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개봉되는 미스터리 맨션 스릴러 <레이징 그레이스>의 패리스 자실라 감독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레이징 그레이스>는 대저택의 충격적 비밀을 마주하게 된 가정부 ‘조이’와 그녀의 딸 ‘그레이스’가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맨션 스릴러이다.
Q. <레이징 그레이스>가 세계 다수의 영화제에서 초청 및 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이런 반응을 예상했나?
▶패리스 자실라 감독: 전혀 그렇지 않았다. 주목받기를 바라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실은 이 영화 공개를 앞두고 정말 겁이 났던 터라 이러한 열렬한 반응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함을 느낀다.
Q. 해외 평단으로부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연상시킨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한 느낌은?
▶패리스 자실라 감독: 나는 봉준호 감독을 현대의 영화 거장이라고 생각하다. 그래서 이러한 비교가 영광스러우면서도 부끄럽다. 평소에도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많이 시청해서 더욱 감사하게 느껴진다. <기생충>에 출연했던 송강호와 박소담과는 언젠가 꼭 한번 작업해보고 싶다. 김태리와 최민식도 정말 멋진 배우들이라 생각한다.
Q. <레이징 그레이스>를 만들게 된 계기
▶패리스 자실라 감독: 이 영화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병에 걸린 많은 영국인들을 필리핀 출신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돌봐야만 했던 상황과 내가 영국에 거주하는 동남아인으로서 고민해왔던 정체성의 문제가 더해져 만들어졌다. 오랫동안 내 안에 축적됐던 ‘이방인’이라는 꼬리표에서 비롯된 분노를 영화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내 안의 내밀한 감정을 꺼내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앞서 잠시 말한 대로 겁이 날 수밖에 없었다.
Q. ‘조이’와 ‘그레이스’, 두 모녀의 관계성에 영감을 준 것은?
▶패리스 자실라 감독: 나와 내 어머니 사이에 있었던 실제 일화에서 많은 부분을 가지고 왔다. 나의 어머니는 교사였는데, 영국으로 이민을 오면서 백인 가정을 위해 청소를 하고,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하셨다. 어머니가 나를 당신의 일터로 종종 데려가시곤 했는데, 그때 나는 영화 속 ‘그레이스’처럼 말썽을 피웠다. 그때의 나는 굉장한 갑갑함을 느꼈다. 그래서 그 갑갑함을 이상한 반항심으로 표출했다. 극 초반부 ‘그레이스’가 커피에 양념을 뒤섞고, 잼병에 케첩을 채우는 것처럼 말이다.
Q. <레이징 그레이스>는 대저택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대저택의 디자인에 염두한 부분이 있다면?
▶패리스 자실라 감독: 예산 문제 상 처음부터 새로 짓기에는 무리여서, 내가 구상한 디자인과 가장 유사한 저택을 찾았다. 가장 우선시됐던 것은 바로 ’천장이 아주 높아야만 한다’였다. 모든 방과 모든 복도, 심지어 화장실조차도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라는 느낌을 주는 곳이어야 했다. 그래서 ‘조이’와 ‘그레이스’가 집 안 어느 곳에 있든 어울리지 않고, 갇힌 느낌이 들기를 바랐다.
Q. 연출적으로 고집한 부분이 있다면?
▶패리스 자실라 감독: 대저택의 디자인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시각적으로도 이러한 답답함을 표현하려고 했다. 보통의 영화들이 1.85대 1이나 2.39대 1 화면 비율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나는 1.44대 1 비율을 선택했다. 점점 숨통을 조여오는 듯한 느낌을 불어넣고 싶었다. 또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소리의 박자를 엇나가게 함으로써 관객들을 거슬리게 하려고 했다. 배우들에게 ‘그 대사는 좀 더 빠르게 뱉어줄래요?”, “이 대사는 느리게 말해줄래요?”라고 일일이 주문하는 방식의 디렉팅을 거쳤다.
Q. 마지막으로 <레이징 그레이스>를 기다릴 한국 관객들에게 한 마디
▶패리스 자실라 감독: 이 영화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가 나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것처럼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분노를 우아하게 해결할 방법을 찾으시길 바란다.
패리스 자실라 감독과의 일문일답 인터뷰를 공개하며 이목을 집중시키는 미스터리 맨션 스릴러 <레이징 그레이스>는 오는 3월 13일 개봉한다.
[사진=이놀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