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김고은이라는 충무로 대표 여배우를 투톱으로 내세운 영화 ‘차이나타운’으로 각광받은 한준희 감독의 그 다음 작품은 한국형 카 체이싱 영화 <뺑반>이다. 할리우드 ‘분노의 질주’ 시리즈로 한껏 눈이 높아진 한국 영화팬에게 인천 하이웨이를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감이 제대로 전달될까. 일단 시동부터 걸고, “부릉부릉~”
광역수사대 내사반 은시연(공효진)은 상사(염정아)의 비호 아래, JC모터스 정재철 대표(조정석)와 검은 커넥션을 갖고 있는 경찰청장의 비리를 수사하다 결국 인천서 뺑소니전담반으로 좌천된다. 그곳에서 특이한 순경 서민재(류준열)를 만나게 되고 함께 ‘JC 잡기’ 작전에 뛰어든다.
미국 수사물에서는 FBI와 동네 보안관 사이에 벌어지는 수사권 관할다툼을 자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특이하게도 검찰과 경찰의 알력이 단골 소재이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모습이 보인다. 특이하다면 경찰 공효진과 검사 손석구가 연인 사이라는 것. 그래서, 두 기관(원)은 비공식적으로 수사정보를 주고받으며 적당히 공조수사가 펼치기도 한다.
조정석이 연기하는 스피드광 JC대표는 ‘베테랑’에서 유아인이 연기한 ‘개망나니’ 재벌3세의 자수성가형 버전이다. 자신의 불행했던 과거를 오직 최고급 자동차의 속도에만 올인한다. 사업에 있어서, 광속질주에 방해가 된다면 여기저기 검은 돈을 뿌리고, 정신나간 협박으로 ‘악의 필드’를 다져온 것이다. 그렇다고 충무로에서 보아온 정-관-언론계를 고루 아우르는 부정부패의 금자탑은 아니다. 조금은 사이코 기질의 무대포 카레이서이다. 무모한 질주 끝에 벌이는 뺑소니 사고를 적절히 무마하는 수준이다. 물론, 살인 은폐까지.
이 영화의 재미는 역시 카체이싱 장면이다. 공효진과 류준열은 뺑소니 단속반 경찰로 인천 ‘공도’를 휘젓는 악당 조정석의 속도전을 차단하고, ‘버스터’에 장착된 블랙박스 확보가 주 임무이다. ‘뺑반’은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고급스런 차들을 마구 부수며, 전속 돌진하는 액션의 버라이어티를 서사한다.
차들의 질주 속에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넘쳐난다. 하지만 공효진-류준열-조정석의 연기가 너무나 뜨거워, 이성민과 염정아, 전혜진이라는 캐릭터가 이렇게 허망하게 소비될 줄은 영화 끝나고서야 깨닫는다. 그러니 김기범(샤이니 키)의 신이야.
스피드광 조정석이 벌인 탈세·횡령·뇌물상납·뺑소니·치사은폐 등 각종 범죄행각을 분쇄하기 위해 경찰들은 고군분투한다. 물론, 경찰내부에서는 또 이들 수사를 저지하기 위해 내부총질의 연속이다. 어쨌든 <뺑반>은 과한 스토리를 우겨넣으면서 볼거리에 집중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런 허술한 스토리임에도, 속편의 밑밥이 충분히 깔려있다는 것이다. 182만 관객에 머문 작품이기에 속편 제작은 난망하리라 보인다. 하지만, 떡밥은 매력적이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