 선한 사람들의 의지가 모여서 기적이 이뤄진다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우리가 좀 더 성장하고 우리가 선의를 가지면서 우리 안에서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끌어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잘못도 내 안에 있지만 그걸 이겨낼 힘도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강하늘, 공효진을 위시하여 모든 배우들이 그야말로 맹활약한 연기의 향연이었다. 감독이 생각하는 최고의 신스틸러는?
“모두가 신스틸러였다. 조연, 단역까지도 120%의 역할을 해주셔서 한 명을 꼽기는 어렵다. 오정세, 염혜란, 김지석, 지이수 등 모두 감사하다. 특별히 김선영을 꼽고 싶다. 조금 작은 캐릭터일 수도 있는데 좋은 대본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참여를 해주셔서 처음에는 죄송하고 부담스러웠다. 그 캐릭터 자체를 크게 만들어 주셨고, 존재감 있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김선영을 비롯한 ‘옹벤져스’를 신스틸러로 꼽고 싶다.”
- 임상춘 작가의 대본을 처음 보고 어떤 생각을 했었나.
“그런 대본을 연출자로 만날 수 있다는 건 행운이고 기적 같은 일이다. 배우들에게 ‘라디오 드라마’를 하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그대로 읽으면 내용이 전달이 될텐데 연기를 못하거나 연출을 못하면 대본을 망칠 것 같았다. 대본을 읽었을 때 감동을 최대한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 시청자의 호평이 쏟아졌다.
“너무 감사하다. 충분히 행복해하고, 기쁘게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작가와 통화하면서 우는 경우가 많다. 떠나보내기 아쉽다. 1년 이상 ‘동백꽃’ 월드에서 살다보니까 끝나는 게 헛헛해진다. 동백꽃은 ‘엄마에게 전화하게 하는 드라마’였다. 작가님과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했던 이야기가 그런 부분이었다. 따뜻한 이야기 해보자는 것. 보고난 이후에 감정이 촉촉해져서 잠자리에 들 수 있는 드라마를 해보자고 했었다.”
- 주연배우 강하늘과 공효진의 연기에 대해서.
“압도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연출을 하면서 디렉션이 아닌 협의를 했다고 표현하고 싶다.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배우이다. 연출자는 드라마 전체를 자꾸 보게 되고, 흐름이나 호흡을 계속 생각하게 되는데, 배우는 자기의 캐릭터 위주로 캐릭터의 흐름을 보기 때문에 연출자가 생각하지 못한 지점을 배우들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그걸 캐치해냈을 때의 시너지가 크다. 공효진이나 강하늘은 매우 철저하게 준비하고, 그걸 잘 표현해내는 배우다.”
차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효진은 본능적인 천재다. 동물적인 감각이 있다고 할 만큼 압도적이다. 준비도 철저했다. 분장, 의상 등을 세밀하게 고민하고 그걸 정교하게 배치해서 준비해왔다. 강하늘은 6개월 정도로 그야말로 황용식으로 살았다. 제작발표회 때 황용식 말투를 써서 너무 재밌었다. 얼마 전에 찍은 화보 보니까 (용식이에서) 벗어났더라. 그만큼이나 두 배우 모두 철저히 준비하고 그 정도의 재능과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필구를 연기한 김강훈의 연기도 화제다.
“저 나이에 감정의 동요를 어떻게 표현할까 걱정했다. 황용식보다 어려울 수 있었다. 아이의 순수함과 남자다움, 게다가 배려, 눈물, 이 모든 걸 표현해야 하는 우리 드라마에서 가장 어려운 캐릭터였을 수 있다. 많은 아역 오디션을 봤는데, 김강훈이 너무 압도적이었다. 디렉션이랄 것 없이 그 장면에 들어가기 전에 배우들과 함께 무드를 잡는 설명만 공유하면 바로 그 감정을 끌어왔다.”
차 감독은 인터뷰 말미에 김강훈이 유승호 여진구의 계보를 이을 좋은 배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분들이 그 나이 대에 보여준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너무 잘생겼다. 기본적으로 너무 밝은 품성의 아이다. 그 밝은 품성을 가지고 예쁘게 자라준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말 좋은 배우로 자랄 것이라 생각해 꾸준히 연락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 연쇄살인마를 ‘까불이’라고 이름 지은 이유가 있나.
“작가님이 쓰셨다. 임상춘 작가의 균형감이라고 본다. 무시무시하고 어려운 이름이 아니라, 나쁜 사람인데 가벼운 이름이 있다. 이름을 무섭게 지어서 공포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무섭기도 하지만 이야기할 때 ‘말맛’을 살릴 수 있었을 것 같다. 마지막 동백이가 까불이를 잡았을 때 시원하게 ‘너 까불지 마’라고 이야기했을 때 통쾌함이 준비되어서 만들어진 별명이라고 생각한다.”
- 드라마 촬영현장에서 스태프 처우와 관련하여 잡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문제는 조심스럽다. 과장된 측면도 있다. 계약을 제대로 마무리 못한 채로 촬영이 진행됐다는 점에서는 속상하고 아쉬운 지점이다. 주당 근로시간이나 촬영 간 휴게 시간, 이동 간 휴식 시간 보장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모범적으로 했다고 생각한다. 미진한 점이 있었고, 개선해야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나름 진일보한 현장이었다고 자부한다.”
'메밀꽃 필 무렵' 깔끔이?
- 임상춘 작가와 작품을 다시 한 번 하실 계획은?
“시즌2보다는 더 좋은 작품으로 보고 싶다. 잠깐 휴식을 갖고 ‘메밀꽃 필 무렵’에서 ‘깔끔이’를 잡으러 나올 수도 있겠지만 시즌2에 대한 계획은 없다. 더 좋은 작품으로 나도, 임상춘 작가도 시청자들과 만나겠다.”
<동백꽃 필 무렵>을 끝낸 차영훈 감독은 지상파, 그중 KBS의 드라마피디가 바로 보는 ‘드라마 제작’에 대한 현실적 고민을 토로했다.
“드라마는 자본의 논리로 움직인다. KBS는 제작비 측면에서 유연하게 움직이기는 어렵다. 큰돈을 받는다는 게 작가, 대본, 연출, 배우를 인정해주는 척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KBS에서는 ‘김과장’, ‘백희가 돌아왔다’, ‘동백꽃 필 무렵’ 등 좋은 시도가 있었다. 많은 자본을 투입해서 ‘억’ 소리 나게 만들지 않아도 공영방송의 가치를 구현하고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게 작품을 만드는 것이 지상파들이 지금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한다. 내부적으로도 경쟁력을 키우고 기획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강소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극복방안이 될 것이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