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덴마크 감독인 말레나 최의 영화 <조용한 이주> (The Quiet Migration)는 국외 입양아들이 겪는 고립과 정체성 문제를 감독만의 새로운 시선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조용한 이주>는 한국인 입양아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회귀>(2018)에 이은 두 번째 작품으로 말레나 최 감독은 꾸준히 해외 입양아에 대한 이야기를 해오고 있다.
영화 <조용한 이주> (The Quiet Migration)는 덴마크로 입양된 열아홉 살 청년 칼이 겪는 고립과 복잡한 심리를 감독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작품이다.
말레나 최 감독은 생후 6개월 때 덴마크로 입양되어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조용한 이주>는 감독의 자전적 요소가 짙게 깔린 작품으로 청년 칼이 시골 농장에서 아버지와 함께 일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칼은 아이를 낳지 못한 부부의 유일한 아들로, 그들은 좋은 부모지만 칼이 입양아로서 느끼는 고립감과 어려움을 알아주기에는 역부족이다. 평범하고 겉보기에는 문제없어 보이는 입양가정에서 생기는 미묘한 갈등과, 무지로 인한 상처, 해외 입양아의 깊은 고립감을 감독은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독창적인 방식으로 그려낸다.
<조용한 이주>로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한국을 방문한 말레나 최 감독은 김은형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덴마크에 사는) 한국인 입양아들은 세상에서 소외된 느낌을 받습니다. 영화 속의 운석은 그들을 상징하죠."라고 말하며, “오랫동안 (한국과) 연결되고 싶지 않았는데 2007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 입양아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처음 한국에 오게 됐고, 이때부터 입양아들과 교류하면서 들었던 한 덴마크 입양아 남성의 실제 사례가 <조용한 이주>의 모티브가 됐다.”라고 했다. 주인공 칼을 연기한 코넬리우스 원 리델 클라우센 역시 입양아 출신 비전문배우로 코펜하겐 길거리에서 캐스팅됐다.
말레나 최 감독은 한국 출신 두 덴마크 입양인이 서울을 방문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회귀>(2018)로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으며, <조용한 이주>는 2023년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수상,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초청, 제11회 디아스포라영화제 초청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 및 상영하며 호평을 받았다.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꾸준히 해외입양아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말레나 최 감독의 <조용한 이주>는 3월 20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필름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