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병철은 올 상반기 JTBC드라마 <스카이 캐슬>과 KBS 2TV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에 잇달아 출연하며 주목받는 연기자로 우뚝 섰다.
“쉬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바로 촬영을 하게 되었다. 인연이 닿았고,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니. 무리가 되더라도 진행해보자라고 생각했다.”면서 “부담이 컸다. ‘SKY캐슬’의 차민혁과 ‘닥터 프리즈너’의 선민식 모두 극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두 캐릭터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연이어 드라마에 출연한 소감을 전했다.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에서 김병철은 교도소를 배경으로 에이스 외과의사 나이제(남궁민 분)에 사사건건 맞서는 선민식을 연기했다. 변화무쌍하게 전개되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환상적 연기 호흡이 어우러져 최종회가 자체최고시청률인 15.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2타석 연속홈런의 주인공을 만나 17년 연기생활 최고의 시기를 맞고 있는 소감을 물어보았다.
● 닥터 프리즈너가 끌렸던 이유는?
“대본을 읽었을 때. 사건의 진행이 빨랐고, 몰입력이 있었다. 집중하고 드라마를 보겠구나 생각했다. 방송을 직접 보니 책(대본)으로 볼 때보다 더 집중력이 있더라. 잘 선택한 것 같다.”
- 첫 주연작이다. 부담감은?
“당연히 있지. 잘 하고 싶었다. 전작 ‘스카이 캐슬’도 시청자분이 좋아해 주셨고. ‘캐슬’에서의 차민혁과 ‘닥터 프리즈너’의 선민식에게는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부담이 되었다. 연기자로 그 차이점을 잘 표현해내고 싶었다. 도전해 보고 싶었다. 물론, 내 출연 분량도 더 많아졌고.”
- 후반부에서는 스토리가 양자구도에서 삼자구도로 바뀌었다.
“드라마 전반부에서는 나이제와 선민식의 양자구조인데 뒤로 가면서 이재준이 포함된 삼자구도로 간다. 그게 더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했다. 좀 더 다채로운 이야기, 다양한 경우의 수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균형이 무너진 것 같다. 그게 조금 아쉽다. 최원영 배우가 워낙 훌륭하게 연기했으니.”
- 의사 역할은?
“의사 역할은 처음이다. 의사 연기는 어렵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번 드라마에선 의사역할보단 정치활동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몇 장면 안 되는 의료관련 장면에서 쓰는 용어들이 역시 어렵더라. 남궁민은 쉽게 연기하는 것 같던데. 아무렇지도 않게 연기를 하는 게 존경스러웠다.”
- 본인 캐릭터는 완전히 파악하고 연기를 시작했나?
“대본이 다 나온 상태가 아니었으니 다 파악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걸 파악하는 게 저의 숙제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 태양의 후예, 도깨비, SKY캐슬, 그리고 ‘선민식’
- 최근 들어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선샤인’ 등 드라마에서 확실한 이미지를 심어 주었다. 자신의 연기생활의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하는 작품은?
“<태양의 후예>가 아닐까. 대중에게 저를 알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가 재미있었고. 아직도 OST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저란 사람을 많이 알려준 작품이라 고맙게 생각한다.”
- 연기자 활동을 오래 했다. 원래 연기자가 꿈이었나.
“어릴 때 드라마나 영화 보는 걸 좋아했다. 작품에 나오는 인물의 다양한 삶들이 재미있어 보인 것이다. 그 사람들이 연기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나도 그런 연기를 하고 싶었다.”
- 배우 김병철 하면 영화 <알 포인트>(2004)의 조병훈 상병이 생각난다. 그때 기억에 남는 것은?
“주 촬영지가 캄보디아의 보코산 정상(보꼬힐 스테이션)이었다. 프랑스 식민지시대 휴양지였던 곳이다. 그곳의 카지노에서 주로 촬영했는데, 해발고도가 천 미터가 넘는 곳이다. 크메르 루주의 거점이기도 했고. 촬영하는 곳 저 쪽으로 절벽이 있었다. 안개인지 구름이 갑자기 몰려와서 촬영을 못하기도 했다. 으스스할 정도로. 정말 영화를 찍으면서도 이 작품이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렸다. 아마도 그런 현장의 기운들이 작품에 들어갔던 모양이다.”
● '차파국'과 '김병철'
- <도깨비>에서 “파국이다”라는 유행어를 낳았고, 그것 때문에 ‘스카이캐슬’의 차민혁 캐릭터는 ‘차파국’이라 불렀다.
“관심의 표현이라 생각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그런데 이미지가 고정되는 것 같다. 다른 작품하면서 새로운 수식어가 생겼으면 좋겠다.”
- <스카이 캐슬>에서 함께 연기한 윤세아와 관련된 기사가 많다. 이상형은?
“뭐, 그런 것도 대중의 관심일 것이다. 그리고 방송매체의 영향력을 실감했다. 예능이나 스페셜 방송에서 그렇게 편집된 것일 뿐이다. 좋은 친구이자, 동료이고 다른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은 배우이다. 이상형은 딱히 없다. 멜로도 해 보고 싶다. 다양한 여배우와.”
-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는지.
“지금까지 한 역할은 강압적인 모습의 캐릭터가 많았다. 직장에 다니시는 분들이 쉽게 공감할만한 역할을 하고 싶다. 아버지의 모습, 직장인처럼.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 속 인물이고 싶다.”
● 배우로서의 롤 모델이 있다면.
“막 끝난 작품의 남궁민, 최원영 배우가 좋았다. 남궁민도 내가 연기를 하면서 가졌던 고민을 갖고 있었다. 남궁민 배우는 (그걸 깨닫고) 자기가 하고자 하는 연기의 방향을 펼친다. 나는 그런 게 없다. 잡식성 같다. 배울만하다. 최원영 배우는 표현력이 정말 좋은 것 같다. 예상하지 못 했던 연기를 만날 때가 꽤 있었다. 그렇게 연기하려면 감각도 있어야하고, 집중해야 나오는 것이다.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겠더라.”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의 김병철은 2001년 연극으로 데뷔했다. 데뷔 작품은 안톤 체호프의 <세 자매>였다고. 이후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얼굴을 알렸다.
“드라마는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다. 반면, 영화는 좀 더 집약적이며 준비기간이 길다. <닥터 프리즈너>는 대본이 늦게 나와 쫓겨, (내 연기를) 충분히 소화할 시간이 없었다.”면서 “요즘은 드라마 현장도 많이 바뀌는 것 같다. 과도기 같다.”고 덧붙인다.
- 김병철의 배우로서의 위치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잘 모르겠다. 예전보다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저도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고 싶다.”
개성 넘치는 연기자 김병철의 다음 캐릭터가 궁금해지고 기대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