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추석 명절엔 어김없이 성룡 영화가 극장에 내걸렸었다. 차례 지내고 송편 먹고 용돈 받으면 극장에서 성룡의 아크로바틱한 영화를 보는 것이 영화팬의 나름 명절보내기였다. 언젠가 부터는 성룡영화가 TV특선영화로 걸리기 시작하더니 이젠 새로운 인물을 만나게 된다. 마동석이다. 할리우드 마블 히어로로 픽업된 마동석은 충무로에서 오랜 단역 생활을 끝내고 자기만의 아우라를 뽐내는 액션스타로 자리 잡았다. 작년 쏟아진 그의 출연작 중 <성난황소>가 이번 추석연휴기간에 KBS에서 방송된다. 역시 핵주먹을 자랑하는 100% 마동석표 영화이다.
누가 감히 내 아내를 납치했어?
마동석은 오늘도 수산물시장에서 짐을 나른다. 동생 춘식(박지환)이 하는 말로 보아 왕년에 한 주먹한 거친 과거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예쁜 아내 지수(송지효)와 함께 열심히 산다. 그런데, 주먹만 휘둘렸을지 세상물정에 어둡다. 얇은 귀에 ‘킹크랩’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다. 그 때 아내 지수가 납치되고 ‘차카게’ 살고 싶은 마동석은 두 주먹 불끈 쥐고 사이코 범죄자 김성오 패거리와 활극을 펼친다.
마동석의 ‘성난황소’는 원빈의 ‘아저씨’나 리암 니슨의 ‘테이큰’의 성공케이스를 그대로 따라간다. 왕년의 재주를 잠시 접어둔 채 조용히 살아가던 남자가 사랑하는 사람이 납치되자 잠복해 있던 힘과 용기와 파워가 폭발하는 것이다. 똑같이 하면 안 되니 마동석에게는 ‘옛날엔 건달’이라는 조폭스토리를 집어넣고 적당히 패밀리 드라마로 승화시킨다. 이런 액션물은 그런 플롯이 중요한 게 아니고 얼마나 화끈하게 내지르고, 액션이 아름다우냐가 관건일 것이다.
‘성난황소’에서는 ‘올드보이’만큼 화려한 ‘일 대 다’ 액션이 펼쳐진다. 장도리도 필요 없고 오직 마동석의 타이슨주먹 하나면 만사오케이다. 악당이 문을 걸어 잠갔을 때 주먹으로 문을 때려 부수는 장면, 거구의 악당을 천정으로 올리며 죠스같이 천정을 찢어버리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 사고 차량에서 펼치는 투박하지만 임팩트 있는 액션 향연이 ‘성난황소’의 시그너처이다.
마동석의 액션연기만큼, 김성오의 악당연기 그리고 김민재, 박지환의 코믹 연기가 뻔한 내용의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게 힘을 싣는다.
작년 그리고 올해, 마동석은 그동안의 울분(?)을 폭발하듯 액션영화를 쏟아냈다. 그만의 재능을 낭비하는 것인지 최적화한 아이콘을 만들어낸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할 듯. 마블의 길가메시로 슈퍼 핵주먹을 지구촌에 선사하기 전에 그의 ‘아내사랑’ 주먹질을 감상해 보시길.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