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00년 전, 1919년 10월 27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종합공연장 단성사에서는 새로운 포맷의 볼거리가 펼쳐졌다. '연쇄극'이라고 불리는 <의리적 구토>라는 작품이 상영되었다. 연극과 함께 무대에는 필름 영상이 돌아가는 방식이었단다. 한국인 김도산이 각본·연출·주연한 첫 번째 한국영화 작품이다. 이 날이 우리나라 영화역사의 첫 발자국을 뗀 날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10월 27일은 영화의 날로 기념된다.
한국영화 100년을 맞아 각종 행사가 열리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는 KBS·한국영화기자협회(협회장 김신성 세계일보 문화부장)·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학회장 김흥태 대진대 교수)가 공동기획 주최한 ‘한국영화 새로운 100년을 위한 5대 핵심 과제’를 주제로 한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는 지난 100년을 돌아보고, 새로운 100년의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김정섭 교수(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대학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이민하 교수(중앙대 융합교양학부)가 영화 관계자 및 전문가를 대상으로 사전조사한 ‘5대 핵심과제’에 대한 주제발표로 시작되었다.
이민하 교수는 “지난 100년간 한국영화산업은 빠른 성장을 이루며 <기생충>과 <벌새> 같은 혁혁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한편 여러 가지 문제를 노정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현재 한국영화가 직면한 문제를 ‘장르 및 소재의 편중’, ‘대기업 독점’, ‘내수중심의 시장’, ‘창작지원의 문제’, ‘투자 지원의 문제’, ‘유통경로의 문제’ 등 다양한 차원에서 분석하였고,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 ‘장르/소재편중 방지, 창작지원 다각화, 대기업 독과점 해결, 인권/노동환경 개선, 유통경로 다각화’ 등 다섯 가지를 핵심과제를 뽑았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 법 제도 등을 통한 규제, 정책적 지원, 네트워크 구축, 교육프로그램 활용, 영화인들의 기본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민하 교수의 주제발표에 이어 영화평론가 강유정(강남대), 콘텐츠전략전문가 이청기(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이원 영화전문기자(국제신문), 영화투자/제작전문가 조희영 교수(부산아시아영화학교)가 패널로 참석한 가운데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강유정 평론가는 “단순규제만으로는 발전이 힘들 수 있다. 넷플릭스처럼 시간이 갈수록 OTT 관련 이슈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원 기자는 “그동안 한국영화계는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한국영화는 장르 유행적 제작관행이 이어져왔고, 본질적으로 대기업 수직계열화라는 큰 난제를 안고 있다.”며, “내년에는 주52시간 근무가 제작 현장에서 큰 이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희영 교수는 “방송작가에 비해 영화 시나리오 작가의 처우가 낮다”며, “양극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원 방법이 강구되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 이청기 연구위원은 법 개정이 수반되어야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멀티플렉스 좌석활용의 일환으로 공유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겸 OTT프로그램을 상영하는 것이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발표자들은 한국영화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영화인들이 이슈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며, 젊은 영화인들의 참여가 활성화되어야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