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감독: 엠스티슬라브 체르노프)이 3월 10일(현지 시각) 미국 LA 돌비 극장에서 개최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포위된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던 종군기자 AP 취재팀이 당시 현장의 참상을 기록한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제39회 선댄스 영화제 월드시네마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을 통해 첫 공개 되어 관객상을 수상했으며, 제77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다큐멘터리상, 제76회 미국 감독 조합상 다큐멘터리 부문 감독상, 제44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 다큐멘터리 작품상 등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29관왕을 수상하고, 49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 되었다.
AP 취재팀의 편집장인 줄리 페이스는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상 최종 노미네이트에 대해 “목격자 저널리즘의 힘과 현장 언론인의 용기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영화의 의미를 짚는 소감을 밝힌 바 있으며 마침내 수상까지 이어져,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비극적인 역사의 중요한 기록으로 남게 될 예정이다.
무대에 오른 엠스티슬라브 체르노프 감독은 “이 상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거나 공격하지 않은 역사와 맞바꿀 수 있다면 교환하고 싶다. 이 모든 영광을 바쳐서라도 러시아가 우리 국민들을 죽이지 않게 된다면, 인질들을 풀어주고 감옥에 있는 나라를 지키던 군인들과 맞바꿀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해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으며, 이어 “나는 역사를, 과거를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특히 여기 앉아 계신 여러분은 가장 재능이 있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다. 우리가 하는 일은 역사를 바르게 기록하는 일이다. 마리우폴의 시민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잊히지 않게 해 달라. 영화는 기억을 만들고 기억은 역사를 형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쟁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진정성 있는 소감에 참석한 이들은 기립 박수로 지지의 뜻을 표했다.
당시, 영화감독 겸 사진기자인 엠스티슬라브 체르노프 감독과 AP 취재팀은 우크라이나 최남단 도시인 마리우폴의 전략적 중요성을 직감, 포위 전 마리우폴에 진입했고 도시에 남아있던 유일한 종군기자로서 자신들을 뒤쫓는 러시아군을 피해 죽어가는 어린이, 대량의 무덤, 산부인과 병원을 향한 무자비한 폭격 등을 포착해 20일간 기록했다. 이를 담아낸 AP 취재팀은 2023년도 퓰리처상 공공보도 부문 대상에 선정된 바 있으며, 예브게니 말로레카를 비롯한 사진기자 6명은 민간인 피해를 생생하게 전한 사진 15편으로 속보 사진상을 받았다. 이들이 담아낸 마리우폴 포위전은 우크라이나 전쟁 역사상 군인 및 민간인 피해가 가장 참혹했던 전투 중 하나로 뽑히며, 현재 마리우폴은 러시아에 점령되었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며, 개전 2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사건임을 다시금 일깨운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2024년 상반기 개봉 예정이다.
[사진=스튜디오 디에이치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