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가만히 앉아 감상하기에 불편할 정도를 넘어 역겹고, 끔찍했던 드라마가 있다면? 아마도 외국 TV드라마 팬이라면 ‘블랙 미러’ 첫 번째 에피소드 ‘공주와 돼지’(The National Anthem)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영국왕실의 공주가 납치되고, 총리 앞으로 날아온 납치범의 요구조건은 상상을 초월한다.
‘블랙 미러’는 테크놀로지가 발전하면서 발생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현대인의 삶과 악몽, 그리고 그 해결방식을 매 회 드라마에 녹여 넣고 있다. 지난 2011년 영국 ‘채널4’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되기 시작한 <블랙 미러> 시리즈는 2016년 시즌3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만나고 있다. 최근 인터랙티브 방식의 <밴더스내치>로 색다른 시도를 한 넷플릭스가 시즌5를 내놓았다.
‘시즌5’ 공개에 앞서, ‘블랙 미러’의 제작자를 만나 작품 제작과정의 궁금증을 물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 7일, 서울 CGV아이파크몰에서는 시즌5의 첫 번째 에피소드 '스트라이킹 바이퍼스'(Striking Vipers)의 시사회가 열렸다. 영화 상영에 이어, 제작자 찰리 브루커와 애나벨 존스가 미국 LA에서 화상으로 연결된 가운데 한국 취재진과 라이브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는 대학 친구 대니(앤서니 마키)와 칼(햐이하 압둘 마틴)의 오랜 우정을 담고 있다. 두 친구를 연결하는 것은 ‘온라인게임’. 그런데 관자놀이에 최신형 VR기기를 붙이고,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의 최신버전 X를 구동하며, 둘의 관계는 애매하고도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생생한 게임 속 현실로 인해 성실한 가장이었던 대니의 삶이 흔들린다.
<블랙 미러>의 에피소드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다양한 테크놀로지의 기술이 인간의 욕망을 실현해 주면서 파생되는 모습을 어두운 상상력으로 풀어나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찰리 브루커는 “미래에 대해 걱정이 많은 편이었다. 그런데 전 세계 사람들이 똑같이 걱정을 하는 순간이 되니 오히려 희망적인 사람이 된 듯 하다. 다양하고도 흥미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블랙미러'의 에피소드는 '나쁜 상황이 벌어지면 어떡할까'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 기술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어떻게 잘못 적용되고 있는지 말하고 싶다.”
‘블랙 미러’는 테크놀로지 진화를 이야기하면서 극단적 상황을 자주 보여준다. 창작과정에 대해 찰리 브루커는 “글은 거의 내가 쓴다. 그리고 애나벨 존스에게 보여주고 디테일을 다듬는다. 그 과정에서 자주 말다툼을 한다. 토론일 수도 있고, 토의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아이디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고 밝혔다.
영국의 TV방송에서 출발해서 넷플릭스로 플랫폼을 옮긴 것에 대해서는 "채널4는 영국의 전통적인 상업 방송사다. 에피소드당 런닝 타임이 제한적이다. 넷플릭스에서는 더 유연할 수 있었다."면서 “시즌당 에피소드도 늘렸다. 도전적이고 야심찬 작품을 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플랫폼이 변해도 ‘블랙미러’가 갖는 전반적인 톤을 유지할 수 있었다”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를 두고 LGBT(성적 소수자)에 대한 것을 다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찰리 브루커는 "LGBT에 대해 중점적으로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불륜 문제, 결혼과 우정과, 우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며 ”쇼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어떤 중간 지점을 찾아 합의를 본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스미더린', '레이철, 잭, 애슐리 투' 등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블랙미러' 시즌5는 지난 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에 공개되었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