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일) 오후 7시 40분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강원도 평창과 충남 태안에서 어머니의 사랑만큼 뜨끈한 옛 맛 한 상을 맛본다.
태백산맥의 화려한 산세 가운데 자리한 평창. 겨울이면 온통 하얗게 물드는 눈의 고장이다. 겨울이 유독 혹독하기에 이곳에서 불의 온기는 더욱 요긴했다. 평창강을 마주한 황토구들마을에는 불을 때서 방을 덥히고 음식을 해 먹던 겨울날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특히 김진숙 할머니의 오래된 부엌은 아궁이 불이 그리울 때면 마을 아낙들이 모이는 아지트다. 기름이 자르르한 가마솥이 줄줄이 걸려있는 이곳에서는 좀처럼 맛보기 어려워진 옛 음식들도 척척 만들어진다.
가마솥만이 조리도구가 아니라는데. 뜨끈한 구들장이 있어야만 제맛을 낼 수 있다는 비지장을 만들기 위해 안방까지 접수한 아낙들. 두부를 만들고 남은 비지를 아랫목에서 하루 내 띄우고, 잘 익은 김치와 돼지고기를 썰어 넣어 끓이면 청국장 못지않게 구수한 발효 음식이 완성된다. 먹을 게 귀하던 산골에서 느릅나무 껍질은 양은 물론 맛도 더해주는 비밀무기였다. 뚝뚝 끊기는 메밀면도 느릅나무 껍질 가루 한 숟갈만 들어가면 찰진 식감으로 변신한다.
한적한 시골길, 논두렁을 따라 좁은 길을 지나면 논 한 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는 집 한 채가 나타난다. 대문이며 마루며 세월의 더께가 켜켜이 쌓여있는 이 집은 한창 변신 중이다. 바로 4대째 이 집에 사는 집주인 이상암 씨 덕이다. 서울에 살던 그가 긴 타향살이를 접고 고향 집으로 돌아온 것은 어릴 적 대가족이 함께 살던 추억을 잊지 못해서였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손수 집을 고쳐나가는 중이라는 이상암 씨. 가장 신경 쓴 공간은 소를 키우던 외양간이다. 할아버지가 쇠죽을 쑤던 아궁이를 그대로 살려 고풍스러우면서도 멋스러운 거실로 꾸며냈다. 덕분에 가족들이 모이는 곳도 바로 여기 외양간이라는데.
길 건너 사는 작은어머니, 김춘 씨 역시 한 때는 아궁이 앞 단골손님이었다. 시집오자마자 농사일과 집안일에 치여가며 냉가슴을 앓을 때 위로해주던 것이 바로 이 아궁이였다. 밥 지을 때마다 대신 울어주는 가마솥을 보며 마음을 달랬다는데. 그래서인지 모내기 철에 새참으로 자주 끓이던 김칫국은 여전히 가마솥에 넉넉히 끓이는 것이 제일이란다.
따뜻한 구들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것만으로 다 같이 살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는데. 아궁이가 있어서 되새길 수 있는 추억을 만나 본다.