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가 탈북청년(북한이탈주민)을 연기한다. 송중기는 지난 1일 공개된 넷플릭스 무비 <로기완>에서 살기위해 엄마와 함께 중국 연길(옌지)로 건너왔다가 엄마를 잃고, 혼자 저 먼 유럽, 벨기에 브뤼셀에서 흘러들어 난민지위를 얻기 위해 발버둥치는 로기완을 연기한다. 차갑고, 어둡고, 외로운 이국 땅에서 로기완은 ‘거의’ 같은 신세의 마리를 만나면 작은 희망을 품게 된다. 송중기를 만나 ‘로기완’과의 7년의 인연을 들어보았다.
Q. <로기완>이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TOP10 영화(비영어) 부문 3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송중기: “극장에서 공개되는 영화와는 달리 넷플릭스의 흥행, 인기 지표에 대한 개념을 잘 모른다. 비영어권에서 그런 순위구나 라는 생각이다. 넷플릭스 순위가 공개가 된다. 다른 문화권에서는 이 작품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다. 영어로 ‘로기완’ 입력하니 영어 리뷰도 있더라. 혹평이든 호평이든 궁금한 건 못 참으니. 일단 작품을 봐주신 것이니 그런 의미에서 뿌듯하다.”
Q. 작품이 전체적으로 어둡다. <화란>에 이어 연달아 어두운 작품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송중기: “예전엔 드라마 한 편 찍고 영화를 하는 식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번갈아 출연하려고 했다. 그게 밸런스가 맞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시국을 지나며 뒤죽박죽이 되었다. 원래 7년 전 이 작품 제안이 들어왔었는데 여건이 맞지 않아 거절했던 작품이다. 다 인연인 것 같다. <화란> 끝나고 다시 저에게 이 작품이 와서 하게 된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이런 정서를 연출하기가 쉽지가 않다. 운 좋게 영화로 만나게 된 것이다.”
Q. 7년 전에 한 번 거절했다고 하는데, 왜 거절했는가. 어느 부분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송중기: “작품을 하나 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프로들이 하는 일이기 하지만 사람들이 하는 일이니까. 타이밍과 마음가짐이 맞아야한다. 같이 하려다가 번복했었다. 그 때 영화 <군함도> 들어갔었다. 내가 조금 주저한 것은 극중에서 엄마의 시체를 팔아서까지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눈 오는 날, 내가 엄마에게 가지만 않았으면...’ ‘왜 괜히 내가 그런 사단을 만들어서..’ 같은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그런 로기완의 입장에서 그 먼 곳까지 가서 ‘사랑놀이’를 하는지 공감이 안 되었다. 그냥 살아남아야하는 이야기로 가야하지 않을까. 그렇게 말한 기억이 있다. 그 후에도 ‘로기완’이 계속 마음에 남아있었다. ‘이 작품, 왜 진행이 안되고 있지?’ 생각을 하며. 그러다가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찍을 때 다시 내게 온 것이다. ‘아, 다시 하구나’ 반가웠다. 이번엔 공감이 가더라. 시나리오가 많이 바뀌진 않았다. 마리 이야기가 더 많아졌다.”
“막연하게나마 잘 살아남으라는 생각을 했다. 죄책감이든 뭐든. 힘들지만 꾸역꾸역 살아남으라고. 이방인의 삶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렇게 살아남는다. 잘 살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잘 사는 게 뭘까. 가족, 친구, 연인과의 삶일 것이다.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 아닐까. 그게 공감이 되었다. ‘이렇게까지 하며 로맨스를 하는 게 사치 아니에요?’라는 대사도 실제 넣었다. 그 배우가, 그 때, 그 당시 했던 생각과 그 때 가진 관심사가 지금과 다르듯이 내게도 어떤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갖게 된 것도 원인이 아닐까요?”
Q. 로기완의 감정에 이입할 수 있었나.
▶송중기: “받아들인 것은 그것이 공감이 갔기 때문이다. 굳이 인물의 차이를 보자면 기완은 살아남으려고 하고, 마리는 살기 싫어하는 쪽이다. 누구의 삶이 더 기구한가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 둘의 공통점은 있을 것이다. 감독님은 ‘엄마의 부재’를 이야기했지만 나는 그게 다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엄마를 그렇게 보낸 기완이가 이렇게 따뜻한 이불 덮고 잘 자격이 있는 아이일까. 그런 말을 감독님께 했고, 감독님이 시나리오에 ‘행복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대사를 새로 써주셨다.”
