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2011)가 넷플릭스 영화로 만들어졌다. <아가씨>, <독전>, <침묵> 등 다양한 색깔의 영화를 만드는 용필름이 제작을 맡은 영화 <로기완>은 ‘탈북자의 안식처 찾기’라는 원작의 설정을 가져오면서 약간의 보정 작업을 거친다. 송중기와 함께 헝가리에서 ‘벨기에 브뤼셀의 여정’을 찍은 김희진 감독을 만나 작품 이야기를 나눠봤다. 넷플릭스 <로기완>은 지난 3월 1일 공개되어 탑텐 무비 1위를 찍고 있다. (FlixPatrol 한국순위)
Q. 7년 전에 제작이 추진되다가 멈췄다고 하는데,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
▶김희진 감독: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만들어지지 않을 뻔한 영화였다. 용필름의 임승용 대표님과 넷플릭스 덕분에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진 것이라 생각한다. 감사하고 지금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다. 처음 진행될 때 송중기 선배가 로기완 역을 거절하면서 프로젝트가 멈췄다. 가슴에 묻어두고 임 대표랑 다른 작품 준비했었다. 그러다가 송 배우가 다시 들어오면서 결국 완성되었다.”
Q. 송중기 배우는 처음에 왜 ‘로기완’을 거절했을까.
▶김희진 감독: “당시 여러 사정이 있었겠지만 시나리오를 보고 어렵다고 느낀 부분이 있었다. (로)기완이 엄마의 목숨 값을 갖고 다른 땅에 가서 살려고 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이야기인데 멜로적 이야기가 들어간다는 것이 사치스럽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 부분이 어렵다고 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시나리오도 좀 달라졌고, 배우의 가치관도 변한 모양이다. 로기완이 달리 보였던 모양이다. 살아남으려고 하는 모습이 와 닿았던 모양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Q. 송중기 배우가 아니면 작품이 안 된다고 생각했었는가.
▶김희진 감독: “송중기 배우가 거절하면 끝이었다기보다는 작품 제작의 난이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장르물도 아니고, 해외에서 찍어야했고, 나 또한 데뷔하는 신인 감독이었다. 큰 작품으로서의 리스크가 있었다. 아마 제작사에서는 다음 작품으로 잠시 미뤄두는 것이라 생각했다.”
Q. 원작에서의 로기완은 탈북 청소년이다. 18세 정도 되는 왜소한 남자인데 송중기 배우가 들어오면서 조금 캐릭터가 바뀐다.
▶김희진 감독: “개발하던 극본을 다시 손봤다. 송중기 배우에게서 기대한 바가 있고 의지한 면이 있다. 관객분 마음에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원작에서는 로기완이 왜소한 어린 소년이었다. 이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봐주었으면 했다. 대중적인 영화로 편안하게 느꼈으면 했다. 그래서 주인공의 (나이) 설정을 조금 바꿨다. 로기완에게는 기본적으로 관객의 연민을 얻어야하는 부분이 있다. 송중기 배우가 그 역할을 한다면 그것이 극대화될 것 같았다.”
Q. 로기완은 벨기에 브뤼셀에 어렵게 도착한 뒤 완전히 내버려진 신세이다. 송 배우의 연기에 대해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지.
▶김희진 감독: “시나리오에는 건조하게 쓰여 있다. ‘기완이 허겁지겁 빵을 먹는다’식으로. 그런데 송 배우는 잼에 손가락을 넣고 핥아먹는다. 가방 속 빵 부스러기도 집어먹고. 그게 인상적이었다. 시나리오에는 없었고 대화할 때도 없었던 것인데 디테일한 연기로 영화 안으로 로기완을 가져왔다. 물에 들어가는 장면도 원래는 대역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본인이 직접 하고 싶다고 했다. 겨울이라 꽤 추웠다. 열정이 남달랐다.”
Q. 마지막에 기완과 마리는 어디로 가는가? 마다가스카르는 아닐 것이고.
▶김희진 감독: “어디인지는 적시하지 않았다. 촬영은 발리에서 한 것이다. 이 작품을 시작할 때부터 끝까지 유지한 것이 마지막 장면과 관련된 것이었다. 춥고 서글픈 곳에서 시작한 기완이의 여정을 따뜻한 남국에서 끝내자는 것이었다. 엠버 빛이 도는 노란색으로 보정을 해서 따뜻한 곳에서 끝맺음을 하고 싶었다.”
Q. 제작사(용필름)에서는 김희진 감독을 적극적으로 신뢰한 것 같다. 장편 넷플릭스 작품으로 데뷔를 하게 된 소감은.
▶김희진 감독: “임(승용) 대표는 제가 쓴 글을 재밌게 잘 읽어주셨다. 이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도 많이 썼었다. <로기완>에 지지를 많이 해 주신 것 같다. 이런 드라마 장르로 데뷔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한 번 해보자고 힘을 북돋아주었다. 제작 들어가면서 미술감독, 촬영감독, 조명기사, 의상, 분장 등 스태프 구성에 신경을 많이 썼다. 다들 용필름과 신뢰관계가 있는 분이었고 현장에서 모든 것이 부드럽게 진행될 수 있었다.”
