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형사반장으로 정년퇴직한 남자. 퇴직금은 이미 다 날렸다. 아들 사업자금으로. 지금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에서도 내몰리는 상황이다. 게다가 아내는 치매환자다. 68세 노인 최성억(정동환)이 처한 현실이다. 힘들게 구한 아파트 경비원자리. 그런데, 전임자가 자기는 죽어도 일자리를 넘겨줄 수 없단다. 그런 최악의 상황에, 또 다른 최악의 상황이 들이닥친다. 18일(금) 밤 11시에 방송되는 KBS 드라마스페셜 2019시즌의 네 번째 작품 ‘그렇게 살다’(연출 김신일, 극본 최자원) 이다.
고령화 사회 속에서 노인빈곤 문제와 여타 복잡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담은 작품 <그렇게 살다>의 방송을 앞두고,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누리동 2층 쿠킹스튜디오에서는 연출을 맡은 김신일 PD와 배우 정동환, 주석태가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가 열렸다. '그렇게 살다'는 수년째 노인 빈곤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에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 사람답지 않은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를 그린 드라마다.
김신일 PD는 "이 작품은 지난해 KBS단막극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극본이다. 전직 강력계 반장이 퇴직한 이후, 삶의 위기에 처하게 되고,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김 피디는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노인빈곤층의 문제를 다루지만 작가가 의도한 것처럼, 제목에서처럼 무언가 있다. 주석태 배우가 클라이맥스에 하는 대사가 있다. 노인도, 젊은이도 삶을 영위하기 위해 갈등하고 투쟁한다. 대한민국에서 사는 것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퇴한 뒤, 막다른 삶과 마주하게 되는 최성억 역을 맡은 중견배우 정동환은 “모처럼 무언가 한 것 같은 작품이다.”며 “대본을 받은 날부터 끝나는 날까지 그 인물로 살아왔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서 감독에게 늘 부탁했다. 난 생각하지 않고 감독이 지시하는 대로 연기했다.”
최성억의 삶에 큰 충격을 안겨주는 인물을 연기하는 주석태는 “대한민국에서 전과자로 살고 있는 박용구 역할을 맡았다. 대본을 받고 재밌다고만 하기엔 죄송스러운, 참 먹먹한 느낌이 들었다. 작가분이 마치 우리 집을 지켜본 것 같았다. 누구에게나 있는 치부 같은 것이 이 작품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칸희, 김기천 배우가 연기하는 인물은 우리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용구를 마치 불씨에 불을 붙이는 허구의 인물이다. 그들에게 어떤 자극을 줄지 흥미롭다.”고 밝혔다.
고령화사화에 접어든 한국에서 직면하게 되는 노인문제와 관련하여 정동환은 "주어진 운명대로 살아야 하는 것인데 누구 하나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삶 같다. 왕비로 살던 사람도 마지막엔 종으로 끌려가는 게 인간의 삶이다. 형사반장으로서 은퇴한 사람도 인생이 쉽지 않게 흘러간다. 이건 최성억의 문제만도 아니고 너와 나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런 이야기에 대해 애착이 컸다.“고 덧붙였다.
이날 중견배우 정동환의 단막극의 필요성에 대해 “KBS는 참 좋은 방송국이라 생각한다. 단막극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20부작 미니시리즈를 만드는 제작비의 1/20의 제작비로만 단막극을 만들려면 차라리 만들지 않아야할 것이다. 다른 방송국에서 만들지 않는 드라마를 만든다면, 다른 어디에서도 만들 수 없는 자랑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할 것이다. 경제적 잣대로만 보면 안 될 것이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김신일 피디는 “소재는 노인의 빈곤문제를 다루지만, 형식적으로 범죄스릴러이다. 범죄를 저지르고, 이것을 은폐하는 것에서 스릴러의 재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방사수를 당부했다.
정동환, 주석태, 이칸희, 김기천이 출연하는 KBS 드라마스페셜 2019 '그렇게 살다'는 18일 밤 11시에 KBS 2TV에서 방송된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