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는 광복절 74년을 맞아 9일 밤 10시 50분에 특집 다큐멘터리 ‘사할린, 광복은 오지 않았다’를 방송한다.
이 프로그램은 1945년 8월 15일 해방 직후 러시아 사할린(당시 일본 화태)에서 발생한 조선인 학살의 미스터리를 현장 추적했다. 국내는 물론 러시아와 일본 현지에서 조선인 학살 사건을 기억하는 이들을 찾아 일제의 조직적 개입 여부 등 실체적 진실을 파헤쳤다.
사할린은 이산과 망향의 섬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은 탄광 등으로 강제동원되었고 광복을 맞았지만 소련에 억류되어 한없이 가족과 조국을 그리워하다 세상을 떠났다. 이렇듯 사할린은 우리 역사의 질곡과 슬픔의 틈새 공간이지만 기억에서 쉽게 잊혔다. 사할린 조선인 학살 사건은 일제가 패망 직후 미즈호와 카미시스카 마을에서 무고한 조선인들을 잔혹하게 무차별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소련 군대가 며칠 더 늦게 남사할린에 들어왔다면 훨씬 많은 조선인이 일제에 학살됐을 것”이라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해방둥이’로 태어난 생후 6개월의 갓난아기 등 어린이들까지 '소련 첩자(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고 부모와 함께 잇따라 희생됐지만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조국을 되찾게 된 시점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이지만 우리 정부와 세상의 무관심 속에 아직도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확인되지 않고 묻혀 있다.
KBS는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러시아 연방 기록관리청과 FSB(구 KGB) 등에 정보공개청구까지 진행했다. 이런 끈질긴 취재를 통해 사할린 조선인 학살의 가장 대표적인 사건인 미즈호 마을의 조선인 희생자가 애초 알려진 ‘27명’보다 많다는 소련의 재판 기록을 찾아냈다.
이로써 사할린 조선인 학살 사건의 전면적인 재조사 필요성이 높아졌다. 또 갓난아기 등 조선인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일본인 가해자들의 사진과 범죄 기록 등도 입수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이와 함께 서울대학교 법의학실과 협업으로 흐릿한 학살 희생자들의 사진을 그래픽 작업 등을 통해 복원하고 당시 현장을 재구성했다.
사할린 한인은 일본의 강제동원과 귀향길을 막은 소련, 이들을 외면한 조국 때문에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 동서 냉전이라는 시대의 비극을 고스란히 몸으로 부딪쳐야 했다. 아직도 사할린 곳곳에는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이 남아 있다. 하지만 사할린 한인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도 아예 빠졌고 제한적인 영주귀국으로 사할린 디아스포라도 현재진행형이다.
제작진은 “학살 사건을 증언할 수 있는 이들이 대부분 숨지고 현장도 사라지고 있어 이번 다큐멘터리가 사실상 사건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탐사 프로그램”이라며 "광복이 되고도 국민을 지키지 못하고 이후 학살 사건의 철저한 진상 규명도 하지 않고 있는 국가의 책임을 묻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우고자 했다"고 밝혔다.
배우 지진희가 내레이터로 참여한 KBS 광복절 특집 다큐멘터리 '사할린, 광복은 오지 않았다‘는 9일 밤 10시 5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