Q. 송중기 외에 개성 넘치는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김희진 감독: “송중기 배우의 캐스팅은 본인의 의지와 제작사 대표의 설득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저는 글밖에 없었으니. 마리 역으로 오디션을 많이 봤었는데 최성은 배우가 처음 오셨던 분이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부터 그냥 마리였던 것 같다. 두세 번 더 만나면서 확신했다. 이상희 배우도 독립영화 시절 때부터 유명했던 배우이고 좋아하는 배우이다. 강길우 배우(한인변호사)는 워낙 활동을 많이 하시는 분이시라 예전부터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 스태프가 추천을 많이 해주시더라. 서현우 배우도 원래부터 좋아했던 배우이고.”
Q. 외국어 연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김희진 감독: “배우들 부담감 컸을 것이다. 최성은 배우는 자기 욕심도 많았다. 불어는 쉽지가 않았을 텐데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몇 달 동안 연습했다. 현장에서는 불어선생님이 항상 옆에 붙어 있었고, 테이크 들어가기 전까지 연습하고,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다시 슛 들어가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Q. 중국 연길(옌지)에서 로기완의 어머니 역할로 김성령이 나온다. 그동안의 역할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변신이다.
▶김희진 감독: “나도 처음에는 좀 더 전형적인 배우를 생각했었다. 편하게 보아온, 모성애가 짙은 그런 연기자 말이다. 그런데 대표님 생각은 좀 달랐다. 짧은 분량 등장하면서도 기완에게 큰 영향을 주는 역할이기에 조금 색다른 선택을 하고 싶어 했다.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자고 했다. 설득 당했다. 연길까지 흘러들어와 숨어사는 옥희 캐릭터를 분장부터, 의상 톤까지 완벽하게 준비되었다. 김성령 배우에게서 여태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던 것 같다. 극에서 큰 역할을 한다.”
Q.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인 마리는 사격 갬블링 업체에서 일한다. 이런 설정은 어떻게 나온 것인가.
▶김희진 감독: “이 영화에서 마리의 역할은 기완으로 하여금 이 땅(벨기에 브뤼셀)을 떠날 결심을 하게 해주는 인물이다. 그 정도 사건, 그 정도 위험 요소가 있어야했다. 도박, 갱, 사격이 어울릴 것 같았다. 원래 메이저에서 활동하던 마리가 그런 곳까지 흘러들어올 수 있는 종목을 생각했는데 사격이 적당했다. 사격은 양지와 음지가 분명하다. 그 종목이 가지고 있는 직관적 위험성을 생각해서 설정한 것이다.”
Q. 넷플릭스와의 작업은 어땠는지.
▶김희진 감독: “이게 저의 데뷔작이라 다른 작품이랑 비교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시나리오 작업하면서 느낀 것은 넷플릭스는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보다, 비주얼적으로 구현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많이 내주었다. 어떻게 접근해야한다든지, 어떻게 하면 나아보일지에 대한 이야기. 큰 도움이 되었다.”
Q. 꼭 멜로여야 했는지.
▶김희진 감독: “원작을 읽은 지 오래 되었지만 생각해보면 원작소설에서 가져온 컨셉은 이런 것이었다. ‘기완이 떠나게 된 사연, 누군가를 만나 또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 그 정도만 취하고 나머지는 새롭게 구성했다. 마리는 기완이랑 비슷한 상처를 가졌고, 그런 기완을 알아볼 정도의 캐릭터로 설정한 것이다. 멜로는 꼭 해야만 했던 것은 아니다. 기완이 이렇게 힘들게 이 땅에 와서 자리 잡았는데, 또 다시 떠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일까. 멜로 말고 있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Q. 그 연장선상에서의 베드신 장면은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김희진 감독: “두 사람을 확실하게 묶어주는 게 필요했다. 한정된 시간에서 납득시켜야하고, 그 인물의 감정이 충분히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베드 신 수위는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촬영을 최대한 뒤로 미뤘다. 극 전체로 보아 어느 정도여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배우들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며 만들었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노골적인 묘사도 있었지만 콘티 작업을 하면서 꼭 찍어야할 것만 생각했다.”
Q. 탈북민에 대한 자료조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했는지.
▶김희진 감독: “오래 전에 시나리오 쓸 때부터 조사했다. 실제 벨기에에서 난민 심사를 받은 북한 사람도 만났고, 현지 한인회 사람의 이야기도 들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사람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기완이가 면도칼 지니고 살았다는 것도 그때 들은 이야기이다.”
“영화판에 온지 어느새 10년이 되었다. 이번 작품으로 많이 배웠다. 배우들의 연기에서 배운 게 큰 것 같다. 단편과 장편의 차이도 알겠고, 배우가 전체적인 연기호흡을 어떻게 잡아가야하는지 관찰할 수 있었다. <로기완> 글을 쓰면서 즐거웠고, 영화 찍으면서 즐거웠다. 캐릭터를 잡은 게 특히 즐거웠다. 가능성을 보아준 분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송중기, 최성은, 조한철, 김성령, 서현우, 이상희, 강길우, 와엘 세르숩이 출연하는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은 지난 1일 공개되었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