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막을 내린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오랜만에 시청자에게 재미와 감동이라는 포만감을 안겨준 웰메이드 드라마였다. 배우들 모두가 캐릭터에 녹아들어간 사람냄새 나는 휴먼드라마의 정수였다. 모두가 최선을 다한 그 배우들 중 ‘필구’를 연기한 아역배우 김강훈이 특히 주목된다. 김강훈은 작년 <미스터 션샤인>에서 이병헌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고, 최근 개봉된 영화 <블랙 머니>에서도 잠깐 얼굴을 보인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김강훈이 취재진을 만나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초등학생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그리고 초등학생이 확실하네라는 감탄사가 나올 만큼 자연스럽고 즐거운 ‘묻고 답하기’ 시간이 펼쳐졌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KBS별관 대본연습실에 마련된 간담회에는 30명 이상의 기자들이 모여 김강훈을 ‘바라’보았다.
여진구, 유승호의 뒤를 이을 배우
김강훈 인터뷰타임 직전에 연출을 맡은 차영훈 피디의 라운드인터뷰가 있었다. 차 피디는 김강훈을 두고 “여진구, 유승호의 뒤를 이을 아역배우”라고 평가했었다.
인터뷰가 진행되기 전에 이미 김강훈 군과 관련된 기사 두 건이 화제가 되었다. 강다니엘이 김강훈과 닮았다는 것과, ‘220일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는 뜻밖의 소식.
“강다니엘 형과는 안 닮은 거 같아요. 너무 잘생겼어요.”라고 말한 뒤 “제가 먼저 고백했는데 기사가 터질 줄 몰랐어요. 엄마가 알려줘서 깜짝 놀랐어요. 제 눈엔 아이린을 닮은 것 같아요. 친구들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해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 극중 필구와 닮은 점은?
“야구를 좋아하고 먹는 걸 좋아한다. 오락도 좋아하고. 그거 세 가지만 닮았다.”
- 드라마를 끝낸 소감은 어떤가.
“아쉽다. 다 옹산에 살 것 같고 준기네 아줌마(김선영) 거기 서 있을 거 같다.”
- 연기를 무척 잘했다. 연기 칭찬 들으면 어떤가.
“그런 칭찬이 좋았다.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데 연기 잘한다고 하니까 좋고 고마웠다.”
- 감정 연기는 어떻게 하나. 눈물연기도 잘한다.
- “이전엔 엄마가 죽는 거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 필구의 상황에 따라 하는 것 같다.”
옆에서 듣고 있던 차영훈 피디가 한 마디 거들었다. “강훈이의 연기가 성장하는 게 보였다. 1, 2회 할 때와 5회~8회, 9회에서 마지막 회까지. 쑥쑥 성장하더다. 18부(35/36회) 같은 경우 강훈이가 (하드)캐리한 회다. 아빠한테 갔다가, 학교에서 단무지 먹고 엄마한테 오는 이야기. 독보적이었다. 감정으로 극을 이끈 것이다. 대견했다.”
- 요즘 ‘펭수’만큼 핫하다.
“펭수를 잘 모른다. 펭수가 펭귄이냐. 친구들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다.”
- 김강훈의 인기를 실감한 에피소드가 있나.
“구룡포에서 촬영할 때, 분장실 앞에 200명 정도 있었다. 그때 저랑 엄마의 힘으로 못 나갈 거 같더라. 제작부 형들에게 전화해서 나갔다.”
- 촬영 중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딱히 없었다. 야구장 신은 힘든 것 보다 엄청 더웠다. 공 맞는 신도 실제로 맞아서 피멍이 들었다. 그래서 아팠던 기억이 있다.”
차영훈 피디가 곧바로 해명한다. “가짜 공을 준비 했었는데, 만만치 않았나 보다. 그날은 몰랐는데 다음날 멍들었다고 해서 마음 깊이 사과했다.”
- 왜 배우가 되고 싶었나.
“엄마 손에 이끌려갔다. 5살 때라 아무것도 몰랐다. 그때는 싫었는데 9살부터는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연기가 재밌다.”
- 왜 9살 때부터 연기자가 되고 싶었나.