Q. 로기완이 브뤼셀의 차가운 강물에 들어가는 장면에 대해, 감독은 송중기 배우가 기꺼이 들어가 주었다고 칭찬했다.
▶송중기: “하하. 물에 들어간 것은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이다. 원래 정해진 시간이 있었다. 일출 전에 끝내야했다. 그리고 현장 상황이 위험한 것이 아니었다. 원래 대본에는 강이 다 얼었고, 그 언 강물에 들어갔다가 밑으로 빠진다는 설정이었다. 촬영한 부다페스트의 기상이 그런 상황이 아니어서 대본보다 쉬웠다. 시간이 10분밖에 안 남아서 ‘빨리 들어가서 빨리 나와야 했다. ’빨리빨리‘ 시간이 없었다. 그것보다는 그 장면에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세탁소로 가는 표정 말이다. 대본에는 브뤼셀의 길거리 장면, 노숙 장면, 힘들게 버티는 모습이 몽타쥬 된다. 대본에는 40분 정도 로기완 혼자 나온다. 편집에서 효율적으로 줄인 것 같다. 그 뒤에 여주인공이 나오고..”
Q. 원작과 비교했을 때 어떤가.
▶송중기: “7년 전에 원작을 읽었었다. 원작에서는 방송작가가 브뤼셀로 와서는 ’로기완‘이라는 인물의 궤적을 따라가며, 상상하며 쓴 작품이다. 이번에 다시 작업 들어가면서는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원작을 보지 않았다. 대본을 더 중요시한다. <재벌집 막내아들>도 원작을 안 봤다. 대신, 7년 전에 봤을 때 느낀 것은 ’죄책감‘이 핵심이었다. 감독님은 다르게 해석하셨다. 이 친구가 어쩔 수 없는 사연으로, 타의로 고향을 떠나 여기에 왔지만, 자기의 자유의지로 이곳을 떠나려고 한다는 것이다. 비록 타의로 떠나왔지만, 이젠 내 의지로 여기를 떠나 잘 살련다. 그러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간다는 것이었다.”
“한번 거절한 작품이기에 더 애착이 간다. 내 새끼 같다고나 할까. 보시고 공감을 못하시는 분들이 많더라. 멜로 분위기에 대한 지적이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으니 이해가 간다. 난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보는 것을 좋아한다. 한 번 보고 버리는 1회용 종이컵은 아니니까.”
(바뀐 로기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평가하긴 그렇고. 임승용 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 원작 판권 구하고 작품을 디벨로프 하는데 11년을 쏟아 부은 분이니 더 잘 알 것이다. 부다페스트 촬영할 때 와서 ’온도가 더 뜨거워져있다. 내가 생각한 로기완보다 덜 수동적이고, 더 적극적인 것 같다‘고 하더라. 제 성격이 로기완에게 입혀진 게 아닐까.”
Q. 마리에게 ’밥 먹었냐‘라고 말하는 장면, 그리고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송중기: “기완과 마리의 관계에서 긴장감을 주는 부분이 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경찰서 신에 이어지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시릴(와엘 세르숩)의 연기가 끝나고, 마리와 엄마이야기 하는 장면. 그 부분을 힘주고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밥 먹었냐‘하고 둘이 밥 먹는 것은 몽타쥬 신이라 가볍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 들어가니 오히려 그 장면이 더 중요해 보였다. 텍스트에서 느끼는 가벼움이 아니더라. 그때 기완이와 마리가 교감이 형성되지 않았을까. 그 장면에서 대본에 전혀 없던 애드립이 나온다. 선주(이상희)를 급하게 불러서 ’숟가락‘, ’된장‘ 식으로 연결된다. 얻어걸린 신이다.”
Q. 주연의 책임감에 대해. 인터뷰 하면서 ’돈값‘이라는 표현을 썼다.
▶송중기: “하하 농담 삼아 한 말인데. 이번 작품은 저희 회사도 공동제작으로 들어갔으니 더 잘해야죠. 무늬 역할만 하고 수익 쉐어만 하면 안 되니까. 저도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많다. 주연배우로서의 책임감이 없으면 주인공 하면 안 된다. 그걸 ’돈값‘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평소에도 작품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 책임감을 가져야한다. 그러니까 제작사가 배우에게 돈을 많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보고타>에 이어 <로기완>으로 해외에서 다국적 배우들과 연기한 소감은?
▶송중기: “해외 로케이션 촬영은 쉽지 않다. 그런데 끌린다. <로기완>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찍었다. 그 전에 <보고타>는 코로나 시국에 어렵게 진행되었다. 아직 공개가 안 되었지만 제가 사랑하는 영화라서 빨리 인사드리고 싶다. <보고타>는 이주민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런 게 끌리는 모양이다. 다른 문화권에서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해외 작품 오디션을 두드리고 있다. 지겨워지기 싫다.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
송중기, 최성은, 조한철, 김성령, 서현우, 이상희, 강길우, 와엘 세르숩이 출연하는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은 지난 1일 공개되었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