“사람들을 만나는 게 재밌고 대사 외우는 게 흥미롭고 재밌다.”
- 엄마가 왜 배우를 시켰는지 아나.
“어머니 지인의 권유로 엄마 손에 이끌려갔다.
-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강하늘 형처럼 되고 싶다. 너무 착해서 착한 연기자가 되고 싶다.”
- 드라마 촬영 후 크게 변한 점이 있나.
“소리를 크게 지를 수 있게 됐다. 동생에게 화낼 때는 그만하라고 이야기하는데 지금은 그냥 소리 지른다.” (일동 웃음)
- 대사 외우는 노하우가 있나.
“엄마가 외우면 학교 나가서 놀 수 있다고 했다. 그것 때문에 빨리 외우는 것 같다.”
- 자기 연기를 볼 때 어떤가.
“제 연기를 못 본다. 쑥스러워서 안 본다. 본방송 안보고 재방송이나 다시보기로 본다. 엄마, 아빠, 동생은 나가서 보는데 저는 게임한다. 연기하는 걸 못 보겠더라. 다시보기 볼 때도 안 보고 넘긴다. 뭔가 오글거린다. 쑥스러워서 제가 아닌 느낌이 들더라.”
- 차영훈 감독님만의 장점은 무엇인가.
“감독님은 일찍 끝내고 필요한 컷만 찍으신다.”
- 작가님은 어떤 분인가.
“작가님은 만난 적이 얼마 없다. 신기했던 게 대본 한 마디 한마디가 마음에 와 닿았다. 다 슬프고 웃기고 했다.”
- 용식이 할머니(고두심)와 촬영은 어땠나.
“할머니와는 영화 ‘엑시트’ 때도 같이 해서 그전부터 친했다. 대본 리딩할 때 만나서 고두심 할머니가 처음부터 말 걸어주셨다. 진짜 할머니 같았다. 용식이 형은 진짜 착하고. 가족 느낌이 들었다.”
- 드라마와 영화에 많이 나온다. 촬영하기에는 어느 쪽이 더 재미있는가.
“드라마는 오래 찍으니 배우들과 친해지고, 진짜 가족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드라마가 더 좋다.”
- 김강훈 군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
“19부에서 정숙 할머니(이정은) 편지 마지막 줄에, ‘엄마는 영원히 너를 사랑했어’가 와 닿았다. 그걸 보면서 울었다. 엄마는 진짜 없어서는 안 될 존재 같다. 엄마 없으면 빈자리 클 거 같다. 없으면 안 될 존재다.”
-필구가 인생캐릭터냐.
“인생캐는 확실하다. 지금도 필구에게 빠져있다. 필구는 아직 제 몸에 들어있는 느낌이다.”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기대하나.
“기대는 안한다. 부르면 가겠다.”
- 연기 잘 한다와 얼굴 잘 생겼다 중 더 듣고 싶은 말은?
“ 연기 잘한다는 말. 연기 잘하고 싶다. 연기 잘한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 강훈 군에게 연기란 무엇인가.
“일상. 친구들은 학교 다니는 게 일상이고 노는 게 일상인데 저는 연기가 일상이다. 연기 하고 학교 다니는 게 제 일상인 거 같다.”
- 학교생활 충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1학년 때는 학교 가고 싶었는데 학년이 점점 올라가면서 점점 공부가 어려워지니 학교 가는 게 싫고 짜증나기도 한다. 혼자 문제 풀다가 울컥한 적도 많다. 친구 못 만나니 아쉽기는 해요. (공부는 잘하니?) 10등 안에는 들어요. 반에서.”
김강훈과의 솔직한 인터뷰가 끝나자 10명 가까운 이모/삼촌급 기자들이 줄을 서서 함께 사진을 찍는다. ‘유승호,여진구처럼 잘 자라 강하늘 같은 착한 배우가 되기를 한마음으로 응원하면서 말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어둑해진 KBS별관 앞에서 김강훈군과 매니저역할을 하고 있는 어머니와 마주쳤다. “청주로 돌아가야죠.”란다. 아역배우의 귀가길이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김강훈/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